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의 역설…GDP에서 ‘노동 몫’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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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탄 반도체 초호황으로 기업 이익은 급격히 불어났지만 노동 몫의 배분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18년 반도체 호황 때는 기업과 노동 몫의 차이가 3%포인트를 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1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분기마다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그 성과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신속하게 살펴보기 위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선행연구 방법론에 따라 분석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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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6.8%p↓…기업 몫은 52% 최고
기업 이익 느는 만큼 임금 못 따라가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탄 반도체 초호황으로 기업 이익은 급격히 불어났지만 노동 몫의 배분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 경제가 연 3.6% 이상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유력해진 가운데, 양극화를 완화할 적극적인 일자리 투자가 필요하단 제언이 나온다.
1일 한겨레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국민계정(계절조정)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 몫’에 해당되는 피용자보수가 차지한 비중은 41.1%로 나타났다. 1년 전(47.9%)보다 6.8%포인트 낮아졌으며, 분기별 수치를 비교할 수 있는 2010년 이후 최저였다. 피용자보수는 임금에 사용자가 내는 사회보험료 등을 더한 것이다. 반면 기업 및 자영업자가 자본을 투자해 얻은 소득인 총영업잉여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43.9%에서 51.9%로 뛰면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피용자보수 비중은 2010년 1분기 43.2%에서 13년간 서서히 올라 2023년 48%대에 이르러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반도체 초호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 46.8%에서 올해 2분기 41.1%로 반년 만에 5.7%포인트 급락했다. 2016~2018년 반도체 호황 때는 기업과 노동 몫의 차이가 3%포인트를 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1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은은 연간 단위로 연말에 피용자보수비율(노동소득 분배율)을 발표한다. 국내에서 창출되는 총생산에서 자본재의 감가상각 등을 제외한 국민소득(NI) 가운데 피용자보수와 총영업잉여 비율을 따지는 식이다. 이번에는 분기마다 발표되는 지디피를 분모로 피용자보수 비중을 측정해봤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분기마다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그 성과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신속하게 살펴보기 위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선행연구 방법론에 따라 분석한 수치다.

경기가 나빠 임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상반기 피용자보수는 1년 전보다 7.9% 늘었지만, 영업잉여가 38.7% 급증하며 지디피 자체를 끌어올리면서 상대적인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는 고용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업종인데다, 이번 초호황에선 메모리 수출 단가가 급등하면서 이익 대부분이 영업잉여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당장 3분기에도 노동 몫의 비중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업 이익은 제품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늘지만, 임금은 연 1회 임금협상과 이듬해 성과급 지급을 거쳐 뒤늦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급이 풀리는 내년 1분기에 노동 몫이 반등할 수 있지만, 그사이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초 노동 몫의 수치가 반등하더라도 주요 대기업 원청의 성과급 인상에 그쳐 수혜 계층이 지극히 한정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메모리 기업 원청 직원의 1인 평균 급여는 1억4천만원이지만, 상장 협력사 15곳은 2900만~5100만원에 그쳤다. 한은은 최근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성과급과 배당이 주로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높인다고 전망한 반면, 중·저소득층의 구매력 개선은 정부의 가계 이전지출 확대와 환율 하락에 달려 있다고 봤다.
구조적으로는 성장이 고용과 노동소득으로 이어질 투자를 해야 한단 제언이 나온다.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신규 채용 감소, 고용 불안정에 대응하려면 사람에 대한 투자가 다음 성장의 기반이 돼야 한다”며 반도체 특수에 따른 세수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인재 양성에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신규 채용 청년에겐 경력 쌓을 기회를 주고, 중장년에겐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이익이 해당 업종에만 갇혀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데,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이를 풀어나갈 수 없다”며 “초호황으로 확보한 재정을 실업급여, 인공지능 전환 직업훈련, 정부 직접 일자리 등 일자리 관련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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