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조직에 78억’? 빛의 위원회 의혹 따져보니
대통령령 따라 설치된 공식기구…위원 명단·주요 회의 안건도 확인
올해 48억·내년 78억 예산은 사실…홈페이지 부재는 별개의 문제

대통령 직속 ‘빛의 위원회’에 올해 48억원, 내년 7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위원회가 어떤 조직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위원회의 사무실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물은 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31일 스레드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수상한 대통령 직속 빛의 위원회. 올해 예산 48억, 내년 예산 78억원입니다”라며 “공식 홈페이지조차 없어 위원 명단이나 회의 내용 등 어느 하나 공개된 게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에 저런 예산이 사용되는 거 보고만 있을 겁니까”라고 덧붙였다.
게시물에는 “특활비 빵원”, “이름은 빛인데 하는 짓이 어둠의 소굴”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위원회가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에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을까.
확인 결과 빛의 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 공포된 대통령령 제36178호 ‘빛의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설치된 공식 정부 기구다. 위원회 설립 과정도 공개됐다. 정부는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설치 규정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설치 목적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에 항거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국민의 공헌을 기리고 관련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다. 대통령령은 계엄 저항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빛의 인증서’를 수여하는 사업, 관련 사료의 조사·수집·보존·연구, 국가기념일 지정 검토, 기념행사와 교육·홍보 사업 등을 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7월 13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장은 박미경 전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6일 박 위원장을 지명했고 청와대는 이를 공식 발표했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최대 35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부처 장관 등 당연직 위원 10명과 대통령이 위촉하는 민간위원 최대 25명이 참여하는 구조다. 출범 당시 민간위원 15명이 위촉됐고, 9월에는 민간위원이 2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 명단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9월 17일 뉴데일리는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민간위원 20명의 명단을 보도했다. 박미경 위원장 외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강신섭 변호사,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 등이 포함돼 있다.
위원회 예산에 관한 게시물의 주장은 사실에 가깝다. 올해 위원회에 편성된 예산은 48억5100만원이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78억8200만원이 반영됐다. 올해보다 30억3100만원 증가한 금액이다. 두 해의 예산을 합하면 127억3300만원에 이른다.
구분해야 할 점은 2027년도 예산이 아직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되거나 삭감될 수 있다. 현재 편성된 예산 전체가 이미 위원회에 지급됐거나 집행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렇다면 위원회의 활동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을까.
정부는 지난 7월 13일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와 정책브리핑을 통해 위원회 제1차 회의 내용을 발표했다. 위원회 운영 세칙과 ‘빛의 혁명 기록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했고, 기념일 지정과 상징물 설치, 공모전, 시민 토론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담겼다.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이나 심의 안건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정보공개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일정부분 근거가 있다. 위원회에는 별도의 공식 홈페이지가 마련되지 않아 일반 시민들이 위원회 구성과 활동을 한곳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민간위원 명단 역시 정부가 일반 시민에게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대통령 직속 기구의 정보공개 방식으로 충분한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10월 19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4건의 일반용역에 총 8억8150만원의 발주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빛의 혁명 2주년 기념행사’에 4억8950만원, 상징 굿즈 개발에 1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전 설계와 기록집 발간을 위한 연구용역에도 각각 예산을 배정했다. 이 금액은 발주 요청액으로 실제 계약금액이나 집행액과는 다르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위원회에 접수된 계엄 관련 기록물 기증 신청은 2551점이었지만 공식 등록 실적은 0건이었다. 당초 추진했던 인증서 발급 사업을 감사장 발부로 바꿨지만 감사장 발부 실적은 없었다.
위원회 측은 기증받은 자료를 분류하고 기록물 등록 여부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며, 조만간 위원회에 상정해 등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는 19억원이 편성됐다.
빛의 위원회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예산이 해당 단체들에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관련 의혹을 입증하려면 실제 계약 상대방과 보조금 지급 내역, 선정 절차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특정 시민단체에 예산을 몰아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팩트체크 결과 빛의 위원회는 법적 근거나 구성원을 알 수 없는 비밀조직이 아니다. 설치 근거와 업무, 위원장, 주요 회의 안건은 정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게시물에 등장하는 예산 규모도 실제 편성 내역과 대체로 일치한다.
위원회의 정보공개 수준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은 별도로 검증해야 할 문제다. 독립 홈페이지의 부재, 위원 명단과 회의 자료에 대한 접근성 부족, 기록물 등록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기념사업 등은 이미 국회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다. 정부가 공개해야 할 것은 위원회의 존재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 성과와 예산 집행 결과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7세 전원주 경도인지장애…“희미한 생각이 많이 든다”
- 한동훈 “경찰대 로스쿨?···국민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보나”
- ‘전원일기’ 장남 김용건, 최불암 빈소 못찾는 속사정···“하루하루 마음 힘들어”
- “11월 13일 세계 종말, 비행기 타지 마라”…과학자들의 경고는 사실일까
- [꼬다리] 부캉락페
- [렌즈로 본 세상] 하늘이 내려앉은 자리, 그 뜻을 물에 펼친 안개
- 은현장, 가세연 스튜디오 ‘점령’···‘충격단독’ 패러디
- ‘정체불명 조직에 78억’? 빛의 위원회 의혹 따져보니
- “부캉아, 이제 정말 작별인거니”···엿새째 행방 묘연
- 이 대통령 “호남에서 콩이면 영남에서도 콩이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