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공무원을 대체한다면…네덜란드의 실험[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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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일자리, 특히 기업의 사무직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란 전망이 파다하죠.
2029년까지 8700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그 공백을 AI 기술로 대체해 총 24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8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AI 도입을 명분 삼아 공무원 줄이기에 나선 나라가 뉴질랜드만이 아닙니다.
그게 바로 AI 시대에 공무원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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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일자리, 특히 기업의 사무직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란 전망이 파다하죠. 그런데 그보다 먼저 AI에 밀려날 위기에 놓인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이죠.
뉴질랜드에 이어 네덜란드 정부도 정부부처 공무원 수를 대폭 감축하고 AI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예산 절감을 위해 공무원을 AI로 대체하겠다는 건데요.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AI와 공무원 감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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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3년 내 공무원 8700명 감축”
‘작은 정부’는 본래 우파 정치권의 단골 공약이죠.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선진국일수록 비대한 공무원 조직을 슬림화하자는 논의가 힘을 얻기 마련인데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11월 7일) 뉴질랜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 중도우파 정권이 대단히 파격적인 예산안을 발표했어요. 2029년까지 8700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그 공백을 AI 기술로 대체해 총 24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8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이었죠. 현재 6만3700명에 달하는 공무원 수(경찰, 군인 등은 미포함)를 3년 뒤 5만5000명으로, 14%나 줄이겠다는 거예요.
이에 대해 니콜라 윌리스 재무장관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납세자의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중도좌파 집권 시절(2017~2023년)에 공무원 인력이 약 40% 급증하면서 인구의 1.2%를 차지하는데, 이를 그 이전처럼 인구의 1% 수준으로 다시 돌려놓겠다는 거죠.

뉴질랜드 정부는 이미 각 부처에 정규직 인력을 15% 줄이기 위한 세부 이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바로 인력 감축을 시행하기 위해서죠.
AI 기술로 뭘 한다는 거지?
뉴질랜드는 경기침체와 고령화로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나라입니다. 여기서 빚이 더 불어나서 국가 신용등급 하락, 이자 비용 급증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예산 절감은 중요한 문제이죠. 그래서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 그것도 현장 인력이 아닌 백오피스 인력을 감축하겠단 이야기는 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왠지 백오피스 업무라면 눈부시게 발전한 AI 기술로 상당 부분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파 싱크탱크인 뉴질랜드이니셔티브는 공무원 감축 정책을 환영합니다. “우리의 공공 서비스는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정부 부처와 기관이 43개나 있고, 장관직이 82개나 되는데, 시스템 내에 중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죠.”(올리버 하트위치 뉴질랜드이니셔티브 사무총장)
공무원 조직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뉴질랜드 최대 노조인 공공서비스협회 듀안 레오 사무총장은 AI로 인간 공무원을 대체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하죠. “취약한 아동을 방문하는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는 없습니다. 국경에서 화물을 검사하는 생물보안 담당관을 챗봇으로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AI는 구실일 뿐, 서비스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진정성이 없습니다.”

사실 공무원 감축은 이념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 뭐가 맞다, 틀리다 평가할 순 없는데요. 다만 한가지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공무원 감축의 명분으로 ‘AI 행정’을 내세웠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AI 기술을 가져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이 나온 게 하나도 없어요. 시스템 개발을 위한 예산을 추가로 책정한 것도 아니고요.
솔직히 뉴질랜드가 자체적으로 공공 행정용 AI 모델을 독자 개발할 역량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설마 민원 응대를 AI 챗봇에 맡기고, 공무원 PC에 챗GPT가 깔리면 그게 AI 행정이라고 보는 걸까요?
바로 이게 기술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빅토리아대학교 인공지능 분야 선임 강사인 앤드류 렌슨 박사는 현재 형태의 AI로는 공무원 수천 명을 대체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하죠. “AI를 공공부문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적절한 도구를 찾아야 하고요. 단순히 MS 코파일럿을 켜는 걸로는 안 돼요. 장관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이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나아가는 게 낫습니다.”
네덜란드 “8년간 공무원 2만5000명 감축”
그런데 AI 도입을 명분 삼아 공무원 줄이기에 나선 나라가 뉴질랜드만이 아닙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네덜란드 정부가 10월 26일 2035년까지 중앙정부 공무원 약 2만5000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죠. 16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수(경찰, 군인 등은 미포함)에서 16%를 줄이겠다는 계획인데요. 경찰, 국방 인력은 감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행정 부처와 감사·집행 기관은 최대 60%까지도 인력 감축이 예상됩니다.
네덜란드는 이렇게 인력 감축으로 생기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AI 기술을 행정에 도입할 거라고 하죠. 다만 구체적으로 AI로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은 2027년 1분기 중 발표하겠다고 예고만 한 상황입니다.
네덜란드 정부가 공무원 수 감축에 나선 이유는 뉴질랜드와 비슷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공무원이 너무 많이 늘었거든요. 2016년 이후 중앙정부 공무원 수가 5만명(46%)이나 늘면서, 인건비 지출이 2배 수준으로 급증했죠.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공무원 감축으로 총 35억 유로(약 5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걸로 예상합니다.

에릭 반 데르 부르크 국무장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덜란드는 모든 것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예외의 예외에 또 예외가 있는 규정이 너무 많죠.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확실히 줄일 겁니다.” 그는 176개에 달하는 자문위원회를 축소하고, 5년 주기의 여권법 평가 같은 상투적인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도 덧붙였어요.
기술 주권과 AI 민원 폭증은?
사실 네덜란드 정부가 공무원 수 감축 계획을 발표한 게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10개 내각 중 8개 내각이 공무원 감축을 약속했지만 모두 실패했죠. 실제로 인원이 찔끔 줄어든 적도 있지만, 결국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죠. 이번 공무원 감축안에도 언론과 SNS에서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며 시니컬한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인데요.
그래도 이번 정책이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AI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는 점이죠. 참고로 지난해 임플리먼트 컨설팅 그룹은 “네덜란드 공공행정 부문은 행정 프로세스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60억 유로 규모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어요. 다만 이 연구를 의뢰한 게 구글이었단 점이 좀 걸리지만요.

또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기술 주권 문제가 걸리는데요. 네덜란드 정부는 유럽 AI 모델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지금 최첨단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는 다 미국 아니면 중국 업체이거든요. 만약 민감한 국민 개인정보와 공공데이터를 다루는데 미국 빅테크 기술에 의존한다면? 아마 사회적 논쟁이 불붙어서 시끄러워질 겁니다.
이거 아무래도 뭔가 순서가 바뀐 거 같습니다. AI를 공공 부문에 어떻게 도입할지를 먼저 정한 뒤,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인력을 감축할지를 정하는 게 맞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이 있는데요. AI 기술을 쓰는 건 정부 기관만이 아니죠. 요즘엔 민원인들도 AI 에이전트를 엄청나게 씁니다. 그게 바로 AI 시대에 공무원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인데요.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리케 블롬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AI가 정부에서 일하는 인력을 줄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AI 에이전트로 민원을 제기해서 정부 기관 민원이 폭증하는 식으로 (인력에 대한) ‘필요’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0월 30일(금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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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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