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넘는 빚잔치엔 ‘AI 경제성장’도 시한폭탄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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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이 지정학적 위기 고조, 글로벌 무역 갈등, 대규모 시위 속출 속에서도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공지능(AI) 인프라(기반시설) 투자 열풍과 견조한 소비지출 덕분에 전례 없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현 경제 성장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예상 성장률인 연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연준은 당시 성명에서 "경제 활동은 강한 속도(strong pace)로 확장하고 있고, 국내 지출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견고하다"며 "생산성 성장은 강하고, 자본 투자도 견조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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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 3.4% ‘나 홀로 질주’
연준 “생산성 강해”...유로존도 0.4% 선방
美부채는 GDP 추월...日·유럽도 100~200%
중동發 인플레 장기화...AI 투자 침체도 암초
통화정책 딜레마...“민주당 이겨도 관세 계속”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이 지정학적 위기 고조, 글로벌 무역 갈등, 대규모 시위 속출 속에서도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공지능(AI) 인프라(기반시설) 투자 열풍과 견조한 소비지출 덕분에 전례 없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주요국들의 정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서면서 전 세계 경제에 시한폭탄 같은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 들어서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선진국들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채권 금리가 오르게 되고 AI 인프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재정적자, AI 인프라 투자 위기 사이에서 각국의 통화정책도 상당 기간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임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성과였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1%를 웃도는 수치였으며, 지난해 3분기 3.9%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기도 했다. 올 2분기 성장률 2.2%와 비교해도 1.2%포인트나 높아졌다. 상무부는 “3분기 GDP 증가에 투자와 소비지출, 정부지출 확대가 기여했다”면서도 “수출 감소가 성장률을 일부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민간 국내총투자는 3분기 19.4% 증가해 2분기 4.6%보다 증가세가 확연히 나아졌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컴퓨터와 주변기기 등 AI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2분기 13.4%에서 3분기 20.9%로 높아졌다.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은 3분기 3.8% 증가해 2분기와 같은 증가율을 유지했다. 재화 소비 증가율은 4.5%에서 3.0%로 둔화했지만, 서비스 소비 증가율은 3.4%에서 4.1%로 나아졌다. 정부 소비지출과 총투자는 2분기 0.1% 감소에서 3분기 5.3% 증가로 전환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3분기 성장률을 일부 낮추는 효과를 냈다. 수출은 2분기 5.0% 증가에서 3분기 5.7% 감소로 돌아섰고, 수입 증가율은 12.6%에서 19.7%로 높아졌다.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민간 국내 최종판매 증가율은 3분기 4.9%로 2분기 4.6%보다 상승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21개국을 포함한 유로존의 3분기 경제 성장률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3분기 유로존 GDP가 전분기보다 0.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0.2%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3% 성장했다. EU 회원 27개국의 3분기 경제는 2분기에 비해 0.5%,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독일과 스페인은 2분기에 비해 각각 0.2%, 0.6% 성장했고, 최근 전국적인 대규모 폭력 시위 사태를 겪는 프랑스는 0.1% 역성장했다. 밀라노 등지에서 과격 시위가 벌어진 이탈리아의 성장률은 0%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인 국가는 5.5%를 기록한 아일랜드였다. 그 외에는 스페인을 비롯한 네덜란드, 에스토니아의 0.6%가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 여름 폭염·가뭄에도 유럽 경제가 전반적으로 상당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호평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29~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이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한 0.7%로 조정했다. AI 관련 수요가 강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세를 가로막을 암초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공급난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불안정한 재정·정치 상황이 최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나 홀로’ 성장한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유로존의 3분기 실제 성장률은 0.2%로 시장 예상치와 같았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10월 물가 상승률이 5.4%에 달해 9월의 4.2%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보다 3.7%, 전월보다 0.6%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6%, 0.5%를 모두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2.6%, 8월보다 0.3% 각각 올라 시장 예상치보다 0.1%포인트씩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1년 사이 34.2%, 한 달 동안 9.1%나 오른 휘발유가 지난달 CPI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다. 연료유도 지난해보다 74.2%, 8월보다 15.3% 뛰었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1.3%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6%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이는 2022년 3월 1.7%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률도 6.3%에 달해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7% 상승하며 전망치 0.3%를 크게 상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5.0% 올랐다. 도매 물가 격인 PPI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CPI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29일 공개한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또한 전년 동월보다 3.6%,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해 낮지 않은 상승률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년 대비 3.1%,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워시 의장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비용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GDP 대비 채무 비율이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10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46년 106% 이후 처음이다. 회계연도 말이 아닌 시기로는 올 1분기 말 100.2%를 기록한 적이 있다. 미국의 채무 비율은 2000년만 해도 33.7%에 불과했으나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비상 사태 때마다 지출을 늘리고 감세를 단행하면서 급격하게 상승했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 비용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월가에서는 만일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미국 행정부의 채무 부담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총 1조 9920억 달러(약 2655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국가 GDP의 6.2%에 해당한다. 순이자 비용 또한 1조 520억 달러(약 1400조 원)로 2025 회계연도에 기록한 9700억 달러보다 8.2%나 증가했다. 이는 9170억 달러를 기록한 같은 기간 국방비 지출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그나마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앞세워 재정위기를 버틸 힘이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한 나라는 일본과 유럽 주요국이다. 일본 정부의 총부채는 현재 GDP 대비 200% 안팎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온국민이 걱정하는 올해 한국의 비율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46.1%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체감할 수 있다. 총부채 기준으로는 미국과 캐나다의 숫자가 125%, 115% 정도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를 사는 이유다. 일본은 그래도 국채의 상당 부분을 일본은행과 자국민들이 보유하고 있어 급격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확률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유로존과 EU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도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88.8%, 82.9%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135%, 115%를 넘어섰다. 영국과 스페인도 10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서는 60%대인 독일 정도만 나름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 충격에도 금리 인상에 무척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채 이자 부담도 자동으로 올라가 각국의 재정적 압박이 눈덩이처럼 불게 되는 까닭이다. 지난달 15~16일 FOMC 회의에서는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가 한 달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미국 연준이 그 대표 사례다. WSJ는 29일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회보장제도 재정은 2032년에 고갈돼 자동으로 삭감될 것”이라며 “금리가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예상보다 0.1%포인트만 높아져도 앞으로 10년 동안 3790억 달러의 추가 순이자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는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6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를 기록해 2023년 9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30일에도 이란 확전 우려로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과 뉴욕상업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2.40%, 2.08% 오른 배럴당 117.64달러, 104.12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4월 29일, WTI는 지난달 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만 브렌트유는 13.6%, WTI는 15.2%의 상승률을 보이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 역시 29~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25% 정도’로 유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를 둘러싼 위험이나 금융 환경의 동향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회의에서는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 AI 관련 수요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기준금리를 ‘1% 정도’에서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이는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다.
재정위기가 심화되다 보니 다음달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탈환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2년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29일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국제경제부문 석좌는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앞으로 2년 동안 관세율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부담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면, 아무리 빨라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2029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공공의료보험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 복원, 저소득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 예산 확대 등 각종 지출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데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국가부채 증대라는 두 위기 사이에서 미국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금리를 유지하기에는 이란·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난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양상인 점이 문제다. 기름과 가스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치솟는 물가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3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12월 8~9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을 70.7% 정도로 반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은행도 12월 17~18일 열리는 다음 금융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또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들이 마냥 긴축에 속도를 낼 수도 없는 형국이다. 국가 재정에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는 데다 그나마 성장을 견인하던 AI 투자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30일에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주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실적에 대한 실망과 AI 과잉 투자론 증폭으로 2.86%나 급락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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