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7일에 5경기 뛴 삼성과 3주 쉰 KT...한국시리즈 1차전 앞둔 두 뇌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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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오늘, 두 팀의 달력은 정반대다. 삼성은 7일 동안 다섯 경기를 치르며 대구와 광주를 오갔고, KT는 10월12일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 이후 꼬박 3주 동안 공식 경기가 없었다.
대신 두 뇌가 각자 안고 있는 숙제는 설명할 수 있다.
삼성은 10월26일 대구 1차전부터 어제 5차전까지 일주일 사이에 다섯 경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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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 유리하고 달리면 불리하다. 듣기엔 깔끔한 공식이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어느 쪽이 유리한지 단정하기 어렵다. 대신 두 뇌가 각자 안고 있는 숙제는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달려온 쪽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눌러 주는 판단의 사령탑이 있다. 어려운 판단을 오래 이어 가면 이 사령탑이 지친다. 하루 종일 회의에 시달린 저녁, 운동화 대신 배달 앱을 켜는 손가락을 떠올려 보면 된다.
2022년 프랑스 연구진이 여섯 시간 넘게 어려운 머리 쓰기 과제를 시켰더니, 판단을 맡은 부위에 신호를 전하는 화학물질이 쌓였다. 쓰고 난 뒤 치우지 못한 짐이 쌓이면 뇌는 배터리가 줄어든 스마트폰처럼 절전 모드로 들어가 사령탑을 덜 쓴다는 풀이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쉬운 선택, 당장 이익이 되는 선택으로 기울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 실험은 야구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대상이었고 피로가 쌓이는 쪽만 살폈다. 선수에게 그대로 옮길 수 없고, 푹 쉰 뇌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도 알려 주지 않는다.
이 숙제를 오늘의 무대에 놓아 보자. 삼성은 10월26일 대구 1차전부터 어제 5차전까지 일주일 사이에 다섯 경기를 치렀다. 3·4차전은 광주에서 열렸고, 4차전을 마친 뒤 하루를 사이에 두고 최종전은 다시 대구에서 치렀다. 5전 3선승제가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는 동안 매 경기가 사실상 마지막 경기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이 감각이 뇌의 어느 회로에 어떻게 저장되고 얼마나 빨리 식는지는 아직 연구로 밝혀지지 않았다. 쉬면 유리하다는 믿음을 받쳐 주는 것은 판단 피로 쪽 이야기뿐이다.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라 최대 일곱 경기가 이어진다. 달려온 쪽에는 피로가 이월되는 구조이고, 쉰 쪽에는 리듬이 몇 경기 안에 돌아오느냐의 문제가 된다. 한쪽은 지침을, 다른 쪽은 공백을 들고 들어간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달력 자체보다 그 달력을 다루는 방식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두 숙제 앞에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친 뇌에는 선택의 가짓수를 줄여 주는 것이 첫걸음이다. 지난주 안세영 선수 이야기에서 보았듯 지친 뇌는 익숙한 방식으로 되돌아가려 하니, 전략을 바꾸는 큰 판단은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에 끝내 둔다. 사령탑이 절전 모드에 들어간 뒤에는 미리 정해 둔 순서대로만 움직인다. 식은 뇌에는 시동을 거는 일이 먼저다. 첫 순간 전에 몸에 익은 준비 동작을 늘 하던 순서로 반복해 리듬을 깨우고, 처음 한두 번은 결과보다 박자를 맞추는 데 집중한다. 연구가 직접 검증한 처방은 아니고, 연구에서 끌어낸 상식적 추론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큰 무대일수록 새로운 시도보다 평소 몸에 밴 준비 동작이 주의를 붙잡아 주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낯선 무대에서는 가장 익숙한 동작을 평소 속도로 하는 것이 가장 값싼 선택이라는 뜻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한비자』에 나온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 관중과 고죽국 원정에 나섰다가, 봄에 떠나 겨울에야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었다. 관중이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뒤를 따르자 군대는 길을 찾았다. 새 길을 찾아 헤매는 대신 여러 번 걸어 본 길에 몸을 맡긴 셈이다. 지쳤거나 식어서 길을 잃은 뇌에도 새 묘수보다 익숙한 한 걸음이 먼저일 때가 많다.
다음에 "쉬면 무조건 낫다"거나 "달리면 무조건 지친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려 할 때, 한 번 되물어 보자. 이번 주 가장 중요한 일 하나는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으로 옮기고, 오래 쉬었다 돌아오는 일에는 늘 하던 준비 동작 하나로 먼저 시동을 걸어 둔다. 오늘 내 사령탑이 지친 쪽인지 식은 쪽인지는 퇴근길부터 알아차려 보면 어떨까.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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