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억 성과급'도 못 막았다…국민연금 '줄퇴사' 이유

민경진 2026. 11. 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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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올해 1~9월 운용직 직원 28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성과급 체계를 대폭 개편하며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민간 금융권의 경력직 영입 경쟁과 전주 근무에 따른 생활 부담이 맞물리면서 숙련 운용역의 이탈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2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직 직원은 16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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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운용역 9개월 새 28명 이탈
2021년 이후 162명 이탈…책임·전임급 127명
가족 생활·경력 기회 사이 고민. 민간行 잇따라
성과급 대폭 늘렸지만 장기 근속 유도 과제
서미화 의원 "민간 못지 않은 처우·환경 필요"
이 기사는 11월 02일 15: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올해 1~9월 운용직 직원 28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퇴사자 29명과 맞먹는 규모다. 국민연금이 성과급 체계를 대폭 개편하며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민간 금융권의 경력직 영입 경쟁과 전주 근무에 따른 생활 부담이 맞물리면서 숙련 운용역의 이탈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간 금융권으로 발길

2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직 직원은 16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7명가량이 퇴사했다. 이 가운데 책임·전임급 퇴사자는 127명으로 전체의 78.4%를 차지했다. 올해 퇴사자 28명 가운데서도 23명이 두 직급에 속했다. 투자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이탈이 반복되면서 운용 경험과 전문성을 조직 내부에 축적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인력 유출 문제는 2017년 2월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할 당시부터 불거졌다. 당시에도 핵심 운용역의 잇따른 퇴사가 논란이 됐지만 9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인력 이탈은 반복되고 있다. 주요 금융투자회사가 서울에 밀집한 상황에서 민간과의 보수 격차에 전주 근무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겹친 영향이다.

배우자의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운용역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이중 주거비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을 떠난 한 운용역은 “배우자의 직장을 전주로 옮기기 어려웠는데 마침 민간 금융회사에서 좋은 제안을 받아 이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서 쌓은 투자 경험이 민간 금융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점도 인력 유출을 부추긴다. 국민연금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담당했던 또 다른 퇴직 운용역은 올해 초 외국계 투자회사의 한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대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와 글로벌 운용사 협업 경험을 쌓은 인력이 민간에서는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진으로 발탁된 사례다.

퇴직자들의 이직 경로도 다양하다. 국민연금이 별도로 제출한 재취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일부 투자실 퇴직자의 재취업처로 김앤장법률사무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신한자산운용 등이 확인됐다. 국민연금에서 축적한 투자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민간 금융권의 경력직 수요와 맞물리는 셈이다. 숙련 운용역의 이탈은 후임자 채용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투자 노하우와 해외 운용사 네트워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 개편으로 보상 확대

국민연금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성과급 체계를 대폭 손질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는 2024년 12월 성과급 평가에 최근 5년간의 절대수익률을 추가하고, 이듬해 3월에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기본급 총액의 1.5배로 높였다. 정부의 총인건비 규제로 기본급 인상이 어려운 만큼 성과급을 통해 처우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2025년 귀속 운용직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억1130만원으로 전년 3461만원의 3.2배로 뛰었다. 총지급액도 130억원에서 457억원으로 늘었다.

가파른 인상 폭에는 장기간 누적된 보상 감소와 최근의 양호한 운용 성과가 함께 반영돼 있다. 장기재직성과급을 제외한 성과급 지급률은 2020년 기본급의 86.7%에서 2024년 36.5%로 4년 연속 하락했다. 장기재직성과급을 포함한 1인당 평균 지급액도 같은 기간 7495만원에서 3461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국민연금이 2023~2024년 약 286조원의 운용수익을 거뒀지만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기존 체계에서는 높은 운용수익이 성과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성과급 증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 절대성과를 도입하고 산정 기준을 높인 결과다.

다만 성과급 확대가 인력 이탈 억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제도 개편 당시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는 실장급 이상 고위직에 비해 책임·전임급의 연봉 증가 폭이 작을 수 있어 이른바 '상후하박' 보상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개편된 성과급이 올해 처음 지급된 만큼 실무 운용역의 처우 개선과 장기근속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서미화 의원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할 우수한 인력들의 장기근속을 위해서는 민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처우 개선과 업무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글로벌스탠다드에 비춰 국민연금에서의 시간이 성장하는 기회라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선진적인 문화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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