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단결 일등공신은 극우 장관 벤그비르…팔레스타인 희망이 이스라엘 안보”[이스라엘 총선 현장]

조형국 기자 2026. 11. 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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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아부 팔라 마을에서 이스라엘 정착민 총격으로 쓰러진 팔레스타인 남성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돌풍의 주역은 단연 아랍계 정당이었다. 투표소를 향한 약 535만표 중 아랍계 정당을 향한 지지는 약 83만5000표, 약 15%를 차지했다. 역대 이스라엘 선거에서 아랍계 정당이 19석을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과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의 정권 교체가 모두 아랍계 정당의 협력 여부에 달렸다.

이스라엘의 안보·팔레스타인 전문가 로니 샤케드 박사(80). 이스라엘 히브리대 해리 트루먼 연구소 제공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 출신으로 오랜 시간 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구해온 로니 샤케드 박사(80)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랍계 시민들을 단결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이타마르 벤그비르(국가안보장관)”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집권 연정에서 이어져 온 정착촌 확장, 정부가 방조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과 테러가 아랍계 시민의 표심을 결집했고, 역대 최다 의석수로 이어졌다는 진단이었다.

샤케드 박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달라진 중동의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실존하는 정치적 주체”라며 “그 정당성은 팔레스타인 시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인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유럽이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과의 교역을 제재하기로 한 것은 상징적인 신호다. 그는 상황이 악화하면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제재 대상으로 삼을 여지도 충분하다고 봤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어떤 조처를 하든 국제사회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며 “이스라엘이 전 세계와 싸우려는 게 아니라면, 왜 국가의 미래를 건 도박을 하나”라고 했다.

그는 네타냐후 집권 연정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적대적 공생’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샤케드 박사는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또 계속되는 전쟁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하마스를 이용해왔다”며 “아부 마젠(마젠의 아버지·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별명)에게는 어떠한 권한·대안을 주지 않는 식으로, 팔레스타인을 하마스와 극단적 이념으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극우화가 강화할수록, 팔레스타인 영토 침탈과 폭력이 거세질수록 그 반작용으로 하마스 등 극단 세력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샤케드 박사는 팔레스타인의 재건이 곧 이스라엘의 안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하다. 희망이 없다면 그들의 저항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저항이 계속된다는 것은 테러가 계속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팔레스타인 테러가 발생하면 이스라엘은 더 우경화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깊어진다”며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했다.

샤케드 박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두 극우 지도자가 중동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한 것을 두고 “미국이 진짜 친구라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존중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정말 원하는 것은 네타냐후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힘”이라며 “트럼프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네타냐후는 전쟁을 다시 시작하려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샤케드 박사는 이스라엘과 중동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기습공격과 안보 대응 실패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재조사를 꼽았다. 그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책임과 진실이 이스라엘 시민의 참사 트라우마로 남아 이란·팔레스타인 등 이스라엘이 처한 수많은 안보 문제에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시온주의자(유대민족주의자)라 밝힌 그는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스스로 치유해야 수년간 걸어온 잘못된 길을 깨달을 수 있다”며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스라엘은 더 암울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네타냐후는 무슨 짓이든 할 것…아랍계 협력은 현실적 선택”[이스라엘 총선 현장]
     https://www.khan.co.kr/article/202611021628031


☞ “네타냐후 진영 견고함 확인…야권 ‘아랍계 배제’는 패착”[이스라엘 총선 현장]
     https://www.khan.co.kr/article/202611021812011

예루살렘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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