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산 투입 뒷전 '아리수'…30년 초과 수도관 ‘2710km’

김혜지 기자 2026. 11. 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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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김혜지 기자 | 세계 3대 메가시티 진입을 노리는 서울시의 대표 상품인 '아리수'의 수질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시의 노후 수도관 정비가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아리수본부가 수백억원의 여유자금을 시설 개선사업 대신 기금 예탁에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가 작성한 2025년도 제1회 서울아리수본부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아리수본부는 지난해 추경예산을 861억8900만원 증액하면서 늘어난 재원 전액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예탁금으로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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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초과 장기사용 관로 정비율 11.8% 그쳐
추경 증액분 전액 시설 개선 아닌 기금에 편성
877억 차입금 원금 상환 2021년부터 ‘유예’
시의회, 잉여금 처리 방식 법령 위반 소지 지적
아리수 노후수도관 재정운용 인포그래픽. AI생성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김혜지 기자 | 세계 3대 메가시티 진입을 노리는 서울시의 대표 상품인 '아리수'의 수질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시의 노후 수도관 정비가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아리수본부가 수백억원의 여유자금을 시설 개선사업 대신 기금 예탁에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스경제가 서울시의 노후 수도관 정비 현황과 서울시의회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가 관리하는 설치 후 30년 초과 장기사용 상수도관은 총 3074㎞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20년 이후 정비를 마친 구간은 364㎞로 전체의 11.8%에 그쳤다. 나머지 2710㎞는 정비 대상으로 남아 있다.

▲ 정비 대상 2710㎞…녹물·탁수 관리 우려

노후 수도관 정비는 누수와 지반침하 등 시설 안전 문제뿐 아니라 수돗물이 가정에 도달하기까지의 수질을 관리하는 데도 중요한 사업이다.

수도관 내부에 쌓인 침전물이나 녹 성분이 수압·유속 변화에 따라 이동하면 녹물이나 탁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상수도관 세척사업 자료에 따르면 관 세척 후 평균 탁도는 0.24NTU 감소하고 잔류염소 농도는 0.09㎎/ℓ 증가했다. 수도관 내부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수돗물 공급 과정의 수질 유지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서울시는 올해 약 700㎞의 수도관 세척과 함께 장기사용 상수도관 111㎞를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비 대상으로 남은 2710㎞와 비교하면 올해 정비 물량은 약 4.1% 수준이다.

▲ 시설 개선보다 기금 예탁…시의회 "정비사업 순연"

서울시의회가 작성한 2025년도 제1회 서울아리수본부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아리수본부는 지난해 추경예산을 861억8900만원 증액하면서 늘어난 재원 전액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예탁금으로 편성했다.

당시 추경에서 기존 시설 개선사업의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추가 재원을 배정하지 않았다. 세출예산 증액 항목은 기금 예탁 한 건뿐이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서울시가 개별 회계와 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이다. 수도사업특별회계는 수돗물 공급과 정수장 운영, 상수도관 정비 등에 필요한 재원을 별도로 관리한다.

추경 재원은 2024회계연도 결산에서 발생한 순세계잉여금 등을 반영해 마련됐다. 아리수본부의 순세계잉여금은 1984억8400만원으로, 당초 예산에 반영한 1116억5600만원보다 868억2800만원 많았다.

순세계잉여금은 세입에서 지출과 다음 연도로 이월한 금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재원이다. 아리수본부는 결산 결과 확인된 잉여금 등을 반영해 추경을 편성했지만, 추가 세출예산은 전액 기금 예탁에 배정했다.

서울시의회 추경예산안 검토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노후 수도관 정비사업에 추가 재원을 배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하며 "최근 잇따른 땅 꺼짐 사고 등으로 장기사용 상수도관 정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비 물량에 비해 예산이 부족해 사업이 순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추경을 편성하면서 정비 예산 증액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기존 시의회 지적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소극적인 행정행위라고 평가했다.

아리수본부는 당시 "연내 집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신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예산이 이월되거나 집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기금에 예탁한 뒤 이듬해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시의회가 지적한 문제는 여유재원의 존재 자체보다 정비 수요와 사업 순연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추가 예산을 시설 개선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차입금 상환 유예에 낮은 예탁 금리…재정 운용도 도마

아리수본부가 같은 기금에서 빌린 자금의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는 점도 예산 운용의 쟁점이다.

서울시의회 예산안 검토자료에 따르면 아리수본부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차입금 원금은 877억5700만원이다. 아리수본부는 2021년부터 해당 차입금의 원금 상환을 유예해 왔으며, 올해 예산에도 이자 9억6500만원이 편성됐다.

반면 지난해 추경에서는 같은 기금에 861억8900만원을 새로 예탁하도록 편성했다. 기존 차입금과 신규 예탁 편성액의 차이는 약 15억6800만원이다.

올해 세입예산에는 예탁금 원금 회수수입 861억8953만3000원과 이자수입 1억4508만6000원이 반영됐다. 이는 예산상 금액으로 실제 예탁·회수 집행 실적과는 구분된다.

기금 예탁에 따른 이자수익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 심사 당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예탁 금리는 연 2.02%로, 아리수본부 자체 정기예금 금리 3.58%보다 1.56%포인트 낮았다.

시의회는 861억원 규모의 자금을 기금에 예탁할 경우 자체 정기예금으로 운용할 때보다 연간 13억원 이상의 이자수익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순세계잉여금의 세입예산 반영 방식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전년도 결산에서 발생한 순세계잉여금의 세입예산 반영률은 2023년 44.9%, 2024년 37.4%, 2025년 56.2%였다.

시의회는 "잉여금의 일부만 세입에 반영하는 방식이 시급한 사업에 재원을 투입할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회계법 시행령 제16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올해 아리수본부 수도사업특별회계 예산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본예산 1조300억원보다 700억원 증가했다. 장기사용 수도관 정비사업 예산도 692억9800만원에서 998억3200만원으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올해 장기사용 상수도관 111㎞를 정비하고 2028년까지 누수 취약 상수도관 정비에 727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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