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나는 과학] 'AI 안경 커닝' 미국 수능 봤더니…제미나이, 82% 넘게 정답
연구진 "일반 안경과 사실상 구별 어려워"…학생 간 공모 없이도 문제 전달
스마트안경 착용 땐 시험 무효에 다음 해 수능 응시 정지

비스듬하고 흐릿하게 찍힌 시험지를 받아 든 인공지능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문제를 다섯 개 가운데 네 개 이상 맞혔습니다.
◆ 독일 연구진 국제학술대회 발표…국내선 논술·자격시험 부정 적발
스마트안경으로 시험지를 바라보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꾸민 실험 결과입니다.
독일 마르틴 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루퍼트 우르반스키·랄프 페터스 연구진의 논문 내용이 1일 확인됐습니다.
논문 제목은 '대면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대규모 언어모델·비전언어모델: 스마트안경과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평가'로, 제17회 컴퓨터지원교육 국제학술대회, CSEDU 2025에서 발표됐습니다.
이 실험이 눈길을 끄는 건 국내 시험장에서 이미 스마트안경 부정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수시 논술시험에서는 시험 전 확인 때 일반 안경을 썼다가, 시험이 시작되자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쓴 수험생들이 적발됐습니다.
국가자격시험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5건 확인됐습니다.
교육당국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연구진이 실험에 쓴 문제는 과거 공개된 SAT 문항 720개입니다.
수학이 324개, 독해가 396개입니다.
연구진은 실제 스마트안경을 인공지능(AI)과 연결하는 대신, 안경 너머로 시험지를 볼 때 생길 수 있는 이미지 왜곡을 인위적으로 재현했습니다.
◆ 75도 기울이고 흐림·노이즈 더하자…화질 따라 두 AI 순위 역전
약 75도 회전에 해당하는 원근 왜곡을 주고, 3픽셀의 흐림 효과와 5%의 노이즈를 더했습니다.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스마트안경으로 시험지를 바라보는 상황을 흉내 낸 겁니다.
이렇게 가공한 문제를 받은 구글의 '제미나이 1.5 프로-002'는 전체의 82.78%를 맞혔습니다.
수학은 87.96%, 독해는 78.54%였습니다.
오픈AI의 'GPT-4o'는 전체 75.69%의 정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수학은 74.69%, 독해는 76.52%였습니다.
왜곡 없는 깨끗한 문제를 줬을 때는 순위가 뒤집혔습니다.
GPT-4o가 87.22%, 제미나이가 84.58%로 GPT-4o가 앞섰습니다.
화질이 나빠지자 GPT-4o의 정답률은 11.53%포인트 떨어졌지만, 제미나이는 1.8%포인트 하락에 그쳤습니다.
연구진은 화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용 AI 모델이 시험 문제를 높은 정확도로 풀 수 있고, 스마트안경이 대면 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실제 시험장 검증은 없어…수능 시험장마다 판별 인력 1명
특히 학생들끼리 따로 협력할 필요 없이, 스마트안경만으로 문제를 AI 모델에 넘길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연구진은 "스마트안경이 시험 문제를 AI에 전달하는 입력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화면 표시 기능이 없는 스마트안경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일반 안경과 사실상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모의 실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연구진이 실제로 작동하는 AI 커닝 안경을 만들어 시험장에서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시험지도 한 페이지에 한 문항만 보이도록 가공돼, 여러 문항 가운데 풀 문제를 AI가 찾아내야 하는 실제 시험의 어려움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교육당국은 대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스마트안경 여부를 판단할 전담 인력을 시험장마다 1명씩 배치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안경을 쓴 채 시험을 보면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되고, 다음 해 수능 응시 자격도 정지됩니다.
단순히 소지만 해도 시험은 무효 처리됩니다.
수사 의뢰 등 형사 조치에도 나섭니다.
현재 1년인 부정행위자의 수능 응시 자격 정지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사진=연합뉴스)
표언구 취재 기자 | eungoo@tjb.co.kr
Copyright © T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