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자금으로 임대주택을?”…국민연금이 ‘쌈짓돈’인가

김대영 연금연구회 미래세대네트워크 위원장·세무사 2026. 11.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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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불안을 덜겠다며 노후 불안을 키워도 되는 것일까. 국민연금 기금의 1%를 공공임대주택에 투자하자는 구상에 대한 이야기다.

정부 목표 4%, 연금 요구 7%기대수익 연 5400억 차이공공주택 투자 논의 과정에서 정부 측은 연 4%대, 국민연금 측은 최소 7%의 수익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법 제102조는 공공부문 투자와 복지증진 사업에 기금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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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집값 잡으려다 노후 잡을라, 국민연금 손대는 정치권

● 정부 목표 4%, 연금 요구 7%…기대수익 연 5400억 차이
● “기금 소진 15년 연장”…수익률 1%포인트 높인단 전제
● 연금개혁? 1970년생은 그대로, 2005년생 수익비는 뚝
● 국내 주식 쏠릴수록 韓 경제에 월급도 노후도 함께 ‘흔들’
● 선거 앞두고 주식 한도↑…2030년까지 회의록 비공개
● 눈앞의 유권자에 혜택, 투표권 없는 미래세대엔 청구서

국민연금 기금의 1%를 공공임대주택에 투자하자는 정치권의 구상이 화제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뉴스1
주거불안을 덜겠다며 노후 불안을 키워도 되는 것일까. 국민연금 기금의 1%를 공공임대주택에 투자하자는 구상에 대한 이야기다. 8월 정부·여당이 꺼내 든 카드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연금에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덧붙여졌다. 당시 기준으로 적립금은 약 1800조 원. 1%면 18조 원이다. 여기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 이 돈의 주인은 누구이며, 기대만큼 벌지 못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민연금은 정부의 일반회계도, 정치인의 공약 이행 예산도 아니다. 가입자와 사업주가 낸 보험료에 투자수익을 더해 마련한 국민의 노후자금이다. 물론 오늘날 청년의 주거불안은 심각하고 주택 공급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주거복지가 중요하다고 해서 국민연금이 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개다. 공익이라는 말만으로 용도가 다른 재원의 경계를 허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목표 4%, 연금 요구 7%…기대수익 연 5400억 차이

공공주택 투자 논의 과정에서 정부 측은 연 4%대, 국민연금 측은 최소 7%의 수익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사업구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투자 기간과 위험, 정부 보증 여부, 자금 회수 조건 등에 따라 적정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양측이 제시한 수익률의 차이인 3%포인트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를 예상 투자금인 18조 원에 적용하면 한 해 예상 손실만 5400억 원에 이른다.

가령 임대주택 리츠 방식이라면 임대료 규제와 공실이 수입에 미칠 영향을 살펴야 한다. 유지관리비와 건설비, 금리 부담은 얼마나 될지, 추후 주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원금 보장을 내세운다면 누가 어디까지 보증하며, 그 보증이 국가재정에 어떤 부담으로 돌아올지 짚어야 한다. 수익성이 떨어져 지원이 필요하다면 국회가 관련 예산을 할당하고 국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도외시한 채 국민연금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정책사업의 비용을 숨겨서는 안 된다.

물론 공공주택 투자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국민연금법 제102조는 공공부문 투자와 복지증진 사업에 기금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같은 조항은 기금의 장기 재정 안정을 위해 수익을 최대로 늘리도록 요구하고, 복지증진 사업도 재정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하도록 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정치권이 원하면 투자해야 한다"는 명령으로 바꿔 읽어선 안 된다.

기금의 장기 재정안정성은 이미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해 국민연금법 개정을 '18년 만의 연금개혁'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미래세대 입장에서는 '개혁의 탈을 쓴 개악'에 가까웠다. 보험료를 더 걷기로 했지만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높여 후속 세대가 떠안을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5년 개정법에 따라 보험료율은 2026년 9.5%를 시작으로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이 돼야 13%가 된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2026년 이후 가입 기간부터 즉시 43%가 적용된다. 2025년의 41.5%와 비교하면 1.5%포인트 오른 셈인데, 애당초 2028년까지 40%로 낮아질 예정이었던 만큼 실질적 인상 폭은 3%포인트에 달한다. 보험료 부담은 8년에 걸쳐 높이면서 급여율은 즉시 올린 것이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성과라며 내세운 '기금 소진 15년 연장'에도 숨겨진 조건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하되 운용수익률을 종전처럼 연 4.5%로 유지하면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은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춰진다. 정부의 발표처럼 기금 소진 시점을 2071년까지 늦추려면 운용수익률도 5.5%로 1%포인트 높아져야 한다. 이러한 가정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기금 소진 15년 연장' 등의 표현만 강조하는 방식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연금연구회 관계자들이 2025년 3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연금개혁? 1970년생은 그대로, 2005년생 수익비는 뚝

