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고강도 운동, ‘횡문근융해증’ 입원 환자 32% 급증

조성호 기자 2026. 1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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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류모(40)씨는 지난주 예상치 못한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부쩍 늘어난 뱃살을 줄여보려고 마라톤 훈련을 시작한 이튿날, 다리에 극심한 근육통이 찾아오고 소변 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깜짝 놀라 병원을 찾은 그의 진단명은 ‘횡문근융해증’. 그는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다가 어린 시절만큼 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격한 운동을 했다가 입원까지 해야 했다”며 “군 시절 유격훈련 후에 진단받은 적 있던 병을 40대에 또 겪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마라톤과 스피닝 등 고강도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근육세포가 손상되는 횡문근융해증으로 입원한 환자가 4년 새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무리한 운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 병은 심하면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 입원 환자는 2021년 3619명에서 지난해 4788명으로 3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환자는 1만5499명에서 1만9296명으로 24.5% 늘었다. 전체 환자는 2023년 2만65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줄었지만, 입원 환자는 지난해 가장 많았다. 수액 치료와 신장 기능 관찰 등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할 만큼 증상이 심한 환자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이나 감염 등으로 근육세포가 파괴되면서 세포 속 물질이 혈액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손상된 근육에서 나온 단백질 등이 신장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근육통과 근력 저하, 콜라색 소변이다. 운동한 부위가 심하게 붓거나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심하면 급성 신부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증가의 배경으로 고강도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과 질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점 등을 꼽는다. 특히 과거 군 훈련병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질병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12년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는 32㎞ 야간 행군에 나섰던 훈련병이 도중에 쓰러진 뒤 횡문근융해증과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젊은 환자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입원 환자 중 20대는 1478명, 30대는 957명으로 두 연령대를 합하면 전체의 50.9%에 달했다. 특히 30대 입원 환자는 2021년 543명에서 지난해 957명으로 76.2% 급증했다. 20~30대 입원 환자의 약 79%는 남성이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강철부대’나 ‘피지컬: 100’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평소 하지 않던 고강도 운동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무리하게 운동한 뒤 횡문근융해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미정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도 마라톤 등 운동을 하다가 횡문근융해증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가 있다며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마라톤이나 스피닝뿐 아니라 근력 운동도 자신의 체력 수준을 넘어 무리하게 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환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7월 월별 입원 환자 수를 합하면 31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27명)보다 9.1% 많았다. 계절적으로는 여름철에 환자가 집중됐다. 2021~2025년 7월의 평균 입원 환자는 532명으로 2월(301명)보다 77% 많았다. 지난해 7월에는 601명이 입원해 조사 기간 중 월별 최다를 기록했다.

소아청소년 환자도 크게 증가했다. 19세 이하 전체 환자는 2021년 1267명에서 지난해 1754명으로 38.4% 늘었다. 같은 기간 입원 환자는 386명에서 705명으로 82.6% 급증했다. 지난해 입원 환자는 전년(539명)보다도 30.8% 증가해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소아청소년에게는 운동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독감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근육세포가 손상되면서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 23개 병원이 2007~2016년 횡문근융해증 소아 환자 88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감염이 원인인 경우가 39%로 가장 많았다. 감염 원인 중에는 인플루엔자(독감)가 가장 흔했다. 조사 대상 소아 환자의 11.3%에서는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했다.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신장내과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바이러스 감염이 더 흔한 원인”이라며 독감 등에 걸린 뒤 근육통을 호소하거나 콜라색 소변을 보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열에 따른 경련으로 근육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에게도 무리한 운동은 발병 원인이다. 특히 요즘 청소년 중에는 평소 운동량이 적어 기초 체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한 차례의 고강도 운동만으로도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청소년이 체중 감량을 위해 개인 운동 지도(PT)를 단 한 시간 받은 뒤 다음 날 횡문근융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례를 소개했다. 평소 체력이 부족하면 비교적 짧은 운동도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횡문근융해증 환자 대부분이 적절한 휴식과 수액 치료로 회복하지만, 신장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운동을 했는데 그 부위가 너무 부어 움직일 수 없거나 콜라색 소변을 보면 병원에 오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교수도 아이가 독감 등 감염 후 갑자기 움직이려 하지 않거나 콜라색 소변을 본다면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만희 의원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과도한 신체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청년층과 소아청소년의 발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체계적인 예방 교육과 조기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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