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 조르고 칼 들어도 “괴롭힘 아니다” 두 번 눈감은 노동청

홍준표 기자 2026. 11. 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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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 동안 쏟아진 욕설, 호스로 끼얹은 물, 양손으로 목을 조른 폭행, 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는 위협. 지난해 7월 전남광주 나주시의 한 한식뷔페 주방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과 검찰(현 공소청)은 가해자들의 폭행과 모욕 혐의를 인정했지만, 노동청은 두 차례나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장은 폭행과 협박을 당한 8월21일에서야 A씨에게 "서로 화해의 제스처를 좀 보여주셨으면 하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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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폭행 송치·검찰은 모욕 기소 … 노동청은 사업주 ‘절차’만 보고 종결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20여분 동안 쏟아진 욕설, 호스로 끼얹은 물, 양손으로 목을 조른 폭행, 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는 위협. 지난해 7월 전남광주 나주시의 한 한식뷔페 주방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과 검찰(현 공소청)은 가해자들의 폭행과 모욕 혐의를 인정했지만, 노동청은 두 차례나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청이 사업주의 직장내 괴롭힘 조사 절차만 확인한 것으로 파악돼 사실상 사안의 본질에 대한 판단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귓속말 폭언에서 목 조름·칼로 위협까지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1일 피해자 A(66)씨의 직장내 괴롭힘 재진정을 '내사종결(위반 없음)'로 처리했다. 광주노동청은 "사업장 자체조사 결과 괴롭힘이 불인정됐으므로 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에 대해서도 "사업장 자체조사에서 신고사실에 대한 누락, 진술기회 또는 증거자료의 배제 등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시근로자 약 7명이 있는 한식뷔페에서 주방장 보조 B씨가 7월 A씨의 귀에 대고 "늙은 X은 개도 안 물어간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한 달 뒤인 8월4일에도 B씨는 A씨가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들 앞에서 "네 X은 때려봤자 개값도 안 돼" "진짜 딱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등 19분 동안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A씨는 B씨가 호스로 자신에게 물을 뿌렸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주방장까지 가세했고, 심각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같은달 21일 주방장 C씨가 팔꿈치로 A씨의 가슴을 짓누르고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 C씨는 주방 칼로 위협까지 했다고 한다. 당시 녹취록에는 "목 조르지 마!" "칼까지 드네, 이제"라는 A씨의 비명이 담겼다. A씨는 경추·흉골 염좌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이날을 끝으로 일터를 떠났다.

폭행 현장에는 식당 사장도 있었다. 이미 A씨는 7월에 있었던 폭언 이후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로 피해를 얘기했다. A씨는 폭언을 들은 당일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이후 사장에게 주방에 CCTV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장의 답은 없었다. A씨는 19분간 욕설을 들은 뒤에는 두 차례에 걸쳐 피해를 보고했다. 우울 증세는 심해졌다. 하지만 사장은 폭행과 협박을 당한 8월21일에서야 A씨에게 "서로 화해의 제스처를 좀 보여주셨으면 하네"라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 송치, 노동청은 '위반 없음'

사건은 곧바로 수사당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경찰과 노동청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주방장 C씨를 폭행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은 올해 6월 C씨와 B씨를 모욕 혐의로 각각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형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사람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노동청은 두 차례나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올해 2월 직장내 괴롭힘과 임금체불로 진정을 제기했다. 그런데 노동청은 4월 '행정종결(위반 없음)'로 처리했다. A씨쪽은 사업장 자체조사가 20여분 만에 끝났다고 주장한다. 노동청 회신문에는 "(주방장 보조 B씨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사유만 적혔다.

사장이 "B씨와 C씨의 허락을 받고 퇴근하라"고 지시한 녹취가 있는데도 B씨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신문에 목을 조른 C씨에 대한 판단은 아예 없었다. 사장은 A씨가 진정을 제기하자 "무고로 나오면 무고죄로 고발하겠다"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 "당신 집 찾아가서 식구들 좀 봐야 되겠네" 등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재진정에도 '조사 절차'만 판단

A씨는 올해 7월 다시 진정을 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나온 노동청 결론은 같았다. 사건을 조사한 노동감독관은 주방장 보조 B씨와의 '업무상 우위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사업장 자체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A씨쪽이 재진정에서 사장의 업무 지시 부분을 지적했지만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감독관은 재진정 과정에서 "직장내 괴롭힘은 형사사건과 별개"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진정에서는 사업주의 조사·조치 의무(근로기준법 76조의3 2항·4항)만 판단 대상이 됐다.

담당 감독관도 괴롭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A씨 대리인 박영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승리)와의 통화에서 감독관은 "사업장에서 조사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했는지 등 조사 과정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감독관 직접 조사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해야 할 사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제가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A씨쪽은 노동청 조사가 기울어졌다고 본다. 감독관이 근거로 든 사업장 자체조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뷔페 사장은 A씨가 지난해 7~8월 네 차례 문자로 피해를 알렸는데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 역시 A씨 퇴사 8개월 가까이 지난 올해 4월에서야 사장이 선임한 외부 노무사의 참여로 이뤄졌다. A씨는 주방장 C씨의 목 조름과 칼 위협을 상세히 진술했지만, 사업장 조사는 C씨의 우위만 인정했을 뿐 직장내 괴롭힘은 아니라고 결론 냈다.

A씨쪽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권으로 재조사하고, 사업주의 조사·보호·행위자 조치 의무 위반에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A씨를 대리한 박영민 노무사는 "가해자가 폭행 혐의로 송치되고 모욕 혐의로 처벌까지 이뤄진 사건을 노동청이 괴롭힘이 아니라고 덮어버린 것은 근로기준법의 보호 의무를 포기한 직무유기"라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방기하고 가해를 묵인·회유한 사용자에 대해 엄격한 사법 처리가 필요하고, 부실조사한 관할 노동청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년 넘는 악몽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지난해 폭행 사건 이후 퇴사한 A씨는 1년 넘게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재진정 결과를 받고선 혈압이 치솟고 악몽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증거가 그렇게 많은데도 노동청이 시간만 끌면서 사람을 완전히 죽이는구나 싶었다"며 "지금도 주방장 보조 B씨가 직원을 그만두게 하려고 압박하고 퇴근을 막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 사건을 담당한 감독관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해자들이 사용자가 아니라서 회사의 조사 과정을 살폈고, 별다른 위법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사업장 자체조사 결과 인용 부분을 두고는 "많이 참고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폭언이나 폭행 인정 여부에 관해선 "(제출 자료에 영상이 없어서 제한적이지만) 조금 부적절한 상황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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