기금이 소진된 뒤에는 더 무거운 부담이 기다릴 전망이다. 국면연금공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79년 한 해 지급할 연금을 그해 걷는 보험료만으로 충당하려면 보험료율이 39.2%에 달해야 한다. 2033년 도달할 보험료율 13%와의 격차는 무지막지하다. 걷는 돈과 지급할 돈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은 기금 소진 시점을 몇 년 늦춘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미적립부채를 보면 그 규모 역시 막대하다. 미적립부채란 앞으로 지급할 연금에 비해 현재 적립금과 미래 보험료 등으로 마련할 돈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보건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연 4.5%의 운용수익률을 가정할 때 국민연금 미적립부채는 1447조 원에 달한다. 신규 가입자를 어떻게 가정하는지, 추계 기간과 할인율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으나, 재원 부족이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세대별 분석은 더 뼈아프다. 평균 소득자가 40년간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낸 보험료 대비 받는 연금의 비율인 '생애 수익비'는 1970년생은 개정 전 2.93배에서 개정 후 2.90배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반면 2005년생은 2.28배에서 1.75배로 수직 낙하했다. 같은 개혁인데 미래세대의 수익비만 큰 폭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이른바 연금개혁마저 세대 간 불균형을 심화하는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대별 순부담 양상이 어느 정도인지, 기금 소진 이후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 정치권은 국민연금에 여타 정책적 역할까지 떠맡기려 하고 있다.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거듭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1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올렸다. 나아가 투자 비중이 허용 범위를 벗어날 경우 주식을 사고팔아 조정하도록 하는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5월 28일에는 목표 비중을 20.8%로 다시 높였고, 일일 리밸런싱 규모까지 줄였다. 연초 대비 6.4%포인트나 높인 것이다. 이날은 6월 지방선거를 엿새 앞둔 날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만으로 선거를 겨냥한 주가 부양 조치가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금위도 주가 상승으로 2월 말 국내 주식 비중이 24.5%까지 높아진 만큼, 대규모 매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충격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유 비중이 높아질 때마다 목표치를 따라 올린다면, 자산배분 원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목표 비중 변경을 결정한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정치 공세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임금과 일자리는 이미 한국 경제에 묶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립금마저 국내 주식에 지나치게 쏠리면 경기가 나빠질 때 근로소득과 노후자금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국내 주식 투자를 줄인다고 애국심이 부족한 것도, 늘린다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부가 집권하는지와 상관없이 분산투자 원칙에 따라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단기 수익률이 좋다고 재정개혁을 대신할 수는 없다. 관련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26년 6월 말 1865조6000억 원에서 7월 말 1684조2000억 원으로 줄었다. 물론 1~7월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로 여전히 플러스다. 적립금 감소액을 그대로 운용 손실로 볼 수는 없고, 10월 주가 하락만으로 기금 전체의 손실을 추정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작금의 높은 변동성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주식시장의 흐름에 연금의 장기 재정을 전적으로 의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눈앞의 유권자에 혜택, 투표권 없는 미래세대엔 청구서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1월 26일 기금위는 국내주식 비중 조정과 관련한 상세 회의록 공개를 2030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가 근거로 사용됐다. 해당 조항은 기금위 회의 개최 1년 뒤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기금 운용의 공정성이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의결을 거쳐 4년 뒤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 기밀과 시장 보호를 위해 예외를 인정한 것일 뿐, 의혹에 대한 검증을 피하라고 만든 면책조항이 아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공개 유예 사유와 과정 등에 대해 더욱 엄격히 설명해야 했다. 국민연금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요구하면 회의록을 비공개로 제출하도록 한다. 투자 기밀 보호와 민주적 감독은 양립할 수 있다.

선출직 정치인은 눈앞의 선거에만 집중하고, 임명직 공무원은 임기를 마치면 떠난다. 그러나 그들이 내린 투자 결정의 대가는 수십 년 뒤 가입자의 노후에 남게 된다. 주가를 얼마나 떠받쳤는지, 주택을 몇 채 공급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면 안 되는 이유다. 가입자의 돈을 얼마나 적정한 위험 아래 운용하고 그에 걸맞은 수익을 거뒀는지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정책적 임무를 거듭 떠맡기면서 정작 결정 이유는 공개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연기금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권의 개입으로 대가를 치를 세대가 정작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에 성인이 되는 세대는 이번 연금개혁과 투자정책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기 전망에 따르면 가입자는 2025년 말 2181만 명에서 2030년 말 2051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연금 수급자는 2030년 약 1006만 명으로 늘어난다.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구조다. 기금 소진이 곧 지급 중단을 뜻하지는 않는다지만, 적립금이 바닥나면 그해 걷는 보험료와 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 누가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살피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거불안을 덜겠다며 노후자금을 낮은 수익에 묶어두거나, 당장의 시장 안정을 위해 장기투자 원칙까지 바꾸면서 청년을 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눈앞의 유권자에게는 더 많은 주택과 더 높은 주가, 더 두둑한 연금을 약속하면서 그 비용은 투표권조차 없는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 이것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연금 포퓰리즘'이다.

공공임대주택 투자는 국회와 정부가 재정 책임을 분명히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무엇보다 독립적 투자 심사를 거쳐 위험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자산배분 변경의 판단 근거는 사후에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재정추계에도 미적립부채와 세대별 부담을 함께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2025년 연금개혁 역시 기금 소진을 몇 년 늦췄는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대 간 부담은 공정한지, 제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치인의 오늘을 빛낼 쌈짓돈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내일을 지킬 노후자금이다.

김대영 연금연구회 미래세대네트워크 위원장·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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