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찾은 외국인, 대구 패싱”… 부산은 51개 연계상품, 대구는 7개뿐

서민지 2026. 11. 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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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 이후 경주가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필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경주 관광 수요를 주변 도시로 연결하는 여행상품은 부산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오사카를 거점으로 교토를 여행하는 것처럼 부산에서 경주를 방문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다양하게 공급되는 반면, 대구는 경주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광상품 개발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구 여행코리아 대표는 "대구공항으로 입국한 대만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대구에 숙박하지 않고 경주나 부산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구에도 관광상품을 개발할 만한 자원이 충분한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입하기 위한 연계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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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여행 플랫폼 4곳 분석…부산 51개·대구 7개, 7.3배 격차
부산은 경주와 관광지 결합상품 6개…대구는 단 한 개도 없어
이용 후기 2만3천853건 대 56건…상품 공급·판매 기반 격차 뚜렷
경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대구 성장세 미미…체류형 관광 전략 시급
경주 불국사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사찰을 둘러보고 있다. 영남일보DB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 이후 경주가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필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경주 관광 수요를 주변 도시로 연결하는 여행상품은 부산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는 경주와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우면서도, 관광상품 공급과 연계성에서 부산에 크게 뒤처지며 '경주 방문의 단순한 출발지'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구 방문과 숙박, 소비로 연결하기 위한 관광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영남일보가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Klook), 케이케이데이(KKday),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 비아터(Viator) 등에 등록된 경주 연계 관광상품을 분석한 결과, 부산 출발 경주 연계상품은 총 51개에 달했으나, 대구 출발 상품은 7개로 약 7.3배 차이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플랫폼의 검색 색인과 개별 상품 페이지 등을 통해 외국인이 예약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본 오사카를 거점으로 교토를 여행하는 것처럼 부산에서 경주를 방문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다양하게 공급되는 반면, 대구는 경주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광상품 개발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의 질적 다양성에서도 차이가 컸다.

부산-경주 연계상품 51개 가운데 당일투어는 45개, 숙박패키지 상품은 6개였다. 대구-경주 연계상품은 당일투어 6개와 숙박패키지 상품 1개에 그쳤다.

부산은 경주의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는 하루 일정뿐 아니라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여행상품까지 선택지가 다양했다. 당일투어 내에서도 '6시간 익스프레스' 상품부터 13시간 풀데이·야간코스까지 나눠져 있었다. 부산 출발 상품 중 예약 실적이 가장 높은 상품은 불국사→석굴암→대릉원→첨성대→교촌→황리단길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경주와 부산의 관광지를 한꺼번에 둘러보는 결합상품도 6개 확인됐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의 스카이캡슐과 경주 불국사·대릉원을 묶거나,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경주의 역사문화유산을 함께 관광하는 식이다. 양 도시가 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반면 대구는 서문시장, 근대골목 등 지역 자원과 경주를 묶은 결합 상품이 전무했고, 대부분 단순 대구 출발·경주 방문 당일투어에 그쳤다. 대구에서 출발해 불국사와 대릉원, 황리단길 등을 방문한 뒤 돌아오는 당일투어가 대부분인 것. 한 투어프로그램은 경주 관광을 마친 뒤 대구와 부산 중 하차 장소를 선택하도록 운영하기도 했다. 부산은 경주 관광을 자체 도시관광과 결합해 판매하는 반면, 대구는 경주를 방문하기 위한 출발지 역할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부산-경주 상품과 대구-경주 상품의 차이. 영남일보AI

예약과 후기에서도 상품별 격차가 뚜려했다. 클룩에 등록된 부산 출발 경주 관광상품 중 일부는 누적 예약이 3만 건 이상으로 표시됐다. 반대로 조사에서 확인된 대구 출발 상품은 200건 이상으로 표시됐다. 부산 출발 상품 리뷰는 2만3천853건이었지만, 대구 출발 상품 리뷰는 56건에 그쳤다. 대구 출발 최다 리뷰 상품은 28건인 반면, 부산 출발 최다 리뷰 상품은 5천390건에 달하기도 했다.

상품 수의 격차는 실제 이용 경험과 후기 축적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부산 출발 경주 관광상품을 이용한 한 일본인 관광객은 "부산 여행을 왔는데 경주고도도 보며 동시에 만족하고 싶어 당일치기로 다녀왔다"며 "두 가지 소원을 동시에 이뤘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관광객도 "도시와 유서 깊은 시골 명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조합"이라고 호평했다.

대구 출발 상품에서는 소규모 투어의 장점을 평가하면서도 운영 안정성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후기가 있었다. 한 중화권 관광객은 "대구 출발은 개인 전세처럼 덜 붐볐지만 일정 변경이나 취소가 잦았다"고 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은 실제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흐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관광산업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가 2025년 외국인 이동통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에서 주요 외부 도시로 이동한 외국인의 목적지 가운데 경주가 20.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울산 19.7%, 대구 17.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대구에서 주요 외부 도시로 이동한 외국인의 목적지는 부산이 62.4%로 가장 많았고, 경주는 15.1%였다. 부산은 영남권 관광의 거점으로 자리 잡은 반면, 대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붙잡지 못하고 유출하는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특성상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구만의 차별화된 광역 관광벨트 구축을 주문하고 있다.

김상구 여행코리아 대표는 "대구공항으로 입국한 대만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대구에 숙박하지 않고 경주나 부산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구에도 관광상품을 개발할 만한 자원이 충분한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팔공산과 서문시장, 대구의 음식문화는 물론 인근 청도와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며 "대구시뿐 아니라 지역 관광업계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에 머물고 소비할 수 있도록 관광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경주 IC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마주하는 신라인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조형물. 영남일보DB

관광상품 공급 격차를 '외국인 관광 수요의 차이'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관광상품은 이미 형성된 수요에 따라 공급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여행 코스를 제시해 잠재적인 관광 수요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서는 예약 실적과 이용 후기가 상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품 공급 자체가 부족한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노출될 기회부터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공항 중심 광역 관광권 육성정책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해공항권은 부산~경주~울산~거제·통영 등 해양·역사 관광지를 연결하고, 대구공항권은 대구~경주~안동을 잇는 내륙 역사문화 관광권으로 구상돼 있다. 대구가 경주와의 연계관광을 강화할 정책적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박정희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경주 관광 수요를 대구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관광자원의 특성을 살린 광역 관광벨트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시의원은 "경주와 안동이 역사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관광도시라면 대구는 의료와 공연문화 콘텐츠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대구의 의료관광과 뮤지컬·오페라 등 문화 콘텐츠를 경주·안동의 역사관광과 결합해 외국인 관광객이 여러 도시를 함께 방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를 찾은 외국인이 대구에서도 의료와 문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구를 찾은 의료관광객도 경주로 연결하는 등 도시 간 관광객을 상호 유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입하기 위한 연계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 관광산업과는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에서도 숙박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올해 중국 쿤밍과 대만 타이중 여행업계 및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구·경주 연계 팸투어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5대 관광권 육성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대구의 미식·쇼핑·문화예술과 경주의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결합한 연계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공동마케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