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 R&D 의제 설정 주도” 서울대 공대, 위원회 띄웠다

장윤 기자 2026. 1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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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첨단 과학 도약에 위기의식
소형원전 등 6개 미래 먹거리 발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E2센터’에서 원자력시스템공학 전공 대학원생들이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 시뮬레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박상훈 기자

서울대 공대가 미래 전략 기술을 발굴해 정부 정책과 대형 연구·개발(R&D) 과제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전략위원회’를 출범한다. 서울대 공대가 국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은 처음이다.

위원회는 지난달 구성을 마쳤으며 이달 하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공대 여러 학과 소속 교수 25명 정도가 참여한다.

서울대 공대는 지난 3월부터 소형 모듈 원전(SMR), 우주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반도체, 핵심 광물, 문화 기술 등 6개 분야를 선정해 국가 연구 방향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해왔다. 분야별 교수 3~5명이 보고서를 작성 중이며, 연구 성과는 이달 17일 공대 개교 80주년 행사에서 소개한다. 최종 보고서는 12월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조선해양공학과·건설환경공학부 공동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부유식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해 연안 해상에 새로운 산업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부유식 SMR과 전력·열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산업시설 등을 함께 부유체 위에 배치하는 해상 에너지·산업 플랫폼 구상이다. 2036년까지 실제 바다에서 플랫폼의 운동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산업 탈탄소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신규 산업공간 확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심형진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분야도 중국과 기술 격차가 좁혀져 선제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원자력·조선·해양건설 역량을 두루 갖춘 한국이 부유식 SMR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항공우주공학과 공동연구진은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국산 발사체와 반도체·통신 기술을 활용해 독자적인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위성 간 고속 광통신망과 분산 컴퓨팅 체계를 마련하고, 통신·연산·보안 기술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보고서는 우주항공청 중심의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정부·대학·출연연·기업이 협력해 위성 영상 분석과 국방·재난 감시 등 공공 분야부터 실증할 것을 제안했다. 심병효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발사체·반도체·통신·보안이 결합된 시스템 산업으로, 한국은 이 네 요소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라며 “한국은 우주 데이터센터의 부품 공급국에 머무르는 대신 우주 디지털 인프라를 선점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기계항공공학부·산업공학과 공동연구진은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분산전원 체계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력망을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전력망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풍력, 연료전지·가스발전 등을 결합해 전력을 공급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ESS는 순간적인 전력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연료전지와 가스발전은 장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식으로 발전원별 역할을 나누도록 했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수도권에 집중하기보다 발전 자원과 전력망 여건이 유리한 호남·영남 등 비수도권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연구 의제를 구체화하고 새 분야도 발굴한다. 이를 실질적인 국가 정책, R&D 사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성재 서울대 공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공대 산하 16개 연구소장 간담회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15개 연구소가 중국에 뒤처졌거나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서울대 공대의 첨단 연구 성과를 산업화해 중국의 추격을 받는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컸다”고 말했다.

박정원 연구부학장은 “기존에도 서울대가 대형 연구 의제를 발굴한 적이 있지만, 이번 위원회는 공학적 접근을 강조해 실제 정책에 반영하기 쉬운 형태로 구체화하려는 것”이라며 “첨단 과학기술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조직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공대 내부에 꾸준히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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