[현장] 병원서 받던 수면검사 집에서도···'SP60' 국내 임상 실증 추진

김정수 기자 2026. 11. 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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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한일 수면산업계 MOU
운수종사자 300명 대상 실증
재택 수면검사 정확도 검증
양압기 치료·장기 추적관찰
타나다 데쓰지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 이사가 기관 소개를 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받던 수면다원검사를 가정에서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재택 수면검사 장비 'SP60'의 국내 임상 실증이 추진된다. 운수종사자 300명을 대상으로 재택 수면검사를 실시하고 기존 병원 검사와의 정확도를 비교하는 한편 수면무호흡증 위험군 선별부터 양압기 치료, 장기 추적관리까지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2일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부산 웨스틴조선 해운대에서 'SP60 기반 전주기 수면케어 공동 연구·실증 프로젝트' 킥오프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한국수면산업협회·슬립넷·유유테이진메디케어·에스와이피·인제대 등 국내외 기관 및 기업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공동연구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재택 수면검사의 임상적 신뢰성 검증과 사업화를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일본에서 개발된 재택 수면다원검사 장비 SP60(Sleep PROCORDER 60)의 국내 임상적 신뢰성과 운영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기존 수면다원검사(PSG)가 주로 의료기관에서 전문인력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것과 달리 환자가 가정에서 직접 장비를 착용해 정밀한 수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타나다 데쓰지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 이사는 수면검사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SP60 개발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타나다 이사는 "검사가 필요한 분들과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이것이 저희 활동을 말씀드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 일정·입원 부담·의료기관과의 거리 등으로 검사가 필요해도 실제 검사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에서 실시하는 간이 수면검사는 접근성이 높지만 정밀한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타나다 이사는 "수면무호흡 간이 검사는 가정에서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어 많은 분께 검사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뇌파를 측정하지 않는 검사에서는 실제로 잠들어 있던 시간이나 수면 단계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SP60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뇌파·안구운동·근전도뿐 아니라 호흡·혈중산소포화도·맥박·체위 등을 가정에서도 기록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장비다. 본체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약 130g이며 약 9시간 연속 측정이 가능하다.

타나다 이사는 "환자분이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의료기관이 평가에 필요한 기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모두 실현하는 것이 재택 PSG를 사업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운수종사자 300명 대상 실증 추진
장은화 주식회사 슬립넷 대표이사 겸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 과장이 '재택용 수면검사기기 SP60 소개와 실증 의뢰 목적'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번 국내 실증은 운수종사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일본에서 축적한 운전자 대상 수면무호흡증 검사 경험이 국내 연구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장은화 슬립넷 대표이사는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가 2014년 11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일본 버스 운전자 2만38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무호흡증 선별검사 결과를 소개했다.

검사 결과 무호흡·저호흡지수(AHI) 30 이상인 중증군은 8.3%, AHI 15 이상 30 미만인 중등증군은 18.1%로 나타났다. 검사 대상자의 26.4%가 중등증 이상의 수면무호흡을 의심할 수 있는 수치를 보인 것이다.

장은화 대표는 운수종사자들이 수면무호흡증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운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국내에서도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실증에 대해 "SP60이 실제 재택검사로서 한국에서 정말 가능한지 확인하는 검사"라며 "신호 품질·판독 가능성·현장 운영 적합성 등을 평가하고 싶은 것이 저희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증은 크게 두 방향으로 추진된다. SP60의 국내 임상 성능과 실제 가정에서의 검사 운영 가능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운수종사자의 수면무호흡증 실태를 조사해 졸음운전 예방 정책에 활용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3년간 검사부터 치료·추적관리까지

구체적인 연구는 운수종사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추진된다. 김재훈 한국수면산업협회 사무처장은 "SP60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병원 수면다원검사와 얼마나 정합성이 있는가, 정확성을 보는 게 1차적인 목표"라며 "반복 측정을 해도 어느 정도 오차 범위 내에서 비슷한 값이 나오는가, 신뢰성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훈 한국수면산업협회 사무처장이 'SP60 기반 전주기 수면케어 프로젝트 추진 방향 및 실행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발표된 연구계획에 따르면 1차 연도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버스·화물 등 운수종사자 300명을 모집해 SP60 재택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무호흡증 위험군을 선별하고 병원의 정규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해 정확도를 검증한다.

이어 2차 연도에는 약 90명을 대상으로 양압기(CPAP) 치료 순응도와 수면건강 개선 효과를 평가하고 3차 연도에는 약 45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관찰을 추진할 계획이다. 치료 순응도와 수면건강 개선 정도를 분석해 운수종사자 수면건강 관리에 활용할 표준 절차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연구 착수 시점과 세부 연구 절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재훈 사무처장은 "연구 시작 시점을 아직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36개월로 했다"며 기관 간 협의와 연구계획 확정 이후 대상자 모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진료와 치료까지 연결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SP60 검사에서 AHI 15 이상 등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확인된 대상자는 병원 진료로 연계하고 정규 수면다원검사를 거쳐 치료 필요성을 판단할 계획이다.

장은화 대표는 검사 실증 이후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치료까지 연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현장에서 검사 품질과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운수종사자 수면건강 정책 검토에 활용할 근거를 마련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별 역할도 구체화됐다.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는 SP60 관련 기술과 검사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인제대 백병원은 병원 수면다원검사·의학적 판정·재택검사 결과의 비교 검증을 맡는다. 한국수면산업협회는 연구 운영·대상자 모집·일정 및 데이터 관리 등을 총괄하고 유유테이진메디케어는 양압기 공급·사용 교육·치료 순응도 관리 등을 담당한다.
왼쪽부터 타나다 데쓰지 일본수면종합검진협회 이사와 정관수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 본부장 /김정수 기자

김재훈 사무처장은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검사 운영과 데이터 품질의 표준화뿐 아니라 의료현장 적용과 사업 확대 가능성까지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SP60은 일본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하는 단계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임상 자료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의료현장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재택검사·병원 판독·양압기 처방 및 치료관리를 연계하는 한국형 통합 수면케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타나다 이사는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런 방식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의료제도·의료기기 규제·진료 절차·환자분이 원하는 서비스에는 각 나라의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PSG)= 수면 중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뇌파·안구운동·근전도·심전도·호흡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검사다. 주로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진행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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