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추가 세수 3년 뒤 끝, 늘어난 씀씀이 어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가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최대 쟁점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로 만드는 162조여원의 미래대응기금이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안정 장치”라고 했다. 앞으로 많이 걷히는 세금을 한꺼번에 털어 쓰지 않고, 별도 기금으로 만들어 미래 성장 동력 확충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기금이 취지와 달리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 예산안은 반도체 호황이 계속된다는 낙관적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세 수입이 내년 584조원에서 2030년 645조원까지 매년 20조원 안팎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 인텔 주가가 하루에만 28.5% 폭락하면서 AI 투자가 정점을 지났다는 ‘피크아웃’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AI 투자가 주춤해지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큰 법인세도 줄어들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가 세수가 내년 158조원에서 2028년 57조원으로 줄고 2029년부터는 제로(0)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시적 재원을 갖고 한번 늘리면 줄이기 힘든 지출을 늘리는 것도 문제다. 예산정책처는 미래기금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반복 지출이 우려되는 사업’으로 분류했다. 예컨대 농어촌 기본소득이나 아동 기본수당, 청년 미래적금을 미래기금으로 지원하면 나중에 기금이 바닥나도 지원을 끊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혼인지원금 100만원, 지방 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전액 장학금 같은 선심성 지출도 미래기금에서 나간다. 추가 세수가 사라지는 3년 뒤부터는 막대한 고정 지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재정의 기본 원칙은 일시적 수입을 항구적 지출에 쓰지 않는 것이다. 국가채무를 갚아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초과 세수에도 불구하고 내년 106조원의 빚(적자국채)을 더 내기로 했는데 이것부터 줄여야 한다. 투자에 쓰더라도 전력망·용수 같은 생산적 지출에 한정하고, 아동기본수당 같은 반복 지출은 일반 예산으로 돌려 국회 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 일시적 호황을 영원할 것처럼 착각해 정부 씀씀이를 늘리면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빚더미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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