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35개국 톱10 찍고 1.6% 추락…‘너 말고 다른 연애’가 놓친 사랑의 판타지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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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제법 그럴듯했다.
KBS 2TV 토일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가 자체 최저 시청률 1.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종영을 앞뒀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너 말고 다른 연애' 13회는 전국 가구 기준 1.6%를 기록했다.
'너 말고 다른 연애'가 놓친 것은 바로 그 사랑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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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토일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가 자체 최저 시청률 1.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종영을 앞뒀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너 말고 다른 연애’ 13회는 전국 가구 기준 1.6%를 기록했다.
처음부터 외면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지난 9월 12일 첫 방송에서 2.6%로 출발해 이튿날 2회에서는 2.8%까지 상승했다. 이후 7회까지 2%대를 유지하며 나름의 시청층을 확보하는 듯했다.
특히 OTT에서의 출발은 화려했다. 지난 9월 15일 기준 글로벌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쇼 부문 세계 5위에 올랐고,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브라질에서는 2위에 오르는 등 무려 35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도 웨이브와 쿠팡플레이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했고, 키노라이츠 콘텐츠 통합 랭킹 2위, TV·OTT 통합 화제성 4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동시에 끌어낸 만큼 마니아 드라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8회에서 처음 1%대로 떨어진 시청률은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급기야 종영을 하루 앞둔 13회에서는 1.6%까지 추락하며 자체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체 최고였던 2회 2.8%와 비교하면 무려 1.2%포인트, 약 43%나 감소한 수치다.
서강준과 안은진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에 10년 차 장기 연애 커플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룬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익숙함과 설렘 사이에서 흔들리는 연인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면 충분히 마니아층을 확보할 만한 작품이었다.

극 중 10년을 사귄 남궁호(서강준)와 이미도(안은진)의 위기는 단순한 권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서로를 위해 희생해 왔다고 믿었던 두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한 상처와 죄책감이 쌓여 있었다. 이미도는 다른 남성과 입을 맞췄고, 남궁호는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무너진 신뢰와 억눌린 감정이 폭발한 끝에 두 사람은 각자 한 달간 다른 사람과 연애하기로 한다.
이유는 복잡할지 몰라도, 그들이 선택한 해결 방식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오래된 사랑에 가려졌던 자아를 발견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해법이 하필 ‘다른 사람과의 연애’여야 했을까.
누구나 사랑에 권태를 느낀다. 오랜 연인에게 익숙해지고, 때로는 다른 이성에게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그 흔들림을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혼한 부부의 일탈과 미혼 연인의 일탈은 판타지가 작동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책임에 묶인 관계에서 금지된 사랑은 때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판타지가 된다. 그러나 미혼 연인은 다르다.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면 헤어지면 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자유가 있다. 그 자체로 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너 말고 다른 연애’는 이 당연한 자유를 마치 금기를 깨는 짜릿한 일탈인 양 내세웠다. 10년을 사귄 연인이 서로에게 다른 사람과 연애하고 돌아오라고 제안한다. 제작진은 이를 파격적인 사랑의 실험이자 대리만족의 판타지로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대중이 로맨스에서 꿈꾸는 낭만은 그 반대편에 있다.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데 헤어지지 않는 것.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연인을 선택하는 것. 익숙함에 설렘이 희미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면서도 함께 쌓아온 시간을 지키는 것. 어떤 제도적 구속도 없는 관계에서 오직 사랑만으로 서로를 선택하는 일이야말로 미혼 연인의 진짜 로맨스 판타지 아닐까.
사랑에도 최소한의 품격은 있다.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면 헤어지면 된다. 싱글에게 이별은 죄가 아니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 역시 자유다.
그런데 10년 사귄 연인은 놓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의 가능성까지 확인하겠다는 건 무슨 심보인가. 새로운 사랑이 더 좋으면 떠나고, 아니면 익숙한 사랑으로 돌아오겠다는 것인가. 결국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모든 선택지를 쥐고 있겠다는 계산이다.
이건 낭만적인 일탈도, 성숙한 사랑의 실험도 아니다. 오히려 관계의 신뢰를 오염시키는 치사한 거래에 가깝다. 오래된 연인은 보험이 되고, 새로운 연인은 시험대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마음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한다.

물론 파격적인 연애관을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실패작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불편한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질문하는 드라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 불편함을 납득시킬 만한 인물의 서사와 감정적 설득력이다. ‘너 말고 다른 연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장기 연애의 현실적인 고민은 점차 사라지고, 네 남녀의 감정싸움과 자극적인 갈등만 반복됐다. 급기야 지난달 18일 방송에서는 이미도가 상대 남성에게 성추행과 강제 탈의를 언급하며 위협하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부적절한 대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극본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이쯤 되면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강준과 안은진은 복잡한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시청자가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절절한 감정 연기도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13회에서도 네 사람의 관계는 끝내 정리되지 못했다. 남궁호와 이미도가 각자의 다른 연애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한태승과 박수아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태승은 이미도를 붙잡았고, 박수아는 남궁호에게 그가 이미도와 결혼하더라도 곁에 남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랑의 본질을 찾겠다던 실험은 결국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감정의 수렁이 됐다. 초반 글로벌 OTT에서 거둔 성과가 더욱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신선한 문제의식과 화려한 배우진,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확보하고도 정작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갈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랑을 새로운 판타지로 제시하려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의 판타지는 무수한 선택지를 쥐고 있는 데서 탄생하지 않는다. 그 많은 가능성 가운데 기꺼이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데서 완성된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유보다, 그 자유를 쓰지 않기로 한 선택이 더 낭만적일 수 있다.
‘너 말고 다른 연애’가 놓친 것은 바로 그 사랑의 미학이다. 사랑의 자유를 이야기하려다 사랑의 책임을 지워버린 드라마. 과연 마지막에는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최종회는 오늘(1일) 오후 9시 2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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