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불암, 영면으로…"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파~"[김지현의 게슈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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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게슈탈트'는 현상을 부분이 아닌 전체적 구조와 맥락으로 파악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단편적인 사실들의 나열을 넘어, 사건들 사이에 숨겨진 유기적 연결 고리를 추적하고 그 흐름 속에서 큰 그림을 읽어내는 데 초점을 두는 코너입니다.
그 낭만 안에 배우 최불암이 있다.
세 사람의 묘를 찾아 "혼자 남아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고 최불암은 오늘(11월 2일) 까마득한 후배 동료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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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게슈탈트’는 현상을 부분이 아닌 전체적 구조와 맥락으로 파악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단편적인 사실들의 나열을 넘어, 사건들 사이에 숨겨진 유기적 연결 고리를 추적하고 그 흐름 속에서 큰 그림을 읽어내는 데 초점을 두는 코너입니다. 기자의 개인적인 주관이 담긴 칼럼입니다.
“파~”
Z세대들은 낯설겠지만, 당신이 80년대 이하 출생자라면 단숨에 알아챘을 것이다. 10월 29일,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최불암이 남긴 희대의 유행어다. 역대 드라마 사상 최대 방영 시간 기록을 가진 MBC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은 이렇게 웃었다. ‘파~’. 참으로 순박한 웃음 소리다. 당대 사람들은 이 짧은 한 마디에 왜 그리 웃었을까. 8,90년대를 풍미한 유행어에는 그런 순진함이 있었다. 그 낭만 안에 배우 최불암이 있다.
최불암. 누군가는 한국의 밥상을 소개하는 할아버지로 누군가에게는 농촌 마을 양촌리의 대부로 기억된다. 그러나 고인을 대표하는 명작은 역시 MBC 시리즈 ‘수사반장'이다. 1971년에서 1989년까지, 흑백과 컬러TV를 오고 간 '수사반장'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18년 7개월. 880회라는 대기록을 쓰며 안방극장을 지켰던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은 강력반 형사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최불암은 또 다른 유행을 탄생시켰다. 버버리 코트다. 한 때 한국 형사물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던 '버버리 코트를 입은 형사와 탐정'의 시초가 바로 고 최불암이다. 깃을 세운 바바리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줄 담배를 피우던 최불암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동경을 불러 일으켰다.
버버리 코트와 담배는 박 반장의 분신과도 같았다. 방송 초·중반 박 반장의 고뇌와 현장의 묵직한 분위기를 완성하던 줄담배는 80년대 공공 주도 하에 금연 캠페인이 불면서 사라졌다. 담배를 참으려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물고 볼이 빵빵해진 채 범인을 취조하던 박 반장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반장’은 실제 범죄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구성 됐다. 박 반장은 악독한 범죄자 앞에서는 한없이 냉정하면서도, 가난에 몰려 죄를 지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 앞에서는 뒤에서 홀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형사였다. 박 반장은 급변하는 세상을 쫓느라 여유를 잃고 살던 당대 서민들에게 정의를 위해 고민하며, 끝내 악은 응징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양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범인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또 다른 범죄를 막는 것입니다.”수사물을 표방한 드라마에는 늘 이 대사가 등장한다. 성과에 급급한 동료 경찰들에게 양심적인 경찰이 남기는 촌철살인 대사로 종종 나오는 클리셰 명대사인데 박 반장이 수십 년 전, 흑백TV 안에서 남긴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박해져도 사람이 사람을 버리면 안 되는 법”이라 말하던 박 반장의 말에도 묵직한 철학이 느껴진다.

원조 시청자들이 꼽는 명대사는 1989년 10월, ‘서울은 비’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880회 마지막 방송이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라는 박 반장의 독백이다. 화려하게 발전하는 도시 뒤편에 소외된 사람들을 한 번 더 돌아보라던 박 반장의 나지막한 울림이다. 한편으로는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지능 및 악독 범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미래를 내다 본 대사이기도 하다.
‘수사반장’은 4인방의 우정 드라마이기도 했다. 김상순부터 조경환, 남성훈까지 18년 동안 4인방 형사들은 함께 발로 뛰며 범인을 추적했다.배우들의 우정도 그 만큼 깊어졌다. 안타깝게도 세 배우 모두 박 반장 최불암을 뒤로 하고 하나둘 먼저 세상을 떠났다. 세 사람의 묘를 찾아 “혼자 남아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고 최불암은 오늘(11월 2일) 까마득한 후배 동료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었다. 수사반장 형사 4인방은 다시 하늘에서 만난다.
80년대 뜨거웠던 여름과 차가운 밤거리를 누비던 박 반장의 버버리 코트 자락은 우리 가슴 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수사반장 |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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