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은 합병, 대형은 전열 정비…로펌 시장 ‘빅뱅’

김임수 기자 2026. 10. 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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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업계가 다시 빅뱅을 맞았다. 중견 로펌들은 잇단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대형 로펌들은 검찰청 폐지에 맞춰 형사·송무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대륙아주 측은 10월29일 시사저널에 "국내 법률시장이 상위 대형 로펌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자체 성장만으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이번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매출 3000억원대 이상 대형 로펌들은 형사·송무그룹 재편에 들어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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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아주·린, 바른·동인 잇단 합병 추진…‘규모의 경제’로 승부수
사법 체계 개편에 대형 로펌도 조직 재편…경찰·특사경 대응 강화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로펌 업계가 다시 빅뱅을 맞았다. 중견 로펌들은 잇단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대형 로펌들은 검찰청 폐지에 맞춰 형사·송무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로펌의 역사는 '합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광장·화우·대륙아주도 2000년대 합병으로 성장했다. 합병에는 인력 이탈과 고객사 이해충돌, 서로 다른 보상체계 통합이라는 난제가 따른다. 그럼에도 다시 통합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업무 변화, 법률시장 양극화, 새 형사사법 체계 시행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ChatGPT 생성이미지

'퀀텀 점프' 노리는 중견의 반격

대륙아주는 올해 린과의 합병을 추진하며 또 한번의 '퀀텀 점프'를 꿈꾼다. 통합법인 명칭은 '디앤엘(D&L)'이 유력하다. 형사송무·해외법무에 강한 대륙아주와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 출신을 중심으로 IT·기업 자문에 강점을 가진 린의 결합이다. 단순히 인력을 더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고객과 전문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자문 수요를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대륙아주 측은 10월29일 시사저널에 "국내 법률시장이 상위 대형 로펌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자체 성장만으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이번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두 로펌의 2025년 합산 매출은 1400억원대. 합병 이후 단기간에 2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최근 바이오헬스케어팀을 신설하는 등 전문 조직도 재정비하고 있다. 대륙아주 측은 "로펌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보고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과 동인도 9월14일 합병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통합이 성사되면 2025년 합산 매출 1877억원, 변호사 553명으로 매출 7위권 로펌이 된다. 규모 면에서 국내 로펌의 역대 최대 합병으로 꼽힌다. 양측은 1년 내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합병 추진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통합법인의 인사·평가·보상은 물론 조직 운영 기준까지 새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른 측은 개정 형소법, 노란봉투법 시행과 AI 전환 등 불확실성에 대응해 "'문제 해결형 역량'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동인 측도 "로펌 경쟁력은 변호사 수나 외형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매출 1000억원대 중견 로펌들이 잇따라 손을 잡는 배경에는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 연합인포맥스의 올 1~3분기 M&A 법률자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완료된 거래의 법률자문 규모는 총 107조4197억원(546건). 김앤장·광장·율촌·세종·태평양·화우 등 6대 로펌이 97조1239억원으로 전체의 90.4%를 차지했다. 김앤장 한 곳만 37조8746억원으로 전체의 35.3%에 이른다. 6대 로펌을 제외한 나머지 로펌들의 실적은 10조2958억원(9.6%)이었다.

2위권 경쟁도 치열할 대로 치열해진 상황이다. 2025년 매출 기준 태평양(4402억원), 세종(4363억원), 광장(4309억원), 율촌(4083억원) 모두 4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화우 역시 올해 첫 매출 3000억원대를 돌파하며 기업 자문과 송무 분야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중견로펌 대표변호사는 "대기업들이 로펌을 고를 때 가장 우선순위는 김앤장이다. 김앤장을 못 쓰면 태세광(태평양·세종·광장)으로 넘어가고, 10위 밖은 고려사항이 아닐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 강한 부티크 로펌이 아닌 중견 로펌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AI가 변호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했다.

아래에서는 YK·대륜 등 신흥 로펌의 추격도 거세다. 전국 지사망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형사 사을 확보하며 기업 자문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처음부터 대기업을 공략하기보다 중소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대형 로펌과 차별화된 고객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YK 측은 전문성 강화와 고객 중심 서비스 체계 구축을 추진하며 "관련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대륜 측은 "국제법무 체계를 넓히고 있다"며 미국 협력로펌(SJKP)과 중국·베트남·인도 등 해외 협력망을 통한 공동 대응을 소개했다.

"승부처는 수사 초기" 방어선 앞당긴다

매출 3000억원대 이상 대형 로펌들은 형사·송무그룹 재편에 들어간 상황이다.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또 다른 큰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검사의 직접·보완수사 폐지로 수사에 빈틈이 생겼고, 1차 수사 체계가 경찰·중수청·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으로 복잡해지면서 기업 방어의 승부처가 '수사 초기'가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형 로펌들이 형사그룹 재편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광장은 지난해 9월 서울고검장 출신 김후곤 대표변호사 취임 이후 검찰 출신 8명, 경찰 출신 6명 등을 영입했다. 광장 측은 "하나의 사건이 공정위·금감원·노동청 조사에서 시작해 경찰이나 중수청 수사를 거쳐 공소청 판단으로 이어지는 등 수사 동선이 복잡해졌다"며 "수사의 총량도 늘어나 기업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검찰청 노동수사지원과장 출신 홍정연 변호사, 금융감독원 법률자문관 출신 천재인 변호사를 영입해 특사경 대응 역량도 강화했다. 

경찰 출신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세종은 2021년 대형 로펌 최초로 '경찰팀'을 출범시켰고, 현재 문무일·장영수 대표변호사를 주축으로 검찰·경찰 출신 80여 명의 형사그룹을 운영한다. 경찰 출신 변호사·고문·전문위원이 29명으로, 최근 한원횡 전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과 유진규 전 인천·울산경찰청장을 영입했다. 태평양은 형사그룹을 따로 두고 내란 특검팀 특검보를 지낸 장우성 변호사, 수서경찰서장 출신 장성원 변호사를 영입했다.

화우는 지난 5월 울산남부경찰서장 출신 김상문 변호사, 8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출신 변호사 2명을 영입하며 30명 규모의 경찰수사대응팀을 꾸렸다. 지평은 '중수청·공소청 대응준비 TF'를 꾸리고,고용노동부 중대재해수사팀장,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 금감원 가상자산조사국, 식약처 차장 출신 등 전문가를 두루 확보했다.

합병에 시동을 건 로펌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륙아주는 새 형사사법 체계 관련 TF를 꾸리고 첫 여성 검사장 출신 조희진 변호사와 드루킹 특검보를 지낸 박상융 변호사를 영입했다. 동인은 진주지청장 출신 김상현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을 지낸 이성범 변호사를 잇따라 영입해 첨단기술범죄 대응을 강화했다. 바른의 경찰수사대응팀은 경찰대 출신 강동필 변호사가 이끈다.

대형·중견 로펌의 검경 영입 경쟁에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전문성 강화보다 기업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전관 특수'를 노린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 한 로펌 변호사는 "형사사법 체계 혼돈으로 기업이나 CEO들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대형 로펌들도 결국 '전관 특수'를 노리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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