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가 208배”...‘희소성 투기’ 지고 ‘취향 수집’ 뜬다

손종욱 기자 2026. 10. 3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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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운동화와 의류에 웃돈을 붙여 되팔던 '리셀테크' 열기가 식으면서 국내 2차 거래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신발·패션 중심 차익형 리셀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반면 좋아하는 캐릭터나 작품 등을 중심으로 모으는 카드·굿즈 같은 수집품 거래가 빠르게 늘고, 일반 패션시장에서는 중고·리커머스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정판 상품이 반복적으로 출시되고 리셀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과거처럼 희소성만으로 높은 웃돈을 형성하기 어려워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리셀 시장의 변화와 함께 일반 중고·리커머스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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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신발 중심 차익형 리셀 둔화...크림 순결제액 전년 대비 12.9% 감소
스니커즈 대신 포켓몬·원피스 등 한정판 카드 인기…TCG 거래액 208배 폭증
포켓몬 카드 투자가 활발해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정판 운동화와 의류에 웃돈을 붙여 되팔던 ‘리셀테크’ 열기가 식으면서 국내 2차 거래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신발·패션 중심 차익형 리셀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반면 좋아하는 캐릭터나 작품 등을 중심으로 모으는 카드·굿즈 같은 수집품 거래가 빠르게 늘고, 일반 패션시장에서는 중고·리커머스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30일 경기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내 리셀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플랫폼의 사업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KT알파의 ‘리플’은 2022년, 한화솔루션 계열 ‘에어스택’은 2023년, ‘아웃오브스탁’은 2024년 각각 사업을 정리했다. 무신사도 오는 12월31일 솔드아웃 서비스를 종료하고 중고 패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에 역량을 집중한다.

남아 있는 대형 리셀 플랫폼에서도 과거와 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신용·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표본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크림의 추정 순결제액은 1조1천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9% 감소했다. 크림의 별도 기준 매출 증가율도 2024년 45.3%에서 지난해 14.1%로 낮아졌다.

한정판 상품이 반복적으로 출시되고 리셀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과거처럼 희소성만으로 높은 웃돈을 형성하기 어려워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면서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사더라도 이후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기대도 약해졌다.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 역시 ‘남들이 갖지 못한 상품’ 자체보다 실제 사용가치와 취향,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차익을 노리는 리셀의 빈자리는 취향과 팬덤을 중심으로 한 ‘수집형 거래’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다. 크림의 올해 1~7월 TCG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208배, 거래량은 131배 늘었고 평균 거래금액도 59% 상승했다. 올해 7월 기준 포켓몬 카드는 TCG 거래액의 77%, 원피스 카드는 20%를 차지했다.

TCG는 스니커즈와 달리 수집과 교환, 게임, 커뮤니티 활동까지 소비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어린 시절 포켓몬 등을 접한 30~40대가 구매력을 갖추면서 추억을 다시 소비하는 ‘향수 소비’도 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수집을 시작할 수 있는 반면 희귀도와 보존 상태에 따라 일부 카드에는 높은 가격이 형성돼 취미와 재판매 수요가 함께 유입되는 구조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팬덤의 인기와 시장 유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투기적 소비로 확대될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희소성 자체에만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자신의 취향과 추억, 팬덤에 대한 소속감까지 결합된 상품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셀 시장의 변화와 함께 일반 중고·리커머스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액과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90.5%, 78.5% 증가했다. LF는 ‘엘리마켓’을 통해 중고 의류를 회수·검수해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2월 기준 이용 고객 재구매율은 34%, 보상금 사용률은 73%를 기록했다. 코오롱FnC도 올해 ‘OLO 릴레이 마켓’의 매입 대상을 약 160개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했다. 해외에서도 스탁엑스가 사용한 운동화와 빈티지 의류 거래를 시작하는 등 기존 한정판 중심 플랫폼이 중고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페이넥스트360은 국내 리커머스 시장 규모가 올해 52억8천60만달러에서 2030년 75억1천83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2030년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9.2%다.

이 교수는 “리셀시장 자체의 쇠퇴라기보다는 희소성에 기반한 투기적 소비가 약화되고 실질적인 사용가치와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종욱 기자 hand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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