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가보니 갈 만했다"…첫 왕복 팬스타 김현겸 회장

이영재 2026. 11.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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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도 한번 가보니 갈 만하구나.' 이것이 우리가 얻은 깨달음이죠. 우리 선원들도 '해빙(海氷)이 앞길을 가로막아도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번 가본 것과 안 가본 것은 다른 것이죠."

북극항로 시범 운항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을 거느린 팬스타그룹의 김현겸(65) 회장은 지난 2일 부산 중구 중앙동 팬스타그룹 사옥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을 태우는 여객선은 컨테이너선보다 안전 기준이 훨씬 까다롭다"며 "여객선을 주로 운용해온 팬스타가 그동안 지켜온 안전 기준으로 (북극항로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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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컨테이너선 부산-유럽 시범운항…"남들이 안 하는 것 해왔다"
"안전 운항 성과에도 경제성 과제…내빙선 확보에 국가 지원 필요"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부산 팬스타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11.2 [팬스타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극항로도 한번 가보니 갈 만하구나.' 이것이 우리가 얻은 깨달음이죠. 우리 선원들도 '해빙(海氷)이 앞길을 가로막아도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번 가본 것과 안 가본 것은 다른 것이죠."

북극항로 시범 운항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을 거느린 팬스타그룹의 김현겸(65) 회장은 지난 2일 부산 중구 중앙동 팬스타그룹 사옥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팬스타라인닷컴의 선박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8월 22일 73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을 싣고 부산을 출항해 러시아 북쪽 북극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차례로 기항한 뒤 다시 북극해를 거쳐 지난달 11일 부산으로 귀환했다.

국내 컨테이너선이 북극해를 통해 부산과 유럽을 왕복한 첫 사례다.

팬스타라인닷컴은 지난 5월 북극항로 시범 운항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기업은 해양수산부 공모에 도전장을 낸 유일한 선사였다. 그만큼 업계에서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대해 회의론이 우세했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것은 김 회장의 결단이었다. 그는 "우리 회사는 남들과는 다르다. 카페리도, 크루즈도, 남들이 안 하겠다는 것을 해왔다"며 "이번에도 그 길을 걷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 팬스타의 사업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종종 따라붙는다.

2002년 카페리 국적선으로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항로를 최초로 개통했고, 2004년에는 페리 여객선에 크루즈를 처음으로 접목한 '부산항 원나잇 크루즈'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건조된 크루즈 페리 팬스타 미라클호를 바다에 띄웠다.

그러나 도전정신 하나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밀어붙인 것은 아니다. 북극항로를 무사히 왕복할 능력을 갖췄는지 면밀한 자기 검증이 필요했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을 태우는 여객선은 컨테이너선보다 안전 기준이 훨씬 까다롭다"며 "여객선을 주로 운용해온 팬스타가 그동안 지켜온 안전 기준으로 (북극항로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 마치고 부산항 정박 중인 팬스타 아크로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생겨난 뱃길로,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거리가 약 35% 짧아 새로운 경제적 기회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북극항로 운항의 데이터와 경험을 쌓아 2030년 정기 상업 항로를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시범 운항은 북극항로를 무사히 왕복했다는 점에서 성공이지만, 상업적 관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번에는 경제성보다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며 "이번 시범 운항의 성과를 토대로 다음부터는 어떻게 경제성을 실현해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가 높은 첫 시범 운항인데도 737TEU의 화물을 모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이 가운데 19TEU는 일본 화물이었다.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화물 유치가 필수적인데, 규모가 작긴 해도 일본 화주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 회장은 북극항로의 중요성에 대해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가 언제 막힐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대체 항로, 비상 항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팬스타 아크로호는 내빙선이긴 해도 내빙 등급이 가장 낮은 선박인데, 그마저도 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며 "내빙선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김 회장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번 시범 운항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할 때도 '부산 기업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부산항은 지금까지 '라스트 포트'(Last Port)였다"며 "북극항로가 열리면 첫 번째 기항지, '퍼스트 포트'(First Port)도 돼 선박을 정비하고, 연료를 주입하고, 사람과 짐을 싣게 되면서 모든 기능이 부산에 몰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김 회장의 결단은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눈앞에 두고 의로움을 생각함)의 경영 철학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더라도 남의 것을 뺏지는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그 방법은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데 있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3국을 주 무대로 사업해온 팬스타는 동남아시아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다음 달 초 부산에서 출항해 중국 서커우에 기항했다가 베트남 하이퐁으로 가는 항로를 개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부산 팬스타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11.2 [팬스타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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