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에 ‘줄타기 외교’ 펼치는 北…APEC 앞두고 단둥 찾은 속내는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6. 11.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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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황태연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으로 회귀하는 신호라기보다 대외적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안보는 중국, 경제는 러시아'라는 북한의 새로운 대외전략으로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도 유지하는 것은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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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북·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 “시진핑의 중재 가능성도”
러시아엔 안보, 중국엔 경제…‘외교적 선택지’ 넓히는 전략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10월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 건너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이 국경도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 경로는 신압록강대교. 이 대교는 길이 3026m의 왕복 4차로 도로교다. 중국은 건설비 전액인 약 22억 위안(약 4400억원)을 부담했다. 2014년 공사를 마친 이 다리는 12년이 지난 올해 10월15일 개통했다. 김정은은 개통 9일 만에 다리를 건너 방중했다. 김정은은 방문 당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정은은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영접을 받았다. 두 사람은 항미원조 기념탑에 헌화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의 희생을 기렸다. 단둥의 자동차공장도 방문했다. 이번 방중에 북한 측에선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과 최선희 외무상 등 당정 핵심 인사들이 동행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류하이싱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별도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김정은의 이례적 방중이 주목받는 것은 11월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여기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선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번 방중을 북·중 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단둥 방문에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둘러싼 시진핑의 중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24일 중국의 6·25 전쟁 참전 기념일을 앞두고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북·중 간 친선 계승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당일치기 방중…북·중 관계, 신밀월로 가나

정은이 실장은 그 근거로 트럼프의 김정은 관련 발언, 미·중 정상 간 한반도 문제 논의, 북·미 간 외교 접촉 가능성, 이번 방중에 동행한 북·중 고위급 인사들의 면면 등을 들었다. 항미원조 기념관과 자동차공장을 꼭 짚어 방문한 점도 주목했다.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군사 분야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항미원조 기념관은 양국의 전통적인 군사적 유대를 상징한다. 신압록강대교와 자동차공장 방문은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의 단둥 방문을 중국과의 무역 확대를 강조하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북·러가 급속히 밀착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은 북·중 관계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황태연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으로 회귀하는 신호라기보다 대외적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은 중국에 크게 편중돼 있다. 2025년 북한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98.2%다. 올해 1~9월 북·중 교역액은 22억7264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8.6% 증가했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지나치게 커지는 상황을 경계해 왔다.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공사를 마쳤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세관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12년간 개통이 지연됐다. 황태연 실장은 이러한 지연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려는 북한의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이번 방중을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조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양국의 공식 발표엔 북·미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내용이 없다. 김정은과 만난 왕후닝이 시진핑 의중을 전달하거나 양국 관계를 조율할 수는 있지만, 이번 만남만으로 북·미 협상을 위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 여부를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최근의 신냉전적 대립 구도에서 북한이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양국에 대한 의존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에너지·기술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넓혀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안보는 중국, 경제는 러시아'라는 북한의 새로운 대외전략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오히려 중국은 북한의 경제적 버팀목 역할을, 러시아는 군사·안보 협력의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맡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구도를 보여주듯, 9월7일 북·러 간 두만강 도로교량이 개통됐고, 한 달 후인 10월15일 신압록강대교가 문을 열었다. 북한이 중·러 양쪽으로 이어지는 육상 교통망을 동시 확충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도 유지하는 것은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김정은도 북·중 관계 개선을 통해 추가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김정은 방중을 중국의 일방적인 영향력 확대나 북한의 대중 외교 회귀로만 해석하기보다, 양측이 각자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북·중·러 관계 변화 주시하며 국익 지켜야

북한은 중·러가 제공하는 경제·안보적 이익을 각각 활용해 어느 한쪽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한다. 북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핵심적인 외교·경제 지원국인 만큼 경제적 필요와 외교적 협상력을 고려해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줄타기 외교'가 달갑지만은 않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심 안보 파트너로 부상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의 에너지·산업용 물자 공급이 북한 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면, 북한의 대외무역 수요가 늘어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북·중 관계의 강화가 곧 북·러 간 군사·안보 협력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대외 물류망이 중·러 양쪽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량의 개통 자체만으로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어떤 물자가 얼마나 이동하는지, 통관과 검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따라 제재 이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은 북한의 교역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중·러의 이해관계 차이를 고려해 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김정은의 당일치기 방중은 북·중 신(新)밀월의 완성이라기보다, 중·러를 동시에 활용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중국의 외교·경제적 영향력과 러시아의 군사·안보 협력을 동시에 활용해 실익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북·중·러 관계의 변화를 주시하며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고 경제·안보적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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