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돈, 누구는 불안으로 누구는 기회로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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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하는 지인 A가 있다. A는 주식시장은 기관투자자, 대주주 등 주요 투자자가 일반 개미들의 돈을 등쳐먹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작전 세력들이 개미들의 돈을 뺏으려 온갖 속임수를 쓰고, 개미들의 투자금을 빼먹기 위해 주가 조작을 하면서 시장을 흔든다.
A는 주식시장이 서로 속이면서 돈을 강탈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사회 시스템도 서로가 서로를 등쳐먹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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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인가, 상생인가
B는 주식시장을 좀 다르게 생각한다.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주식시장에서 누가 누구를 등쳐먹는 건 어렵다고 본다. 물론 작전주 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소형주 일부에서 벌어지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여긴다. 기관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한다. 개미들에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은 누가 손해를 봐야 이익을 얻는 제로섬 시장이 아니라,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장이다.재미있는 건 A, B가 주식시장을 보는 시각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A는 주식시장이 서로 속이면서 돈을 강탈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사회 시스템도 서로가 서로를 등쳐먹고 있다고 본다. 사회는 강자가 약자를 이용하고 수탈하는 곳이다. 반면 B는 사회의 어떤 세력이 다른 세력을 착취한다고 보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세상은 모두가 다 잘살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이처럼 돈과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반영된다. 돈에 대한 시각과 세상에 대한 시각은 비슷하다.
이런 관점을 이야기한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호킨스다. 호킨스는 인간 정신에 레벨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의식 수준을 단계별로 구별하는 일은 여러 심리학자가 시도했는데, 호킨스는 인간 정신을 점수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돈은 죄인가, 불안인가, 기회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나다. 하지만 30점대 정신 상태에서는 세상이 고통에 빠져 있다고 여기고, 300점대에서는 이 세상을 서로 돕는 자애로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이 호킨스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다. 호킨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특히 의식 수준을 점수화한 부분이 과학적 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각자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리고 이건 돈에 대한 인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의식 수준에 따라 돈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같은 의식 수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관점과 돈에 대한 관점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호킨스의 주요 의식 수준 점수대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과 돈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자. 30점대에서는 죄책감이 지배한다. 세상은 고통과 죄가 가득하다. 불교에서 인생의 생로병사가 모두 고통이라고 보는 시각, 기독교에서 모든 사람에게 원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이런 심리상태에서의 인식이다. 이때 돈은 고통과 죄의 원인이다. 온 세상을 타락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돈이다. 이 세상은 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돈은 나쁜 것이다.
50점대는 절망이다. 이 세상은 희망이 없다. 전쟁이 계속되고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범죄가 계속 늘어나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든 곳이 된다. 인류가 온난화, 이상기후 등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런 절망감에서 비롯된다. 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고, 어떻게 해도 부자가 될 수 없을 것이며, 돈 걱정에서 벗어나지도 못할 운명이다.
100점대는 두려움이다. 이 세상은 두렵다. 위험하다. 세상은 도둑놈, 사기꾼으로 가득 차 있으며 조금 긴장을 풀면 당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롭게 사는 것 같아도 미래는 불안하다. 지금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두렵다. 계속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돈은 걱정과 불안을 유발하는 두려운 것이다. 노년을 위해 돈을 모아둬야 한다는 것도 이런 두려움에서 나온다. 부자는 돈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의 사고방식이다.
125점대는 욕망이다. 욕망 단계에서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망하고 추구한다. 회사에서라면 계속 승진하려 하고, 학생은 더 높은 점수를 받으려 한다. 여기서 만족은 없다. 팀장이 되면 이사가 되려 하고, 이사가 되면 사장이 되려 한다. 사장이 됐다고 끝이 아니다. 더 큰 회사의 사장, 오래 재직하는 사장, 더 실적이 좋은 사장이 돼야 한다. 돈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계속해서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한다.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이제 충분하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더, 더, 더를 추구한다.
175점은 자부심이다. 이 세상을 사회적 계급이 지배하는 곳이라 보고, 신분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한다. 자신의 직위는 사회적 계급을 상징한다. 내가 어떤 차를 타느냐, 어디에 사느냐가 신분을 가리킨다. 더 좋은 차를 사고 싶어 하고, 더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하며, 명품을 추구하는 게 이 단계다. 이때 돈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다. 돈이 많으면 나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다.
200점은 용기다. 용기 단계에서는 자신감이 있고, 앞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내적 욕구가 발산된다. 내가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으며 좀 더 잘살 수 있다. 이 세상은 성장을 위한 도전의 장소다. 자신의 역량과 노력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될 수 있다고도 본다. 세상에 부자가 될 기회는 적지 않게 존재한다.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50점은 중립이다. 산다는 건 고통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것이다.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 노년이 됐을 때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 또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처럼 승진, 출세 등에 더는 매달리지 않게 되는 것은 중립 단계라서 그렇다. 이때는 돈과 관련해서도 충분히 현 상태에 만족하며 지낼 수 있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고, 지금 있는 돈으로도 별 불만 없이 평생 잘 살아갈 수 있다.

돈에 대한 다른 관점을 이해하는 방법
310점은 자발성이다. 이 세상은 조화롭고 긍정적인 곳이다. 앞으로 세상은 더 나아질 테고, 지금 사회문제는 큰 어려움 없이 해결될 수 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해나간다. 내가 기여하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이때 돈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된다.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다. 돈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주요 방편이다. 돈으로 세상을 구하고, 또 사회를 변하게 할 수 있다.500점은 사랑과 배려다. 이 단계에서 세상은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이 세상 누구든 다 응원할 수 있다. 나의 성공은 나 자신뿐 아니라,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때 돈은 많을수록 좋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회사는 물론, 나도 좋고, 직원도 좋고, 고객도 좋고, 사회도 좋다. 돈을 많이 버는 건 이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수단이다.
호킨스의 구분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사고방식과 돈에 대한 사고방식이 연결된다는 점, 그리고 사람마다 사회와 돈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차이를 알면 돈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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