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필요 없다, 손잡이로 돌리는 이 세탁기…어디에 쓰나 봤더니
전력 모자란 저개발 국가에서 활용

전기 없이 손으로 작동하는 신개념 세탁기가 발명됐다. 겉모습은 허술하지만, 저개발 국가에서 대가족의 의복 위생을 책임질 성능을 갖췄다. 손세탁보다 물이 적게 필요한 데다 전자 부품이 없어 잘 망가지지도 않는다. 가사 노동 시간을 줄여 여성과 아동의 교육 기회 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달 호주 과학매체 뉴아틀라스 등에 따르면 영국 비영리단체 ‘더 워싱 머신 프로젝트’는 외부 동력 없이 사용자가 손으로 돌리는 세탁기 보급에 나섰다고 밝혔다.
‘디비야’라는 이름의 이 세탁기는 영국 출신의 항공우주 엔지니어 나브조트 소니가 고안했다. 디비야 겉모습은 비교적 허술하다. 커다란 금속 원통, 그리고 원통을 지지하는 얇은 다리 4개로 구성됐다. 일반적인 세탁기에서 볼 수 있는 버튼이나 다이얼은 없다. 세탁기보다는 고기나 고구마를 굽는 기계와 비슷하다.
디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없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발전소 등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 제격이다. 빨래를 하고 싶으면 세탁물을 디비야에 넣고, 디비야 몸통 중앙에 달린 자전거 페달 형태의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리면 된다. 이러면 세탁기 안에서 빨래끼리 마찰하면서 때가 씻겨 나간다.
모양이나 작동 방법은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최대 7㎏의 세탁물을 한 번에 빨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세탁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용량이다.
손빨래 대비 노동 시간은 75% 단축된다. 세탁과 헹굼, 탈수까지 30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 옷을 빨기 위해 힘과 시간을 덜 써도 된다는 뜻이다.
물 사용량은 50% 줄인다. 깨끗한 수자원이 부족한 곳에 제격이다. 게다가 최대 10년간 거뜬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전자 기기 같은 복잡한 부품이 들어가지 않아서다. 더 워싱 머신 프로젝트는 “고장이 나도 현지에서 부품을 구하거나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더 워싱 머신 프로젝트는 유엔난민기구나 옥스팜 등 국제 구호기구와 협력해 2030년까지 100만명이 디비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디비야는 저개발 국가나 난민 거주 지역 등에서 의복 위생 수준을 높일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워싱 머신 프로젝트는 디비야가 여성과 아동의 가사 노동 부담을 줄여 교육 기회 등에 접근할 환경을 확대할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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