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에 3만명 몰린 이태원…'김정은' 분장부터 참사 골목 추모까지(종합)

조수원 기자 2026. 10. 3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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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으로 15년 동안 활동했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코스프레 하나 구경하러 왔어요."

31일 오후 8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 일대 실시간 인구는 3만~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는 거리와 달리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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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시민들 속속 집결…거리 곳곳 축제 분위기
참사 골목엔 추모 발길…메모지 읽으며 희생자 기억
이태원역 일대 3만명 이상 모여…20대가 과반 이상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31일 오후 8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세계음식문화거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한 남성이 거리에 등장했다.2026.10.31.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김정은으로 15년 동안 활동했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코스프레 하나 구경하러 왔어요."

31일 오후 8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한 남성이 거리에 등장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자신을 활동명 '드래곤킴(Dragon Kim·37)'이라고 소개한 그는 "5년 만에 이태원에 왔고 김정은을 따라 한 지는 15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처럼 마냥 놀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졸리면 귀가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분장으로 핼러윈을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분장을 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호박 분장을 한 정해성(23)씨는 "핼러윈을 즐긴 지 8년째인데 귀엽고 따뜻한 분장을 하고 싶어 호박을 선택했다"며 "옷부터 장갑, 양말까지 모두 호박으로 맞췄고 등 뒤에 멘 가방은 호박 줄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씨를 따라 처음 핼러윈을 즐기러 왔다는 최주영(23)씨는 애니메이션 '가필드'로 분장했다. 최씨는 "가면은 내일도 분장하려고 준비했고 고양이 무늬가 양말에도 있다"며 바지 끝단을 걷어 양말을 보여줬다.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호박 분장을 한 정해성씨와 고양이 분장을 한 최주영씨 모습.2026.10.31.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른 오후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네 살 딸과 함께 이태원을 찾은 전모(42)씨는 "10월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핼러윈 영상들이 나왔는데 딸이 이런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한다"며 "점심을 먹을 겸 낮에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전씨는 "가게들을 예쁘게 꾸며놔서 구경했다"며 "저녁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먼저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핼러윈 호박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전모(4)양도 아빠 곁에서 방방 뛰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과 외국인들의 개성 있는 코스프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태원역 일대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가 늘어났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 일대 실시간 인구는 3만~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대가 51.2%로 과반을 넘겼다.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 식당과 주점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어졌다. 시민들은 인파로 가득 찬 거리를 사진으로 담았고, 일부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에 놀라거나 안전을 우려하기도 했다.

경찰과 용산구 관계자 등은 오후 7시께부터 거리 중앙을 분리해 우측통행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져 인파가 더 몰리자 호각을 불고 경광봉을 흔들며 이동을 안내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인파 밀집도에 따라 중심거리 진입을 제한하고 사람이 몰리면 출구와 대로변 방면으로 우회시켰다. 인파가 줄어들면 다시 진입을 허용했으며, 골목으로 향하는 일부 입구를 막기도 했다.

앞서 오후 6시께부터 녹사평역 광장과 이태원119안전센터까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면서 시민들은 개방된 차도를 걸으며 핼러윈을 즐기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핼러윈 당일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는 코스프레를 준비한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26.10.31.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는 거리와 달리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방문객들은 빽빽하게 붙어있는 메모지를 하나씩 읽거나 사진으로 남기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는 박한율(31)씨는 "참사 소식을 듣고 너무 무기력해지고 심적으로 크게 다가왔다"며 "저희도 모여서 많이 얘기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국에서도 편지를 유리병에 넣어 추모했었는데 여기 메모지가 직접 붙어있어 읽어보니 힘든 기억이지만 잘 기억될 것 같고 마음도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도 열렸다. 이날 오후 9시께 녹사평역 광장에서는 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원회,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등이 마련한 추모 공연이 열렸다.

가라연 호박랜턴 활동가는 공연에 앞서 "'놀다가 죽었고 놀다가 다쳤는데' 이 말에서 비난과 배제, 밀어냄을 느낀다"며 "논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울지도, 웃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마음이든 괜찮으니 누구든 어떤 상태든 원하는 방식으로 애도와 안전의 축제를 즐기자"며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돼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마친 참가자들은 이태원 퀴논길을 따라 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경찰은 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이태원을 비롯한 전국 중점관리지역 28곳에 연인원 7800여명을 투입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핼러윈 당일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가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2026.10.31.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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