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메모리…삼전닉스 최대 실적 때 인텔 시총 189조 증발

이민아 기자 2026. 11. 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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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부상했던 인텔이 하루에 30% 가까이 급락하며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샌디스크(―13. 5%), AMD(―10.9%) 등 다른 AI 기업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동안 인텔은 PC 시장 위축과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에 직면했다.

1980년대 중반 D램 사업에서 철수하고 중앙처리장치(CPU) 중심 기업으로 변모한 인텔은 이번에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악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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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주가 29% 폭락, 52년 만의 최대 하락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PC 사업 부진 원인
인텔 CEO “메모리 값, 매우 심각한 문제될 것”
‘AI 쩐의 전쟁’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 커져
“앤스로픽 IPO 이후 신용등급 투기등급 가능성”
2일 코스피 영향 촉각…빅테크 실적 발표 이어져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26’ 인텔 부스에 주요 5G 플랫폼이 전시돼 있다. 2026.3.3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부상했던 인텔이 하루에 30% 가까이 급락하며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샌디스크(―13. 5%), AMD(―10.9%) 등 다른 AI 기업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AI 수익성과 과도한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동안 인텔은 PC 시장 위축과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에 직면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양날의 검’이 돼 같은 반도체 산업에서조차 기업 간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메모리 호황, PC용 CPU엔 악재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인텔 주가 하락률 28.58%는 1974년 7월 5일 이후 52년 만의 최대 일일 낙폭으로 꼽힌다. 시가총액 약 1400억 달러(약 189조 원)가 하루 만에 증발했다. 52년 전에는 오일쇼크 이후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었다. D램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인텔도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타격을 받았다고 1975년 연차보고서에서 설명했다.

52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980년대 중반 D램 사업에서 철수하고 중앙처리장치(CPU) 중심 기업으로 변모한 인텔은 이번에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악재가 됐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65억 달러(약 22조2750억 원),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어난 약 25억 달러(약 3조3750억 원)로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4분기 매출 전망치가 150억~160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70억 달러를 밑돌았다.

실적 전망 악화의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따른 PC 사업 부진이 있다. 3분기 PC 사업 매출은 81억 달러(약 10조9350억 원)로 전 분기보다 9%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PC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 가격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인텔의 CPU 수요까지 압박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 PC 출하량이 올해 12%, 내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메모리”라며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올랐다. 2027년에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I ‘쩐의 전쟁’ 불안감…“앤스로픽 투기 등급 가능성”

인텔을 비롯한 빅테크 실적 발표는 AI발 ‘쩐의 전쟁’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재차 자극하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AI 인프라 투자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에쿼티 아머 인베스트먼트의 조 티게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P통신 등을 통해 “시장이 AI 투자에서 막연한 ‘희망과 꿈’의 단계를 지나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쇼 미(show me)’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의 121.4%를 투자에 썼다고 밝히자 29, 30일 이틀간 13.9% 급락했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AI 인프라에 썼다는 의미다. 알파벳은 올해에만 최대 2050억 달러(약 276조7500억 원)를 투자에 쓸 계획이다.

이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AI 성장 기대감을 높였던 앤스로픽마저 자금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앤스로픽의 IPO 이후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인 ‘BB’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에게 전한 내용을 보도했다.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으면 조달 금리가 치솟는다. 앤스로픽이 반도체 등에 쓸 8000억 달러(1069조 원) 규모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반도체주 쏠림이 큰 한국 증시도 이달 첫 거래일인 2일 장이 열리면 인텔 주가 폭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에 상장된 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7.95% 급락했다. 다만 직전 거래일 코스피가 3%대 하락 마감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반등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은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의 AI에 대한 불안과 기대 중 어느쪽을 자극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 시간으로 이달 3일에는 애플이, 4일에는 AMD가 실적을 발표한다. 5일에는 ARM과 퀄컴이, 18일에는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가 대기 중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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