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작품의 뿌리를 찾아서…아버지 서세옥과 성북동 한옥 ‘무송재’
서세옥·서도호 첫 공동 전시…12월 20일까지
성북동 한옥 ‘무송재’로 이어진 두 예술세계

반투명한 천으로 지은 집들이 길게 이어지고, 관람객들은 안쪽을 거닐며 벽 너머로 비치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마주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전시 풍경이다. 세계 곳곳에서 경험한 집들을 작품으로 옮겨내는 그의 작업 세계는 어떤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서울 성북구립미술관은 오는 12월 20일까지 특별전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를 개최한다. 한국 수묵추상의 거장 서세옥(1929~2020)과 그의 아들 서도호(1962~)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첫 전시로, 지난달 20일 개막한 제1회 성북아트위크의 핵심 무대다.

종이위에되살린아버지의집
미술관 2층의 1부 '집, 사유와 기억의 공간'은 집에 얽힌 기억을 다룬다. 서세옥에게 성북동 한옥은 단순한 거처를 넘어, 조선시대 문인화가들의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담긴 공간이었다. 실제로 그는 집 안에 괴석과 불상 등 자신이 아끼는 기물들을 두고 그림으로 옮기며 지냈다. '수선과 괴석', '영지와 괴석' 등에서는 먹과 간결한 선으로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려 했던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에게 예술적 영감이 되어주었던 집은 훗날 아들 서도호의 작품으로 다시 등장한다. 집 안팎의 사물들을 손으로 문질러 형태를 떠낸 탁본 프로젝트 '러빙/러빙(Rubbing/Loving)'이다. 대상을 반복해서 어루만지는 행위에 애정의 의미를 담은 작업으로 문고리와 현판, 석조물 등 무송재 곳곳의 흔적을 종이 위에 옮겼다.

먹과실로이은사람들
3층으로 이어지는 2부 '사람과 존재, 이어지는 시간'에서는 집에서 사람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서세옥의 대표작 '인간' 연작과 서도호의 실 드로잉이 나란히 전시돼, 두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탐구한 인간의 모습과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1950~60년대 전통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서세옥은 인간을 얼마나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얼굴이나 옷차림 등 구체적인 특징은 덜어내고 몇 개의 먹선으로 만든 형상을 반복하거나 겹쳐 다양한 움직임과 관계를 표현했다. 한자 '人'을 닮은 형상이 층층이 쌓인 '기다리는 사람들'(1978)은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아버지는우리시대마지막선비화가"
전시장 한편에는 서도호의 짧은 인터뷰 영상도 마련돼 있다. 아들이자 후학, 후배 작가로서 오랫동안 지켜본 아버지를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 화가"로 회고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서도호의 30여 년 작업 세계를 만났다면, 성북동에서 그를 성장시킨 공간과 아버지의 예술세계까지 한층 깊이 들여다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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