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고용지표 주목…코스피 6천선 회복 시험대
증권가 "코스피 6000선 이하 분할 매수 유효"…선행 PER 4배대 저평가 진단
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변동성 지속 전망…외국인 수급·반도체주 흐름이 관건

국내 증시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외국인 매도세로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가운데 다음 주에는 미국 중간선거와 주요 경제지표가 증시 방향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 상황과 제조업·서비스업 경기 흐름이 연말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정으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6000선 아래에서는 주주환원 수익률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다만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외국인 수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단기간에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 美 중간선거·고용지표 발표…정책 불확실성 완화 주목
이달 3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상·하원 중간선거는 국내 증시에도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과 상원에서의 접전 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 추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선거 결과와 별개로 투표가 마무리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선거 이후 정책 방향이 구체화하면서 시장이 관련 변수를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견제는 초당적 기조인 만큼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중심의 압박이 지속되겠지만, 재정 부담 완화에 따른 장기 금리 상방 압력 제한은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다. 3일에는 10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공개된다. 4일에는 급여관리업체 ADP의 10월 민간 고용 변화와 미국 노동부의 9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가 발표된다.
5일에는 10월 ISM 서비스업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오고, 6일에는 10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공개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10월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실업률은 4.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기보다는 균형 수준에서 제한적인 확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용지표는 연말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고용시장의 둔화 속도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코스피 10월 16% 급락…올해 사이드카 55회 역대 최다
국내 증시는 지난달 말 미국 빅테크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6.92포인트(3.48%) 하락한 5730.7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6012.44까지 오르며 6000선 회복 기대를 키웠지만, 29일 5937.66으로 밀린 뒤 이틀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낙폭이 커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도 지수 하락을 키웠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조6168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알파벳과 인텔,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특히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FCF)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 여력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도 미국발 악재를 상쇄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지만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 평가와 미국 기술주 흐름에 따라 주가 움직임은 엇갈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83조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며, 매출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배당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주가 상승 기대도 높였다.
삼성전자 역시 3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주환원 계획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29일 주가가 4.13%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 등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침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코스피의 변동성은 두드러졌다. 지난달 코스피는 16.19% 하락해 월간 기준 역대 일곱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의 월간 하락률 상위 7개 가운데 3개가 올해 발생했다. 7월에는 22.19% 떨어져 역대 세 번째 하락률을 기록했고, 3월과 10월에도 각각 19.08%, 16.19% 하락했다.
반대로 월간 상승률 상위권에도 올해 기록이 다수 포함됐다. 4월에는 30.60% 올라 역대 두 번째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5월과 1월에도 각각 28.44%, 23.97% 상승했다. 올해 들어 급등과 급락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월간 등락률 상위권에 올해 기록이 잇따라 이름을 올린 셈이다.
증시 변동성을 보여주는 사이드카 발동 횟수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는 총 55회 발동됐다.
한국거래소가 현행 기준에 따라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횟수다. 종전 2위였던 2008년 26회의 두 배를 넘었으며, 2020년 7회와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늘었다.
◆ 저평가 진단에도 상승 여력 제한론…6000선 이하 분할 매수 제시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려면 기업 이익 전망에 대한 신뢰와 외국인 순매수세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 연구원은 코스피가 5000선 초반에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거래대금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5000선 초반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라며 "반등 국면에서는 거래 대금 확대를 동반하며 상승하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거래 대금 유입이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의 지속성과 주도주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4배대까지 낮아졌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거론된다. 다만 저평가만으로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내년과 2028년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과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6000선 이하에서 단계적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6000포인트 이하에서는 주주 환원 수익률과 PBR 밸류에이션을 활용해 매력적인 가격대에서 단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기존 반도체 중심 보유와 소부장·ESS를 통한 추가 수익 추구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낮은 밸류에이션에 기업 실적에 대한 할인 요인도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선행 PER 4배 수준의 극단적인 저평가 상황에 도달한 것은 실적 디스카운트가 같이 반영된 결과"라며 "현시점에서는 호재가 등장한다 해도 1차 상단 목표는 보수적으로 6600포인트 이내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변동성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산업의 성장 전망 자체가 달라지기보다는 투자 비용과 수익성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 과정에서 주가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AI경쟁에서 도태되면 AI라는 거대한 물결에서 영원히 이탈할 것이란 판단 때문에 관련 전체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며 "변화의 큰 틀 속에서 작은 변동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신용위험 안정과 외국인 수급 회복을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기존 반도체주 중심으로 보유하면서 소부장?ESS를통한 추가 수익 추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도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외국인 수급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강 연구원은 "AI 자본 제약의 약한 고리인 네오클라우드 실적 발표가 이어져 아직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외국 인 수급 변화로 유동성 환경도 취약하다"면서도 "시장이 다수 악재를 프라이싱하고 있고 중간선거 종료도 불확실성 해소로 작용하는 만큼 점차 심리 반전의 가능성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고채 발행 부담 속 위험회피 심리…채권금리 상승 제한 전망
주식시장 조정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월 국고채 발행 규모를 놓고는 초장기물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와 당국의 발행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다만 미국 빅테크 실적 우려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11월 국고채 경쟁입찰 규모는 12조원으로 10월과 같다. 국고채 조기상환(바이백) 규모는 10월 3조5000억원에서 11월 2조원으로 줄었다.
KB증권은 11월 경쟁입찰 물량이 시장 예상치인 10조~11조원보다 많다고 평가했다.
특히 30년물 발행 규모가 10월 1조8000억원에서 11월 2조원으로 늘어난 점을 들어 초장기물 금리에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30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국내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당장 시장의 주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증시 급락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해외 금융시장 움직임이 국내 채권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국고채 발행 축소 기조가 유지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10월 한 달 동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약 30bp 하락했고, 1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0bp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이후 지속된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 조정이 나타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발행 물량이 10월과 같더라도 10월에 이미 물량을 줄였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며 당국의 국채 수급 관리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발행 축소 자체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정도"라며 11월 국고채 발행 계획을 뚜렷한 약세 재료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채권시장 자체의 수급보다 주식시장이 금리 방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AI 설비투자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고채 금리의 추가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시장 불안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 금리가 반등하더라도 채권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매수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현금흐름이 2분기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점 등을 근거로 두 기업의 채권시장 자금 집행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