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이들 곁 지키며 어린 날의 나도 돌봤다···사회복지사 수기 101편 모인 해미백일장
올해 사회복지사로 공모 대상 확대
101편 응모·35명 수상···11명 참석
돌봄 경험과 변화 담은 사연 이어져

"그 아이들을 혼자 두지 않고 곁을 지키는 일이 어쩌면 어린 시절에 나를 혼자 두지 않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정서적 돌봄의 공백을 경험했던 김성은 사회복지사는 이제 비슷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자신이 받지 못했던 돌봄을 다른 아이들에게 베푸는 일이 과거의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했다는 고백이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5회 해미백일장 시상식. 대상인 해미사랑상을 받은 김 씨의 말에는 사회복지사로서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온 시간의 의미가 담겼다. 이날 행사에서는 19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처음 상을 받았다는 고백부터 돌봄받던 어르신들이 다른 이웃을 돌보게 된 사연까지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번 해미백일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KB손해보험, 호관원, SK인텔릭스, 스타벅스가 후원했다. 해미백일장은 2022년 치매 환자·가족의 아픔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수기 공모전이다. 이후 요양보호사들의 돌봄 경험을 조명해 왔으며 올해 5회째를 맞아 공모 대상을 사회복지사로 확대했다.

대상인 해미사랑상을 받은 김성은 씨는 사단법인 프래밀리 소속 사회복지사다. 김 씨는 <비밀인데요. 엄마가 저를 칼로 찔렀어요.>라는 제목의 수기에 가정폭력·학대 등 어려운 환경에 놓인 다문화가정 아동을 오랫동안 지원한 경험을 담았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와 딸이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아이가 안전하게 생활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으며 이후 대학생으로 성장한 아이와 다시 만났다. 김 씨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자신 역시 어린 시절 정서적 돌봄의 공백을 경험했기에 홀로 아픔을 견디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군가의 삶을 글로 남기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과 시간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 사회복지사에게는 19년 만에 첫 수상의 기쁨이 찾아왔다. 해미희망상을 받은 김준석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19년가량 일했는데 처음 상을 받아본다"며 "첫 상이 해미백일장 희망상이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 씨가 수기에 담은 주인공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생활하던 정신장애인 이용인이다. 처음에는 시설 입소를 권해도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김 씨가 꾸준히 찾아가 대화를 이어가자 관계가 달라졌다. 어느 날 이용인은 김 씨가 방문할 것을 예상해 집 안의 자리를 미리 정리해 놓고 "선생님이 오실 것 같아서요"라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김 씨는 이날 "앞으로도 좋은 실천을 계속하겠다"는 짧은 소감으로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돌봄받던 사람이 다시 누군가를 돌보게 된 경험도 소개됐다. 같은 해미희망상 수상자인 김점숙 사회복지사는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봉숭아 학당을 기획하고 운영한 사연을 전했다. 홀로 집에서 지내던 어르신들이 교복을 입고 배움의 기쁨을 누렸고 이후에는 다른 고립된 어르신을 직접 찾아 나서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이날 시상식에서 "어르신이 어르신을 발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밖으로 나오지 않던 어르신들이 이웃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되면서 자존감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마흔 살 무렵 정보통신 분야에서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바꿨다는 김 씨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는 예산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행정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일해 왔다"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뜻을 전했다.

장애인의 자립과 학대 피해 아동의 회복을 도운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해미용기상을 받은 정세운 사회복지사는 오랜 시설 생활과 학대 피해를 경험한 발달장애인 이용인과 함께한 시간을 수기에 담았다. 주민등록증 사진을 촬영하고 여행을 떠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지원했으며 이용인이 지역사회 자립주택으로 옮겨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과정까지 동행했다.
정 씨는 "사회복지사들의 경험을 조명해 주시는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귀한 상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더 용기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같은 상을 받은 김동진 사회복지사는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만난 아이가 오랫동안 치료받지 못한 심한 축농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사·수술·회복을 지원한 경험을 전했다.

해미응원상에는 총 25명이 선정됐으며 이날 서병택·강경민·최진형·김경화·강윤정 사회복지사 등 5명이 참석해 상패를 받았다.
서병택 씨는 자신을 막내아들이라 부르던 장애인 어르신과의 마지막 만남을, 강경민 씨는 가정복귀를 거부하던 아이가 가방 2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순간을 수기에 담았다. 최진형 씨는 쪽방마을 주민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이야기를, 김경화 씨는 지적장애인의 생애 첫 책 출간을 도운 경험을 전했다. 강윤정 씨는 96세 어르신과 함께 이름 석 자를 써 내려간 순간을 기록했다.

이 씨는 이날 자신이 오랫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로 따뜻한 동료·후원자·장애인 당사자·보호자들을 꼽았다. 그는 "제가 그분들에게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분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할 날이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러분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최다 접수···가슴 찡한 사연 모여

정 대표는 "우열을 가리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상의 명칭과 상품은 조금씩 다르지만 수상작들 사이의 차이는 굉장히 미세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상을 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내년에도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석왕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작년까지는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백일장을 진행했는데 올해부터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도 담을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주셔서 감사하다"며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대전환시대, 사회복지 교육과 자격제도 재설계 방안>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자격제도 개선을 논의한 데 이어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경험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올해 해미백일장에 모인 101편의 수기에는 누군가의 곁을 지키며 함께 변화해 온 사회복지사들의 시간이 담겼다. 어린 시절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돌본 사회복지사부터 19년 만에 첫 상을 받은 사회복지사, 33년 동안 현장을 지키며 오히려 자신이 성장했다고 고백한 사회복지사까지. 서로 다른 현장의 이야기들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돌봄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의 삶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남긴다는 점을 보여줬다.
☞해미백일장= 여성경제신문이 돌봄 노동자들의 헌신을 기리고 감동적인 사연을 나누기 위해 주최하는 수기 공모전이다. 2022년 치매 환자 가족을 시작으로 요양보호사를 거쳐 올해는 사회복지사로 대상을 확대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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