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 기업 전기료 지원하려 태양광 단가 깎아 업계 반발

전준범 기자 2026. 1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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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역별 도매가 차등제 추진
업계 “집단 소송·단식 투쟁할 것”
2일 오후 전남광주시 영광군 염산면 일대 태양광 단지. /김영근 기자

정부가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방 공장의 전기료를 깎아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수도권 발전소에서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을 대폭 낮추기로 하자, 현 정부의 핵심 우군으로 꼽히던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 집단 소송과 단식 투쟁까지 예고하며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반발의 최전선에 선 이들이 현 정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권 등 지방 중소 태양광 사업자들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등은 이달 중 전력거래소가 규칙개정위원회에 지역별 도매가격제(LMP) 도입 안건을 상정하는 즉시 법원에 의결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장은 “청와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앞 집회는 물론 천막 농성과 단식 투쟁까지 불사할 것”이라며 “정부가 송전망을 제때 깔지 못해 이미 강제로 발전기를 끄는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제는 납품 단가까지 후려쳐 생존권을 박탈하려 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에는 정부의 탈석탄 기조 속에 태양광 업계와 대척점에 섰던 민간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들까지 합류해 초유의 ‘반(反)정부 공동 전선’이 구축됐다.

이 같은 반발은 정부가 비수도권 기업의 산업용 전기료를 최대 10% 낮춰주는 데 필요한 연간 2조8000억원의 재원 중 절반 이상을 지방 발전소에 주는 전력 구매 대금을 깎아 충당하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송전망 병목으로 수도권에 보내지 못하고 지방에 남아도는 전기의 도매 값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직격탄을 현 정부가 육성에 사활을 건 태양광 업계가 고스란히 맞는다는 점이다. 전국 태양광 발전소의 89.1%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는 데다, 발전량이 집중되는 한낮 시간대에 전력 과잉이 심화돼 도매가가 최대 39%까지 폭락하기 때문이다.

◇“기업 유치 생색은 정부가 내고, 계산서는 태양광 사업자에 떠넘겨”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에너지 업계 전체의 집단 반발을 부른 것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계산서는 민간 발전사에 떠넘기는’ 재원 조달 구조 때문이다.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방의 전기료를 낮춰 첨단 기업과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취지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하지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송전망 확충 실패를 덮어둔 채 비수도권 발전소의 정산 대금을 강제로 깎아 할인 재원을 만들려다 보니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태양광 사업자들까지 거리로 내모는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현국

◇2.8조 할인 재원 절반 이상을 ‘발전소 주머니’ 털어 충당

지난 8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 구상의 핵심은 수도권에서 멀수록 산업용 전기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경상·전라 등 남부권은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18원, 강원·충청 등 중부권은 최대 15원,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을 낮춘다. 정부는 지방 기업들에 돌아갈 전기료 할인 혜택이 연간 약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이 중 1조~1조3000억원은 한전이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 이상인 1조5000억~1조8000억원은 지역별 도매가격제를 도입해 비수도권 발전소에서 전기를 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한전은 전국(육지 기준) 어디서 생산된 전기든 같은 시간대에는 가장 비싼 수도권 발전기 단가에 맞춰 동일한 도매가격(SMP)을 쳐준다. 지방에 값싼 전기가 남아돌아도 송전망이 막혀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하면 수도권의 비싼 LNG 발전소를 돌려야 하는데 지방 발전소에도 똑같이 높은 단가를 적용해 왔다. 정부는 이달 중 전력거래소 규칙을 고쳐 송전망이 꽉 차는 시간대에는 비수도권 도매가격을 따로 분리해 대폭 깎겠다는 방침이다. 한전이 지방 발전소에 덜준 돈으로 지방 공장의 전기료를 깎아주는 구조다.

이 같은 설계가 공개되자 태양광 업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태양광은 햇빛이 강한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발전량이 집중되는데, 바로 이 시간대에 비수도권 송전망 병목과 전력 과잉이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가 실시한 모의계산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 도매가격제가 도입되면 비수도권 발전소의 전력 판매 단가는 하루 평균 9.9% 하락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는 오전 11시에는 22.7%, 낮 12시에는 27.6% 떨어지고 피크 시간대인 오후 1시에는 무려 39.1%나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를 가장 많이 만들어 파는 황금 시간대에 납품 단가가 반 토막 수준으로 깎이는 셈이다.

특히 전체 태양광 발전소의 약 30%를 차지하는 현물시장 거래 사업자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력 당국과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맺지 않고 날마다 변하는 시장 도매가격에 의존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영세 업자들이다. 전국 설비의 30% 이상이 몰린 호남권에 집중 포진한 이들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장려책만 믿고 수억원씩 대출을 끼고 발전소를 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호남 등지에서는 송전망이 부족해 멀쩡한 발전기를 강제로 끄라는 출력 제어 지시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여기에 판매 단가까지 최대 40% 가까이 낮아지면 대출 원리금 상환조차 불가능해져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상극이던 태양광과 석탄·LNG, 초유의 ‘반정부 연대’

태양광 업계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민간 석탄·LNG 발전사들이 이번 가처분 소송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수조원을 투자해 지방에 발전소를 지었는데, 송전망 부족으로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에서 도매가격까지 깎이면 투자비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실이 전력거래소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비수도권 도매가격이 kWh당 10.6원 낮아지면 주요 민간 석탄·LNG 발전사 17곳의 연간 매출은 약 6605억원 증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들의 수입 감소는 모회사인 한전의 구매비 절감으로 상쇄되지만, 민간 발전사와 태양광 사업자들은 매출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親)정부 성향의 태양광 단체들까지 국회의원들을 접촉하며 실력 행사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기존 발전소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의 재원 조달 계획이 무너지고, 원안대로 밀어붙이자니 핵심 지지층과의 법정 공방과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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