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배울 기술, 버튼 한 번에”…한세 베트남 봉제공장의 변신 [르포]
숙련 필요 ‘하프문’ 자동화…시간당 생산량 77장→243장
미싱 옆 초록불은 ‘생산효율 90% 이상’…공정 데이터 실시간 축적
일본 바이어 제품 생산공장은 검사 인력 더 투입…자동화 속 품질도 강화

“숙련공이 3년 이상 익혀야 하는 기술을 기계에 프로그램해 놓으면 작업자는 패널을 올리고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약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한세실업 TG공장. 정의관 TG공장장이 컴퓨터 미싱 앞에서 자동화 공정을 설명했다.
작업자가 원단을 기계 위에 올리고 버튼을 누르자 미싱 바늘이 반원 모양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후드티와 재킷 뒤쪽의 곡선을 봉제하는 ‘하프문’ 공정이다. 사람이 손과 발로 원단의 방향을 조절해야 해 통상 3년 이상 숙련이 필요했던 작업이다.
한세실업은 2019년 하반기 이 공정에 컴퓨터 미싱을 도입했다. 회사의 후속 확인에 따르면 자동화 전 시간당 77장이던 생산량은 243장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숙련공의 손끝에 있던 기술을 프로그램으로 표준화하면서 생산성과 작업 난도를 동시에 개선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TG공장은 띠엔장성에 자리한 한세실업의 베트남 핵심 생산기지다. 2010년 설립돼 니트 의류를 생산하는 5개 공장, 72개 생산라인을 운영한다.
숙련은 기계에, 작업자는 생산·품질에 집중

TG공장의 자동화는 봉제에 그치지 않는다. 두꺼운 원단을 다루는 미국 바이어 제품 생산공장에서는 작업자가 무거운 원단을 반복해 들어 올리지 않도록 별도의 리프트를 사용한다. 봉제 과정에는 행거 시스템을 적용했다. 한 작업자가 공정을 마치면 옷 조각이 행거를 타고 다음 작업자의 자리로 이동한다.
작업자가 원단을 들고 공장 안을 오가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이 맡은 봉제와 품질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생산성은 불빛으로도 확인한다. 작업대 위에 설치된 ‘스마트 벌브’는 작업자의 목표 생산량 달성 수준을 색으로 표시한다. 생산효율이 90% 이상이면 초록색 불이 켜진다. 관리자는 별도의 서류를 확인하지 않아도 어느 공정의 생산성이 떨어지는지 현장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베트남도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화해도 품질에는 사람 더 쓴다

자동화가 곧 사람을 줄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 바이어 제품을 생산하는 TG1공장에서는 790명의 직원이 13개 라인에서 근무한다.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검사 공정에는 오히려 다른 공장보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원단 단계부터 전수검사를 한다. 재단을 마친 원단도 밝은 빛에 하나씩 비춰 구멍이나 결함 여부를 다시 확인한 뒤 봉제라인으로 보낸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TG1공장의 검사 인력은 일반 미주 바이어 제품 생산공장보다 25~30명가량 더 많다.
봉제가 끝나도 검사는 이어진다. 자체 검수를 거친 뒤 바이어가 지정한 제3자 검사원이 일부 물량을 다시 확인한다. 부러진 바늘 등 금속 이물질을 잡기 위한 검침도 반복한다.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숙련 작업은 자동화하면서도 사람의 판단이 중요한 품질관리에는 오히려 인력을 더 투입하는 셈이다.
QR코드로 생산 현장 데이터화…그 끝엔 AI

한세실업이 자동화만큼 공을 들이는 것은 ‘데이터’다.
원단이 공장에 들어오는 순간 바코드가 붙고 재단된 원단에는 QR코드가 따라붙는다. 봉제라인 작업자는 PDA로 자신이 맡은 공정을 스캔한다. 누가 몇 장을 작업했는지, 어느 공정에서 속도가 떨어지는지, 어떤 불량이 발생했는지가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쌓인다.
앞 공정에서 10장을 처리하는 동안 다음 공정이 5장밖에 소화하지 못하면 생산라인에 병목이 생긴다. 과거에는 관리자가 직접 현장을 살펴 원인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지연 지점을 확인하고 바로 공정을 조정한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최대한 페이퍼 작업을 줄이고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생산 현장을 디지털화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AI 활용이다. AI가 생산계획과 공정 병목, 불량 원인을 분석하려면 먼저 사람의 경험과 종이에 머물던 생산정보를 전산 데이터로 바꿔야 한다.
한세실업은 원단 입고부터 재단·봉제·품질·설비까지 생산 전 과정의 데이터를 자체 생산관리시스템 HAMS(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로 연결하고 있다. 향후 쌓인 데이터를 AI에 활용해 생산계획과 품질관리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한세실업의 베트남 자체 생산법인과 외주 협력 생산망에서는 연간 약 1억장의 의류를 생산한다. 관련 매출 규모는 약 4억6500만달러다.
수백 명의 작업자가 줄지어 앉아 미싱을 돌리는 모습만 보면 전통적인 봉제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숙련공이 몸으로 익힌 기술이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작업자의 경험은 데이터로 쌓이고 있었다. 한세실업이 그리고 있는 다음 공장은 그 데이터를 AI가 읽는 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