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00달러 배당금' 승부수…1조2000억달러 감당할까
관세 수입과 경제 성장 성과를 활용한 미국 내 소비 유도 구상
2억4000만명 지급 시 1조2000억 달러 소요…재정 부담 논란
의회 입법·재원 확보·해외 사용 차단 등 실현 가능성에 의문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유지하면 미국 성인 시민 모두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이다. 관세 수입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미국 내 소비만 허용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지만,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과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30일 플로리다 유세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미국 성인 시민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이른바 '트럼프 배당금'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성과와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제시하며 공화당이 승리하면 국민에게 경제적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약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용처 제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급받은 돈을 미국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서 소비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미국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면서 소비까지 자국 안으로 유도해 내수 활성화와 자국 기업의 매출 증대를 동시에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원으로 관세 수입과 경제 성장에 따른 성과를 내세웠다.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기록적인 투자와 부의 창출을 이루고 있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군 장병에게 1776달러를 지급한 사례도 거론하며 자신의 공약 이행 능력을 부각했다.
그러나 재정 규모를 따져보면 공약의 현실성에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성인 시민을 약 2억4000만~2억4500만 명으로 추산할 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려면 약 1조2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규모다.
특히 관세 수입만으로 이 같은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관세 수입이 증가했다고 해도 현금 지급에 필요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팩트체크 전문기관 팩트체크닷오알지는 관세 수입만으로 1조2000억 달러를 마련하려면 6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부과로 수입업체의 비용이 증가하고 그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돈이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상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급 방식과 사용처 통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미국 내 소비만 허용하겠다는 구상은 취지와 달리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지급한 돈이 해외에서 사용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차단할지 구체적인 설명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발표만으로 지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재정 지출을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과 예산 승인이 필요하다.
정치적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현금을 지급하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식의 메시지는 유권자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선거 결과와 직접 연결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민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적 취지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뒤섞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00달러 규모의 관세 배당금도 거론했지만 아직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5000달러 공약 역시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과 입법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거용 약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공약의 핵심은 5000달러라는 금액 자체보다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고 어떤 절차로 지급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권자에게 현금을 약속하는 일은 쉽지만 재정적 책임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미국 경제의 성장과 국민의 생활 안정을 함께 추구하려면 구호보다 구체적인 재정 계획과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