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군의 ‘눈’부터 노렸다… 5억 달러 사드 레이더 파괴
미 防空網 무력화→항공기·격납고·통신시설·병사 생활공간으로 확대
미군 구조물 274개 피해 확인…기지 재건 제외한 전비만 471억 달러(63조 원)
1일 트럼프 “이란의 남은 핵시설 한두 곳, 10분이면 타격 가능” 주장
이란은 중동의 미군 기지와 시설을 공격하면서, 미군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조기경보 레이더와 방공(防空) 탐지 시스템부터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AP 통신은 10월31일, 전쟁 발발(2월28일)부터 지난 8월말까지 6개월간 미군 기지·시설·항공기 등에 대한 피해 상황을 담은 위성 사진들을 조사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와는 별도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수만 장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란은 공격 순서를 조율하고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을 찾아내 방공 시스템이 요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장비들 먼저 무력화(無力化)하거나 약화한 뒤 항공기와 격납고·창고·통신시설·연료저장소·병사 생활공간 등으로 타깃을 확대했다. 미군 기지의 방어 능력을 먼저 흔들어 놓고, 이어 기지를 실제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공격했다.
그동안 민간 위성영상 찰영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동 지역 미군 기지의 피해 영상 공개를 차단하거나 지연했다. 이 탓에, 미국 언론도 공격 직후 피해 상황을 즉각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AP가 이번에 공개한 피해 규모는 에어버스가 소유한 원애틀라스(OneAtlas) 등에서 확보한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것이다.

AP는 8월까지 이란혁명수비대와 민병대가 주도한 드론·미사일 공격 중 115회 이상이 중동의 미군 기지와 미군 장비가 배치된 시설 26곳의 구조물에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피해 발생 국가는 쿠웨이트·바레인·이라크·요르단·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였고, 특히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 피해가 컸다.
한편, 이란 전쟁을 수행하는 미 중부 사령부는 ‘작전보안’을 이유로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AP에 “미군 병력과 기지가 잘 보호되고 있으며 미국 군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이튿날, 요르단 기지의 5억 달러짜리 레이더 파괴돼
전쟁 초기 이란이 미군의 탐지 시스템을 집중 공격했다는 사실은 3월 1~2일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 육군의 AN/TRY-2 레이더가 파괴된 점에서도 확인된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에 사용되는 레이더로, 적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고 비행 궤적을 추적해 요격 체계에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장비다. CNN이 2025년 미국미사일방어청 자료를 인용한 가격은 대당 4억8500만 달러였고, AP는 5억 달러로 보도했다.
AP는 이 AN/TRY-2 레이더는 미 육군도 전세계적으로 보유한 수량이 13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2m 길이의 트레일러 5대에 나뉘어 배치돼 있다. 우리나라 성주군의 주한미군 사드 포대에도 배치돼 있다. 주한미군의 이 레이더는 3월17일 성주 기지 위성사진에서 남아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AN/TRY-2 레이더는 고가(高價)일 뿐 아니라 수리·대체가 어렵다. 이란은 미군의 공격 탐지·대응 능력을 약화시켜 후속 공격의 성공률을 높였다.

이란은 또 비슷한 시기에 쿠웨이트의 캠프 아리프잔과 바레인의 해군지원시설에 배치된, 미 레이더 시스템을 보호하는 구조물을 파괴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의 이동식 레이더도 공격했다.
또 카타르가 2013년에 11억 달러의 구매 계약을 맺고 미국에서 들여온 레이더도 심각하게 파손됐다. AP는 “이 특정 레이더는 중동에 존재하는 유일한 레이더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주일 뒤엔 사우디 기지의 조기경보통제기 파괴돼
미군의 탐지체계를 겨냥한 공격은 항공기와 항공작전 시설로 이어졌다. AP는 전쟁 첫 달 동안 이란은 미군 항공기와 관련 시설이 있는 18곳을 50여 회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분석했다.

