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1년, '당당한 외교'의 성적표 [한반도 GPS]

한상희 기자 2026. 11. 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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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조율하는 연례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28년 만에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지난해 정상회담이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시대는 톱다운으로 움직이고,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은 것도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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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기업 문제 얽히며 안보협의 보류…'황금기'는 '난기류'로
정상 간 덕담을 이행 일정으로…'실용외교' 손에 쥔 성과 보여야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부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2025.10.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 이재명 대통령이 건넨 천마총 금관 모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열자는 뜻을 담은 선물이었습니다. 전용기에 직접 싣고 가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

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오랫동안 원해온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공동설명자료에는 연료 조달 협력과 함께, 미국 법과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른 평화적 농축·재처리 절차에 대한 지지도 담겼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기회는 어디까지 현실이 됐을까요. 대미투자 이행부터 호르무즈 해협까지 청구서는 쌓이는데, 정작 우리가 원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워싱턴과 서울을 잇는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는 지금의 동맹을 '난기류'에 빗댔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벨트를 단단히 매면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흔들림은 그렇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일까요.

가장 민감한 안보부터 삐걱댑니다. 정부는 한미 정보협력에 '다소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조율하는 연례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28년 만에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핵잠 등을 다룰 후속 안보협의는 6월 초 첫 회의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잠은 의회 관문까지 넘어야 하는 장기 사업이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협의 자체가 멈춘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경제와 인적 교류에서도 마찰이 이어집니다. 지달 첫 대미투자 사업을 발표한 뒤에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두고 정부는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로 소개했습니다.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 7월 '이재명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는다며 미국 기업 차별을 주장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비자 발급 차질은 외교장관이 미 국무장관에게 직접 꺼내야 할 현안이 됐습니다.

물론 SCM 순연의 공식 사유는 일정 충돌이고, 양국은 12월 국방장관회담을 먼저 열기로 했습니다. 국정원 파견 직원들은 비자를 받아 근무 중이고,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도 지난달 31일 관용 비자를 받았습니다. 이 모든 일을 하나의 원인으로 묶거나 동맹 파탄을 말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그럼에도 현안들이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합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미투자 논의에서 비롯된 문제에 정보협력과 기업 문제가 더해져 '뭉뚱그려진'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안보협의는 올해 초 투자 지연으로 멈췄다가 5월 말 되살아났지만, 다시 다른 현안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홀드', 보류 상태가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정상회담이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미국에 투자하고 조선업 재건을 도우면서, 미국의 협력으로 안보 역량을 키우려 했습니다.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묶인 관계는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도 멈춥니다. 투자는 투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떼어 놓고 봐서는 풀리지 않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시선입니다. 최근 워싱턴의 비공개 회의에 다녀온 한 인사는 한미관계가 '최저점(the lowest point)'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 전체의 평가는 아니겠지만 가볍게 넘길 말도 아닙니다. 현안은 풀면 되지만, 불신은 한번 굳으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우리의 설명과 약속부터 의심하면 개별 현안은 더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10.29. ⓒ 로이터=뉴스1

외교 당국자들은 미국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동맹 부담을 왜 미국이 지느냐는 시각이 트럼프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동맹의 오랜 가치까지 당장의 거래로 따지는 트럼프는 어느 나라에도 어려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그 설명 다음에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답이 따라야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만난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에 동맹을 대신할 '플랜 B'는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대미투자는 발 빠르게 이행하면서, 호르무즈 파병에는 법적 제약을 들어 선을 그었습니다. 줄 것은 빨리 주고, 못 할 것은 근거를 댄 셈입니다.

우리도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정보와 확장억제를 미국에 크게 의존합니다. 독자 역량을 키우려는 핵잠 사업조차 비확산을 중시하는 미국을 설득하고, 의회 승인과 원자력협정 문제를 넘어야 합니다. 상대가 까다롭다는 사정이 우리 정부의 책임을 덜어주지는 않습니다.

청와대는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합니다. 엉킨 매듭을 하나씩 풀려면 어느 줄이 어디에 걸렸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투자와 기업 문제의 어떤 쟁점이 걸려 있는지, 무엇을 해결하면 협의를 다시 열 수 있는지 미국 측의 답을 받아내야 합니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서둘러야 합니다. 합의한 대미투자는 사업성과 국내 절차를 지키며 속도를 내고, 청해부대 작전 확대 등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기여도 필요성과 범위를 신속히 판단해 가능한 조치부터 실행할 일입니다. 기업에 대한 법 집행은 근거를 설명하되, 부당한 요구에는 선을 그어야 합니다. 한국이 무엇을 부담했는지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분명히 알리고, 그 기여를 근거로 우리에게 필요한 안보 협력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다진 바탕 위에서, 마지막 매듭은 정상의 몫입니다. 트럼프 시대는 톱다운으로 움직이고,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은 것도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양국 외교장관은 애틀랜타에서 고위급 교류도 논의했습니다. 두 정상이 마주하면 멈춘 안보협의 재개 시점과 투자 이견을 풀 일정부터 확인받아야 합니다.

'당당한 외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의 성적표는 지켜낸 원칙과 손에 쥔 협력으로 매겨집니다. '이상 없다, 잘 조율 중'이라는 설명은 성적표가 될 수 없습니다. 금관을 건넨 지 1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던 그 말을 이제는 덕담이 아닌 일정표로 받아낼 차례입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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