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마르기 시작했다"…AI 열풍에 닥친 '초대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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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할 자금줄이 메말라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금 경색이 AI 투자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재스 카이라 블랙스톤 AI투자부문 총괄은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을 누가 전부 사들일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두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지와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확보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런 블랙스톤이 앤트로픽 신용등급을 'BB'로 전망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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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상장 후 투기등급 받을 가능성"
오픈AI 투자유치 절반도 못채워…메타 신용전망 하향
곳곳 자금경색 신호…수요둔화 겹치면 AI랠리 치명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할 자금줄이 메말라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금 경색이 AI 투자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이 주요 신용평가회사가 앤트로픽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투자자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이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앤트로픽은 당장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채권시장 큰손인 미국 보험사와 연기금은 투기등급의 회사채 구매를 제한한다. AI 생태계 전반에 미칠 여파도 상당하다. 건설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의 상당수가 앤트로픽이 발주한 물량이다. 앤트로픽은 구글, 아마존, 브로드컴 등과 8530억달러(약 1130조원) 규모 장기구매약정을 맺었다.
앤트로픽과 함께 AI ‘투톱’으로 꼽히는 오픈AI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상장 전 마지막 투자 유치로 300억달러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모인 돈은 110억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목표액을 애초 3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낮추고 개인투자자에게도 손을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회사채도 흔들리고 있다. S&P글로벌은 이날 메타 신용전망을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메타가 AI를 수익화하지 못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현금흐름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근거다. 지난해 말 메타가 발행한 40년 만기 채권 가격은 당시보다 21.5% 하락했다. 아르멘 파노시안 오크트리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AI 관련 채권 금리가 높아지는 데 대해 “신용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거나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소식에 반도체주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인텔 주가는 지난달 30일 28.58%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7.20% 떨어지며 지난 6월 23일 이후 최대 하루 하락폭을 기록했다.
빅테크 회사채 폭락·신용등급 하락…AI 순환투자, 뿌리 흔들리나
구글·메타·MS·아마존·오라클, 현금흐름 첫 '마이너스'
“앤트로픽 투자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앤트로픽 상장 전 마지막 자금조달(시리즈G)을 앞둔 지난 5월 실리콘밸리의 한 한국 벤처캐피털(VC)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앤트로픽과 직접 협상해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하고, 여러 투자자를 거쳐야 앤트로픽에 한 줌이라도 돈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반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앤트로픽과 오픈AI는 기업가치를 낮추고 있다. 빅테크 채권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일부 네오클라우드(그래픽처리장치 임대 업체)는 채권시장이 아예 막혔다.
◇투자 망설이는 은행
앤트로픽의 신용은 지난달 26일 반도체기업 브로드컴과 함께 프로젝트 펀드 ‘노스스타’에 630억달러(약 87조원)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펀드의 목적은 브로드컴과 구글이 설계한 인공지능(AI) 칩을 앤트로픽이 구매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투자를 망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임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한 끝에 신용등급이 ‘A’로 높은 브로드컴이 선순위채권(420억달러어치)에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금리를 높여 겨우 조달에 성공했다.
앤트로픽이 투기등급으로 평가되면 자금 조달은 이보다 더 어려워진다. 재스 카이라 블랙스톤 AI투자부문 총괄은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을 누가 전부 사들일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두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지와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확보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런 블랙스톤이 앤트로픽 신용등급을 ‘BB’로 전망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현금성 자산이 1120억달러가량이고 상장으로 1000억달러를 더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앤트로픽이 아마존과 브로드컴 등에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최소 구매약정 금액은 2656억달러다. 현금과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을 더해도 구매약정액에 못 미친다. 앤트로픽은 “예상한 것보다 이른 시점에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신고서에 적었다.

◇오라클·메타 회사채 가격 하락

앤트로픽과 오픈AI가 돈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시장에서 자금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오라클 등 5개 빅테크의 투자 약정액은 3조달러(약 4000조원)에 달했다. 투자 약정액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을 말한다. 하지만 5개사의 잉여현금흐름 총합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318억달러)로 돌아섰다.
현금이 마른 빅테크는 회사채 시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1~10월 발행된 AI 관련 채권 규모를 6550억달러로 집계했다. 작년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로,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모두가 채권시장으로 달려가니 가격이 좋을 리 없다. 오라클이 지난해 발행한 2035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발행 당시 연 5.2%에서 지난달 연 7.6%로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고, 메타의 2045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도 지난해 10월 연 5.515%에서 지난달 연 7.02%로 뛰었다. 벤 코나드 카네기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두가 유동성이 고갈되기 전 사업 확장 자금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모두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문 임대 기업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약해 생태계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네오클라우드는 자금 조달길이 이미 막혔다. 아르카디 볼로즈 네비우스 CEO는 지난달 22일 “자산담보부증권과 채권시장 등 일부 자금 조달 경로가 폐쇄됐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는 “200곳이 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가 도태하고 업계가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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