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해킹이면 직접 대화”…20분새 8조원 털린 바이낸스 ‘사상 최대’

권윤희 2026. 11. 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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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이 넘는 자산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즉시 경영진에 보고했고, 수분 만에 고위 임원진을 포함한 위기대응 인력 약 100명이 긴급 화상회의에 접속했다.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으로, 지난해 2월 바이비트에서 발생한 약 15억 달러 탈취 사건의 피해액을 4배 이상 웃돈다.

바이낸스는 탈취 자산 가운데 약 30억 달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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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 무단인출 감지 긴급회의
피해액 순식간에 60억 달러 돌파
임직원 100명 탈취 속수무책 ‘공포’
해커들, 동결 피해 이더리움 전환
가상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FBI “北소행”…트럼프 “직접 논의”
2026년 2월 1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가상화폐 투자자가 스마트폰으로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대규모 해킹 의혹이 제기된 10월 29일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이 넘는 자산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보안팀의 긴급 보고에 고위 임원진 등 100명가량이 화상회의에 접속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임직원들은 계좌에서 거액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낸스 보안팀이 이상 거래를 감지한 것은 29일 오후 4시 20분(미국 동부시간) 무렵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보안팀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가 넘는 자금이 무단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즉시 경영진에 보고했고, 수분 만에 고위 임원진을 포함한 위기대응 인력 약 100명이 긴급 화상회의에 접속했다.

그러나 피해액은 계속 불어났다. 처음 10억 달러 수준이었던 탈취액은 곧 30억 달러로 늘었고, 오후 4시 40분에는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종 탈취 규모는 약 63억 달러(약 8조 4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으로, 지난해 2월 바이비트에서 발생한 약 15억 달러 탈취 사건의 피해액을 4배 이상 웃돈다.

WSJ은 임직원들이 눈앞에서 거액의 자산이 사라지는 상황을 공포 속에 망연자실 지켜만 봤다고 전했다.

해킹 소문 6분 뒤 긴급 동결 요청…해커는 이더리움 대출

2023년 6월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앤셀모에서 촬영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로고 자료사진. 2026년 10월 29일 바이낸스에서 대규모 해킹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래소 내부에서 긴급회의가 진행되는 사이 외부에서도 해킹 정황이 포착됐다.

오후 4시 32분 엑스(X·옛 트위터)에는 바이낸스에서 대규모 해킹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블록체인 거래를 감시하는 업체들의 자동 경보 시스템도 이상 거래를 포착해 주요 투자자와 고객사에 알렸다.

6분 뒤인 오후 4시 38분에는 비영리 보안단체 SEAL의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에 긴급 연락했다. 테더와 서클은 의심 거래를 추적하고 관련 지갑의 자금 동결에 나섰다.

바이낸스도 가상화폐 추적업체 TRM랩스와 체이널리시스, 엘립틱 등의 도움을 받아 탈취 자금이 흘러간 지갑 주소를 추적했다.

해커들도 자금 동결을 피하려고 움직였다.

오후 5시 무렵 해커들은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6000만 달러어치를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에이브(Aave)에 맡겼다. 이를 담보로 이더리움 약 2만개, 당시 시세로 약 4460만 달러어치를 빌렸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실제 화폐 가치에 연동한 가상화폐다. 발행사가 특정 지갑의 자금을 동결할 수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중앙 발행사가 거래를 직접 차단하기 어려워 해커들이 동결을 피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 등 관련 플랫폼은 뒤늦게 대출을 중단했다. 바이낸스는 탈취 자산 가운데 약 30억 달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탈취한 자산 중 약 24억 달러를 동결을 피해 확보했다.

사상 최대 가상화폐 해킹…만삭 공동 CEO도 밤샘 수습

해킹 소식이 퍼지면서 바이낸스 경영진도 밤샘 대응에 나섰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의 연인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이허는 잠자리에 들기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태를 알게 됐다. 임신 약 7개월이었던 그는 다음 날 새벽까지 업계 관계자들과 통화하며 수습에 나섰다.

홍콩에 머물던 리처드 텅 공동 CEO도 밤새 사태에 대응했다.

그사이 바이낸스에서 수십억 달러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확산하면서 거래소와 창업자를 비난하는 글도 잇따랐다. 바이낸스 측은 오후 5시 15분 무렵 해킹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처음 이상 거래를 감지한 지 약 55분 만이었다.

바이낸스는 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외부 업체들과 함께 탈취 자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이어 31일 추가 공지를 통해 이용자 보호기금(SAFU)과 선물거래 보험기금, 회사 자금을 투입해 탈취 자산의 약 90%를 벌충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11월 1일부터 출금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FBI, 북한 해킹조직 소행 지목…트럼프 “북한 맞다면 직접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31 마러라고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31일 이번 해킹의 배후로 북한의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는 해커들이 탈취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으로 바꾸고 있다며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에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직접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이 북한의 해킹 연루 의혹을 묻자 “알아보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FBI가 북한 해킹조직을 사건의 배후로 공식 지목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소행 여부를 자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북 직접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은 지난해 약 17억 달러(2조 825억원)의 암호화폐를 훔쳤다고 블록체인 분석 회사 체이낼러시스가 밝혔다.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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