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영농형 태양광] 태양광과 농업,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 2026. 11. 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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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태양전지판을 세운 농지가 늘면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태양전지판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밑에서 농작물도 키우는 영농형 태양광(Agrivoltaics)이다.

태양전지판 밑에서 자란 브로콜리는 빛이 감소할수록 잎을 더 많이 만들어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브로콜리가 일조량 감소에 적응해 광 이용 효율을 빛 투과율이 50%인 태양전지판에 최대 4.5배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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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카르보 프레스트가르드 농장의 반투명 보라색 태양전지판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브로콜리. 생장 속도는 다소 느렸지만, 수확량은비슷했다. /사진 스웨덴 멜라르달렌대

신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태양전지판을 세운 농지가 늘면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수지가 안 맞는다고 땅을 놀리는 것보다 낫다는사람도 있지만, 농지 감소로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다. 스웨덴 과학자들이 태양광발전(發電)과 농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전지판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밑에서 농작물도 키우는 영농형 태양광(Agrivoltaics)이다.

스웨덴 멜라르달렌대의 피에트로 엘리아 캄파나 교수 연구진은 “반투명 보라색 태양전지판 밑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한 결과, 가림막이 없는 노지에서 키운 것보다 햇빛을 더 효율적으로 흡수했다”고 10월 2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태양전지판 밑에서 자란 브로콜리는 햇빛 이용 효율이 4.5배나 증가했다. 덕분에 다 자라기까지 25일이 더 걸렸지만, 최종 생산량은 노지와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태양광으로 전기도 생산하기 때문에 토지이용 효율은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광합성에 필요한 빛만 통과시켜

스웨덴 과학자들이 농경지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기 생산과 작물 재배를 동시에 수행한 비결은 간단하다. 태양전지에 들어오는 햇빛 일부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나머지 빛은 작물로 보내는 것이다. 짙은 파란색인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판은 불투명해 그 아래에서 농작물을 키우기 힘들다.

연구진은 반투명 카드뮴 텔루라이드(CdTe) 박막 태양전지판을 만들어 대표적인 노지 작물인 브로콜리 농장에서 시험했다. 태양광 패널은 가로세로 20m 크기였다. 보라색인 이 태양전지판은 식물의 엽록소가 광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파장의 빛인 청색광과 적색광을 아래로 통과시킨다.

2024년 재배 시험 결과, 보라색 태양전지판 아래는 노지보다 일조량이 다소 감소했다. 그 결과 노지에서는 79일 지나면 브로콜리를 수확했지만, 태양전지판 밑에서는 104일이 걸렸다. 하지만 생산량은 비슷했다.

태양전지판 밑에서 수확한 브로콜리는 무게나 크기가 노지에서 수확한 것에 비해 별 차이가 없었다. 태양전지판 아래에서 자란 브로콜리는 노지 재배와 비교해 영양소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작물이 빛이 줄어든 데 적응했기 때문이다.

태양전지판 밑에서 자란 브로콜리는 빛이 감소할수록 잎을 더 많이 만들어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브로콜리가 일조량 감소에 적응해 광 이용 효율을 빛 투과율이 50%인 태양전지판에 최대 4.5배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반투명 태양전지판은 브로콜리에 가는 빛을 줄였지만 수분 손실은 막았다. 낮에 브로콜리의 수분 증발량이 줄어 상대습도가 높게 유지됐다. 연구진은 고온·건조 환경에서 태양전지판이 브로콜리의 수분 손실과 기후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1 실리콘 태양전지판 사이에서 풀을 뜯는 양. 미국에서는 주로 태양전지판 사이 빈 공간에 가축을 풀어놓는영농형 태양광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Enel Green Power 2 유럽에서는 태양전지판을 높이 설치하고 그 밑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 발전했다. 과수원에서는 태양전지판이 과도한 햇빛과 우박으로부터 과일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 /사진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

농사용 전기 얻고, 부수입도 가능

무엇보다 태양광발전과 작물 재배를 동시에 하면 토지이용 효율이 18% 증가했다. 기존 태양광발전소나 농작물만 키우는 농지보다 전력 생산과 농작물 생산량이 각각 좀 적어도 둘을 합하면 토지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의미다.

일반 실리콘 태양전지판은 햇빛 중 전기로 바뀐 비율을 말하는 광전변환 효율이 20% 이상이다. 카드뮴 텔루라이드 박막 태양전지판은 그 수치가 7.2%로, 실리콘 태양전지판의 3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더 낮은 경사도로 세우고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어 발전량은 69.1%까지 나왔다.

작물 수확량은 박막 태양전지판 아래가 노지의 81.8% 수준이었다. 여기에 전지판틀이 차지하는 토지 손실률을 40%로 따지면 기존보다 49.2% 생산성을 거둘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태양광발전과 농작물 재배를 합하면 토지이용 효율이 1.18이었다. 농지 1㏊(헥타르·1만㎡)에서 영농형 태양광으로 얻은 브로컬리와 전기를 따로 생산하려면 약 1.18㏊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사 대상도 다른 작물로 확장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은 2024년 순무와 바질, 상추, 청경채, 생강, 고구마, 피망,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이 반투명 태양전지판 아래에서 수확량이 유지되거나 올랐다고 밝혔다.

캄파나 교수는 “태양전지판이 만든 전기는 관개나 냉장 보관에 사용해 농가의 전기 요금을 절감하고 추가 수입원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에 시험한 시스템이 시제품이어서 더 큰 규모로 장기간 재배 시험을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미국은 목장, 유럽은 농장·과수원서 성과

영농형 태양광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각자 사정에 맞춰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기존실리콘 태양광발전소에 양을 방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양이 풀을 먹어 제초 비용을 줄이고, 태양전지판 그늘은 가축이 더위를 피할 공간이 된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태양전지판을 높이 설치하고 그 밑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 발전했다. 과수원에서는 태양전지판이 과도한 햇빛과 우박으로부터 과일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는 농장에서 지상 약 5m 높이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고 그 밑에서 감자, 밀, 셀러리, 클로버 등을 재배하는 시험을 했다. 독일 연구진은 2018년 폭염기에 과도한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 덕분에 셀러리 수확량은 노지보다 12%, 밀은 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투명 태양전지 방식은 농업 생산량을 더 높이는 최신 영농형 태양광 기술이다. 스웨덴 연구진은 이번에 세계 최초로 일반 노지에서 식물에 적합한 파장을 선택하는 태양광발전으로 전기 생산과 작물 재배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국내에서도 연말에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발전을 하도록 허용하는 영농형 태양광법이 시행된다. 부지 80% 이상은 농사를 지어식량 안보를 챙기면서 농가와 지역에 발전 수입이 돌아가도록 사업 주체를 농촌 주민 중심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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