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까지 마약 배송…수도권 곳곳에 뿌려진 ‘골판지 마약’ [마약택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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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송이공원.
오피스텔 문 앞으로 배달된 택배 속 마약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손쉽게 도심 곳곳으로 퍼진 겁니다.
첫 번째 상자만 마약 조직원들의 손에 넘어갔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상자는 오피스텔 앞으로 배송됐지만, 집 앞에 놓인 상자를 경찰이 먼저 확보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마약 반입과 유통에 관여한 고 씨 등 5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붙잡아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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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송이공원.
경찰이 공원 아래 땅을 파자, 잠시 뒤 병뚜껑 크기의 작은 비닐봉지가 나옵니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던 건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바로 '마약'이었습니다.
케타민은 ‘클럽 마약ㆍ슈퍼Kㆍ데이트 강간 약물’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국내에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마약류가 아닌 의약품으로 관리되는데, 마약 조직들은 이런 특징을 노려 불법 생산 및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이 찾아낸 것과 같은 마약 봉투는 최근 수도권 여기저기에서 발견됐습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있는 마약.
누가, 어떻게 갖다 놓은 것인지, 그 '어둠의 경로'를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 '마약 상자'에서 '마약 봉투'까지
지난 5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로 택배 상자가 배달됐습니다.

수취인은 이 오피스텔에 사는 20대 여성 김 모 씨. 하지만 김 씨는 이 택배를 열어보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날 30대 남성 고 모 씨가 이 오피스텔을 방문합니다.
고 씨는 문 앞에 놓인 상자를 챙겼고, 그렇게 상자는 다시 고 씨 집인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로 옮겨집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건 케타민 약 500g.
고 씨는 상자에 있던 케타민을 작은 비닐봉지들에 나눠 담았고, 이후 송파구 공원 곳곳에 숨겼습니다.
인천과 서초구 상가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된 마약 봉투도,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오피스텔 문 앞으로 배달된 택배 속 마약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손쉽게 도심 곳곳으로 퍼진 겁니다.
■ 상자의 비밀은 '골판지'에
그렇다면, 애초에 마약은 어떻게 일반적인 택배 상자처럼 오피스텔 앞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 KBS 취재진이 확보한 영상 한 개가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택배 상자. 상자 안에서 나오는 물건은 프라이팬과 수세미 같은 주방용품뿐입니다.

하지만 주방용품을 꺼내고 택배 상자 벽면의 골판지를 뜯자, 곧이어 얇은 하얀색 봉투가 나옵니다.
모두 마약인 '케타민'입니다.
주방용품 택배 상자로 둔갑했던 이 마약 상자 안에만 케타민 528g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마약 1,561g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한 번씩만 투약한다면, 모두 5만 2천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다만 모두 대중에 유통되지는 않았습니다.
첫 번째 상자만 마약 조직원들의 손에 넘어갔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상자는 오피스텔 앞으로 배송됐지만, 집 앞에 놓인 상자를 경찰이 먼저 확보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가짜 마약이 담긴 상자들을 놓아둔 채 수사를 이어갔고, 또 다른 마약 유통책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마약 반입과 유통에 관여한 고 씨 등 5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붙잡아 송치했습니다.
■ '배달 라이더' 이용하고 '마약 당근'도
경찰은 이 모든 판을 짜고 마약 조직원 일당에게 각종 지시를 내린 윗선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또 다른 범행을 꾸미고 있을 마약 조직의 윗선은 이번 마약 유통과정에서 베테랑 마약 수사팀에게도 생소한 수법들을 여럿 썼습니다.
먼저 마약을 '던지기' 장소에 숨겨놓거나 수거하러 가는, 이른바 '드라퍼'로 배달업 종사자들을 썼습니다.

인천 남동구의 공원에 마약을 찾으러 온 드라퍼도 배달 라이더였습니다.
배달업 특성상 여러 곳을 자유롭게 오가는 데다, 이동 이유를 둘러대기도 쉽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A 씨/마약 조직원
"아무래도 배달하는 사람들은 돌아다니니까, 다 돌아다니잖아요. 여기 만약에 (배달을) 갔다 그러면 여기서 소화전이나 뭐 이런 데 있잖아요. (상선이) 그런 데다가 숨기고 내려와라…."
윤재규/ 서울 서초경찰서 마약범죄수사팀장
혹시 수사망에 검거되더라도, 이 시간에 여기를 왜 왔냐고 할 때 배달 때문에 왔다고 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조직원들을 꼬드기는 '당근'도 줬습니다.
윗선에 자신의 집 주소를 넘겨 마약 박스를 배송받았던 김 씨는 마약 투약자였습니다.
주소를 넘기길 주저하는 김 씨에게 윗선은 '소량'의 필로폰을 계속 나눠줬습니다.
마약 중독자인 김 씨에게 준 필로폰 1g은 범행 합류를 회유하는 '당근'인 동시에, 앞으로도 협조하라는 '협박'이었던 셈입니다.
마약 박스를 서울 도심으로 '직배송'시키는 이 대범한 수법.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로 마약 조직의 '악행'은 드러났지만, 또 다른 조직들은 지금도 감시의 눈을 피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느새 우리의 삶의 터전 바로 앞까지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버린 마약.
마약은 음지에서 점점 도심으로, 양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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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 하정현 김현민 정준희 / 그래픽: 유화영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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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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