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저자 자리 팝니다”… 세계 최대 공학회, 논문 1600여편 무더기 취소
연구팀, 논문 2062편 의혹 제기
IEEE 1622편 철회…사상 최대 규모

연구를 하지 않아도 돈만 내면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는 ‘논문 공장’의 거래 실태가 드러나면서, 세계 최대 공학 학회가 논문 1400여 편을 하루 만에 무더기로 취소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돈을 받고 논문에 저자 이름을 넣어준 정황이 한 연구팀의 추적으로 확인되면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세계 최대 공학 학술단체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이같은 의혹으로 하루에 논문 1417편을 철회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학술지나 학회가 한꺼번에 취소한 논문 수로는 사상 최대다.
◇SNS에서 “저자 자리 팝니다”
거래는 단순했다. 논문 공장 업체가 소셜미디어에 “이 논문의 저자 자리를 판다”는 광고를 올리면, 연구 실적이 필요한 사람이 돈을 내고 자기 이름을 넣는 식이다. 직접 실험하거나 논문을 쓰지 않고도 연구에 참여한 것처럼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실태는 독일 베를린자유대 연구윤리 전문가 안나 아발키나 연구팀의 조사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텔레그램·왓츠앱·페이스북 등 200개가 넘는 소셜미디어(SNS) 채널에서 이 같은 광고 4407건을 모았다. 광고에서 제1 저자 자리는 약 400달러, 마지막 저자 자리는 약 200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연구팀은 광고에 나온 논문 제목을 실제 출판된 논문과 대조했다. 그 결과 2021~2026년 발행된 IEEE 학술대회 논문집 366개에서 제목이 같거나 거의 일치하는 논문 2062편을 찾아냈다. 다만 각 논문을 실제로 누가 썼는지, 누가 돈을 내고 이름을 올렸는지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연구는 지난 4월 사전 공개 논문으로 나왔고, 지난달 학술지 ‘어카운터빌리티 인 리서치’에 정식 게재됐다. 연구팀은 “학술대회 논문은 IEEE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만큼 연구 윤리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출판되고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는 경우가 많다”며 “돈으로 산 저자 자리가 공신력 있는 연구 실적으로 둔갑할 수 있는 틈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에 1417편 철회…지금까지 최소 1622편
IEEE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체 검토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엔 해당 논문들이 출판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네이처 확인 결과 최소 1417편이 지난달 23일 한꺼번에 철회됐다. 철회 공지문에는 해당 논문이 판매 대상으로 거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연구팀이 지목한 2062편 가운데 지금까지 철회된 논문은 모두 1622편이다. IEEE는 이번 철회 대상이 최근 6년간 발행한 학술대회 논문의 0.06%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전체 논문 1만 편 가운데 6편꼴도 안 되는 극히 일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학계에선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논문은 연구팀이 SNS 광고와 제목을 대조해 찾아낸 것뿐이어서, 광고 없이 은밀하게 거래된 경우까지 따지면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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