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순이도 ‘이장’ 됐는데 “드라마에 폭싹 속았수다?”···현실은 아직도 농촌엔 남성 이장 90%[경제뭔데]

김경민 기자 2026. 10. 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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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이장 선출도 ‘1세대 1표’가 아닌 ‘1인 1표’ 권장키로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애순(배우 문소리)은 제주도 도동리의 첫 어촌 계장이 된다. 넷플릭스

지난해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7회에는 운동회에서 볼 수 있는 ‘박’이 등장합니다. 박을 터트리면 ‘축 취임 도동리 어촌계장 오애순’이라는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어려서부터 똘똘했던 애순이는 오징어 배 선장이면서 지역 유지인 부상길을 밀어내고 첫 여성 어촌 계장에 취임하는 장면이죠.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애순이도, 그의 이모들도 그녀의 어촌 계장 ‘등극’을 감격 해합니다. 그리고 경쟁자 부상길의 아내 영란도 ‘애순이’를 찍었다고 무심하게 고백합니다.

어쩌면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절기상 한로인 8일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논에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9일 여성농업인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농촌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농촌 성평등 우수사례와 권고 사항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한장 짜리 리플릿은 앞으로 지방정부와 농민단체를 통해 읍․면 단위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리플릿에 담긴 핵심은 하나입니다. 전국 농촌에서 여성 이장 비율이 10명 중 1명에 그쳐 의사결정 구조의 성별 불균형이 큰 만큼 이장 ‘1세대1투표’ 관행을 ‘1인1표’로 바꾸도록 권장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얼마나 편중되어 있나 볼까요.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가 인구의 절반은 여성(49.8%)이지만, 마을을 대표하는 여성 이장 비율은 11.6%에 그쳤습니다.

도시에서 동 지역을 담당하는 통장의 여성 비율이 76.3%인 것을 고려하면 농촌에서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가 굉장히 제한된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8월 이장 선출 및 임명과정에서의 성차별 직권조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농식품부 장관 등에 의사결정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회 정관 표준안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농식품부도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여성 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마을 리더의 성평등한 선출방식 확산’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게 이번 대책입니다.

농식품부는 마을 자치규약 상 ‘1세대1표’ 방식의 이장 선출 관행을 ‘1인1표’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거죠. 인권위는 1세대 1표가 형식상 ‘중립’으로 보이지만,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구 대표(세대주)로 있었던 농촌지역 관행상 여성의 투표권 및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간접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플릿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1인1표제는 마을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고르게 듣고 함께 결정하기 위한 기본 원칙입니다. 마을 운영에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주민의 목소리가 고르게 담기면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을 더 세심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어촌 계장 중 여성은 3%에 불과
올해, UN이 정한 ‘세계 여성 농업인의 해’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어촌 현실은 더 심합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7월 기준 전국 어촌계장 2079명 중 여성은 67명으로 전체 3.2%에 그쳤습니다. 해녀들이 많은 제주도는 그나마 어촌계장 비중이 45.7%로 높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어촌계장 비율이 적었습니다.

인권위도 나서고 리플릿도 만들고 하면 앞으로 좀 바뀔까요?

농식품부는 농촌마을 성평등 우수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전남 곡성군 삼태마을의 경우 마을규약상 의결권을 1인 1표로 바꿨고, 제주시 금악리는 위촉직 마을운영위원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도록 마을규약을 개정했습니다. 충남 천안 도장2리는 마을규약에 양성평등 실현을 담고 임원 구성을 한쪽 성별이 60% 넘지 않도록 규약을 고쳤습니다.

제주 성평등마을사업단에서 제안한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조항’도 함께 수록해 다른 마을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표준조항은 마을 의결권을 1인1표로 하도록 하고, 위촉진 운영위원 40% 이상을 여성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았습니다.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여성 농업인의 해’라고 합니다. 여성 농업인들의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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