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지는 마음, ‘아무래짜’ 낙관주의 [한국일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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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9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익숙한 정체성 정치를 벗어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김멜라의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멜라지는 마음'(김멜라 산문집 제목) 정도로 표현해야 겨우, 잠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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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라 소설집 '이응 이응'
편집자주
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9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김멜라의 소설을 읽다보면 배꼽 안쪽이 따뜻해지고 엉덩이가 들썩거려진다. 코에 윤기가 돌며 사방 냄새가 진해지고 귀는 쫑긋하게 열린다. “그래, 나는 너에게만은 쉬운 사람, 누가 보든 말든 실컷 웃어대는 등대야”(‘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 133쪽)와 같은 문장을 읽으며 볼이 붉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마침내 사랑을 하고 싶고 그 속에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이 사랑은 어쩐지 이전과는 다른 사랑일 것 같고 마냥 아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낡아서 금방 부서져 버린다는 데 있다. 그래서 김멜라는 발명한다. 그 사랑을 새롭게 담아낼 공간을 발명하고 이야기를 발명하고 언어를 발명한다. 그것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뻔한 것들 사이 드넓게 퍼져 있고 좁은 시간성과 세계인식을 너끈하게 확장시킨다.

옛 밴드 동료의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양홍’의 이야기, 석기시대를 배경으로 이미 죽었으나 기억으로 남아 연인과 딸을 떠올리며 강물에 흘러가는 ‘검저리’ 이야기, 상실 이후 에로티즘을 충족시키는 ‘이응이응’이라는 기계를 둘러싼 ‘오미자물’과 할머니와 ‘보리차차’(강아지)의 이야기, 여자들의 배꼽에서 나오는 ‘배꼽빛’을 보는 능력을 지닌 ‘크리스마스’와 ‘두루미’의 이야기 등등. 어떤 신기한 이야기이든 고난과 슬픔 속에 있더라도 사랑의 독자성과 유일함, 유동성과 변화무쌍함, 그 안에 놓인 ‘우리’의 재규정되는 친밀성과 즐거움이 유연하고 아름답게 그려져서 좋다. 비극적 퀴어 인식론에서 명랑하고 유머러스한 퀴어 존재론으로의 전회, 젠더퀴어, 장애나 질병, 늙음 등 다양한 소수자성을 교차하며 대상화나 시혜적 시선 없이 성적 욕망과 몸의 감각을 겹쳐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일 등의 성취로 평가받아왔던 것이 김멜라의 작품이었다.
익숙한 정체성 정치를 벗어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김멜라의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멜라지는 마음’(김멜라 산문집 제목) 정도로 표현해야 겨우, 잠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늑한 느낌 가득한 ‘멜라지는 마음’을 약동시키는 요소 중 ‘아무래짜’(‘아무래짜’)의 태도도 빼놓을 수는 없다. 차차 나아지겠지, ‘아무래짜(아무튼, 어쨌든)’ 이 정도로도 우리는 다행이고 괜찮지, 의 정신이라고 할까. 이걸 김멜라식 ‘아무래짜 낙관주의’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박상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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