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올트먼 다시 만났다…HBM 공급부터 1000조 AI 인프라까지

박성원 선임기자 2026. 11. 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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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메모리·SK텔레콤 인프라 역량과 오픈AI 수요 결합
2035년 15GW AI 데이터센터 구상…전력·부지·수익성 확보가 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만나 인공지능(AI) 인프라 협력의 접점을 넓혔다. AI 모델 경쟁이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경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양측의 협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에서 AI 연산 인프라 구축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 오찬에서 구체적인 신규 계약이나 투자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아 기존 협력 사업의 실행 성과가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서울에서 방한 중인 올트먼 CEO와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주요 임원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에 추진해 온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협력 사업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HBM 공급에서 AI 데이터센터까지…협력 범위 확대
SK그룹과 오픈AI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양사는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K는 오픈AI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주요 협력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협력의 한 축은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오픈AI가 요청한 D램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장 규모의 HBM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공급 의향과 생산 대응 계획으로, 실제 공급 물량과 시기는 후속 계약 및 생산 여건에 따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광주 군공항 탄약고 이전 예정 부지를 찾아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를 살펴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판영석 기자

다른 한 축은 AI 데이터센터다. SK텔레콤은 오픈AI와 국내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하고,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AI 서비스 활용 모델과 차세대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메모리 공급부터 연산 인프라와 서비스 활용까지 연결하는 구상이다.

1000조원·15GW 구상…AI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SK그룹이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은 국내 AI 산업의 규모를 바꿀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SK는 2035년까지 국내에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9년부터 5GW 규모를 순차적으로 열고, 이후 시장 수요와 사업 성과를 고려해 15GW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관련 투자 규모는 약 1000조원으로 제시됐다.

SK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출발점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서남권 추가 구축을 포함해 전국으로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15GW는 중장기 목표이며, 모든 시설이 확정된 투자 일정에 따라 한꺼번에 건설되거나 즉시 가동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부지와 전력 확보, 핵심 고객사 유치, 투자 재원 마련 등에 따라 단계별 추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설치하는 건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전력 공급망과 냉각 설비, 통신망, 반도체 조달,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글로벌 AI 기업의 수요를 국내로 유치하더라도 전력과 부지 확보가 늦어지거나 실제 이용 계약이 충분하지 않으면 투자 계획의 실행 속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연합뉴스

특히 대규모 투자액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 재원과 수익 구조다. SK는 자체 투자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 투자, 고객사 장기 계약,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고객에게 AI 연산 자원을 제공해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장기적인 사업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반도체 강점, 데이터센터 경쟁력으로 이어질까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과 SK텔레콤의 통신·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은 AI 인프라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오픈AI와의 협력은 이러한 역량을 글로벌 AI 수요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능력이 곧바로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고객 수요와 장기 계약, 전력 조달 비용, 시설 가동률, 냉각 효율, 운영비 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이용 수요와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HBM4E. 연합뉴스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구상도 지역 산업 측면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의 전력·통신 인프라와 연계한 산업 기반 확충, 관련 기업 유치, 전문 인력 수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입지와 사업 일정, 투자 규모, 지역 기업 참여 범위가 확정돼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최 회장과 올트먼 CEO의 이번 오찬에서 새로운 계약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파트너십이 실제 반도체 공급과 데이터센터 구축, 고객 확보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AI 인프라 경쟁에서 중요한 확인 지점이다.

AI 경쟁의 승부처는 더 큰 모델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필요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막대한 연산 수요를 감당할 데이터센터를 적기에 구축하며, 이를 수익성 있는 서비스로 연결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SK와 오픈AI의 협력이 기존 협약을 넘어 가시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