3월2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주기(駐機)돼 있던, 미군의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가 이란 공격으로 기체 후방 절반이 완전히 파기됐다. 공중급유기 2대도 손상을 입었다. 공중급유기는 항공기의 작전 반경과 체공(滯空)시간을 늘리는 데 필수적이다.
10월 5일 갱신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서 항공기 15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알다프라 공군기지도 공격을 받았다. 아부다비에서 남쪽으로 약 32㎞ 떨어진 이 기지는 전쟁 초기부터 여러 차례 공격 대상이 됐다.
이 지역의 군사 관계자는 AP에 항공기 격납고 등 기반시설뿐 아니라 조기경보 레이더와 감시 드론도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피해는 쿠웨이트 미군 기지
AP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는 최소 30차례 공격을 받았다. 그 결과 항공기 격납고 15곳 이상과 창고 여러 곳, 인근의 일반 주거지역 건물 10채가 파손되거나 파괴됐다.
이란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1일 쿠웨이트 남부 슈아이바 항구의 미군 전술작전센터를 드론 공격해 미군 병사 6명이 숨졌다. 이란 전쟁에서 미군이 입은 가장 치명적인 단일 공격이었다.
쿠웨이트의 캠프 부에링은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보다도 더 심각한 손실을 입어, 격납고 대부분이 사용 불능 상태가 됐다. 이 곳의 체육관·식당·매점 등 장기 주둔 미군 병력의 생활에 필요한 시설물 30여 곳은 3월부터 7월까지 계속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미 해군 제5함대의 핵심적인 거점인 바레인 미 해군지원시설도 전쟁 초기부터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됐다. AP는 7월 23일 위성영상을 보면 이곳의 위성통신 시스템과 창고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확인된다고 밝혔다. 통신체계의 손상은 지휘통제와 작전 지원에 부담을 준다.
AP가 확인한 피해는 레이더와 항공기를 시작으로, 격납고·통신시설·창고·연료시설·병력 숙소 등 광범위하다. 이런 구조물은 실제 군사작전에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복수의 건물이 파손되면, 기지가 본래 수행하던 기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결국 미국은 페르시아만에서항공기와 방공체계, 통신체계 등 상당수 주요 자산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그러나 주요 자산을 이란의 사정거리 밖으로 이동시키면 즉각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
랜드(RAND) 공공정책대학원 국가안보 프로그램 책임자 라파엘 코언은 AP에 “테러와의 전쟁 때처럼 고정된 기반시설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심각한 경고(a wake-up call)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WSJ “첫 6개월간 24개 시설에서 구조물 274개 피해”
한편, AP와는 별도로 전쟁 첫 6개월간의 미군 기지 피해 상황을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위성 영상과 이란군 발표, 미국 당국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미군이 주둔하거나 미군이 사용하는 중동의 시설 24곳에서 구조물 274개가 피해를 입었다고 10월 30일 보도했다.
WSJ는 유럽우주국(ESA)에 제공한 저해상도 위성사진 수만 장을 분석했으며, 전쟁 첫 2주 동안 미군 13개 시설에서 최소 119개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특히 이란이 7월17일 요르단 사막에 위치한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의 미군 숙소를 야간 공격해, 숙소 건물 19개 이상이 파괴되고 미군 병사 3명이 숨진 것에 주목했다. 같은 주에 역내 다른 여러 미군 기지의 숙소 건물들도 공격을 받았다. WSJ는 “공격 순서를 조율하고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이란의 능력이 향상됐음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WSJ에 밝힌 미군 기지의 구조물 피해액은 50억~150억 달러선. WSJ와 위성영상을 함께 검토한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장비와 시스템 교체 비용을 뺀,구조물의 재건 비용만 4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10월 16일 기준으로 미 국방부가 밝힌 전비(戰費)는 471억 달러(약 63조 원)였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예산(65조 8642억 원)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여기엔 기지 복구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WSJ는 일부 기지는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 사용하거나 동맹국 소유 시설이어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과 복구 비용 분담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 운용 방식에 대한 “심각한 경고”
3월 13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미사일 부품 제조 기업을 포함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 전체가 사실상 파괴됐다”고 말했다. 4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미사일은 거의 다 소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WSJ 분석에 따르면, 미군기지를 보호하는 기반시설인 레이더, 미사일 방어 및 통신 시스템 등15개가 넘는 구성 요소가 이미 피해를 입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8월 24일 “이란에 일부 능력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전혀 비슷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1주일 뒤인 9월1일 이란은 페르시아만이 아닌 요르단 아카바항의 캠프 티틴(Titin)을 미사일 공격했다. 미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는 곳이었다.
트럼프대통령은 1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피카액스 마운틴(Pickaxe Mountain)을 포함해 처리해야 할 시설이 한두 곳 남아 있지만, 우리는 10분 내에 처리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계획도 있고, 매우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은 테헤란 남쪽 220㎞에 위치한 이 산 지하 100m 이상의 깊이에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 6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보관시설 등이 은닉돼 있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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