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다에 살던 부캉이는 어쩌다 부산 앞바다를 떠돌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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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과 생각, 감정과 행동은 뇌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구자기장 감지해 먼 거리 이동그렇다면 열대·아열대 어종인 흑상어가 어쩌다 부산 앞바다까지 흘러들어와 수 주 동안이나 수로에 머물게 된 것일까.
학습 데이터에 없는 부산 앞바다물론 상어가 지구자기장을 무엇으로 감지하고 뇌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그물을 든 사람들의 성화에 수로는 떠났지만 여전히 부산 앞바다를 맴도는 이유도 방향감각이 망가져서가 아니라 너무 멀리 와버려 돌아갈 길을 못 찾기 때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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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과 생각, 감정과 행동은 뇌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우리를 움직이는 뇌. 강석기 칼럼니스트가 최신 연구와 일상 사례를 바탕으로 뇌가 만들어내는 마음의 비밀을 풀어준다.

하지만 반가움과 호기심은 시간이 지나자 걱정으로 바뀌었다. 며칠 놀다 떠나려니 했던 부캉이는 수로를 떠나지 않았고, 몸에는 상처까지 생겼다. 날이 추워져 수온이 떨어지면 열대·아열대 어종인 흑상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결국 당국이 나섰고, 두 차례 실패 끝에 세 번째 시도에서 부캉이를 수로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밤사이 부캉이는 다시 수로로 돌아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후 자취를 감춘 부캉이는 이튿날 수로에서 2㎞ 떨어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었다면 굳이 내보내려 애쓸 필요가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구자기장 감지해 먼 거리 이동
그렇다면 열대·아열대 어종인 흑상어가 어쩌다 부산 앞바다까지 흘러들어와 수 주 동안이나 수로에 머물게 된 것일까. 흑상어의 서식 분포로 미뤄 보면 부캉이는 일본 오키나와 주변 바다에서 왔을 개연성이 큰 듯하다.최근 몇 년 새 우리 바다에 상어 출몰이 잦아진 데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바닷물이 따뜻해지자 열대·아열대 물고기들이 새 서식지를 찾아 북상했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상어나 참치 같은 포식자도 뒤따라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근해에서는 고급 어종인 참치가 많이 잡히고 있다. 기후위기 속 작은 위안거리인 셈이다.
어쨌든 멀리 부산 앞바다까지 올라온 부캉이가 예상보다 오래 수로에 머물긴 했지만, 겨울이 오기 전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다행이다. 만에 하나 부산 앞바다를 끝내 떠나지 못한다면 방향감각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해볼 만하다. 먹이를 따라 이동해 온 길을 되짚어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려면 방향감각이 온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어가 수백에서 수천㎞ 떨어진 목적지를 어떻게 찾아가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철새나 바다거북처럼 먼 거리를 오가는 동물들이 지구자기장으로 방향을 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어도 그럴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을 뿐이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막대자석과도 같다. 나침반의 N극이 북쪽을 가리키는 건 그쪽에 자석의 S극, 즉 자북극이 있기 때문이다. 자북극은 시베리아 북쪽 북극해에 있어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북극점과 그리 멀지 않다. 막대자석 주위에 자기장이 퍼져 있듯이 지구 표면에도 자기장이 분포하는데, 그 방향과 세기는 위도와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2021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상어가 실제로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길을 찾는다는 증거가 실렸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진은 원형 수조 둘레에 구리선을 감고 전류 세기를 조절해 원하는 지점의 자기장을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플로리다 해안에서 잡은 귀상어를 수조에 넣은 뒤, 원래 서식지와 그곳에서 북쪽과 남쪽으로 각각 600㎞ 떨어진 지점의 자기장을 차례로 재현했다.
귀상어가 헤엄치는 방향을 분석했더니, 원래 서식지 자기장에서는 일정한 방향 없이 무작위로 움직였다. 반면 남쪽 지점 자기장에서는 북쪽 벽을 향해 헤엄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장을 읽고 "여기는 남쪽 바다"라고 판단해 서식지로 돌아가려 한 셈이다. 그런데 북쪽 지점 자기장에서는 남쪽으로 향하지 않고 다시 무작위로 움직였다. 왜일까.
연구진은 귀상어가 평소 플로리다 해안 너머 북쪽으로는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플로리다 해안과 그 남쪽을 오갈 때는 자기장 정보를 활용하지만, 가본 적 없는 북쪽 자기장은 읽어내지 못해 자기 위치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기장을 이용한 방향감각이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라, 경험으로 익히는 능력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학습 데이터에 없는 부산 앞바다
물론 상어가 지구자기장을 무엇으로 감지하고 뇌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주둥이 주변 전기 수용 기관인 로렌치니 기관이 감지를 맡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최근 '사이언스'에 비둘기 뇌에서 지구자기장 정보에 반응하는 영역을 찾아냈다는 논문이 실렸지만, 이 역시 특정 뉴런의 정체까지는 밝히지 못했다.부캉이도 비슷한 처지일 수 있다. 오키나와나 대만 해역에서 지구자기장 정보로 길을 찾던 부캉이가 먹이를 쫓아 북쪽으로 한참 올라왔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지구자기장이 낯선 바다에 와 있었던 건 아닐까. 헤매다 들어선 수로는 물살이 잔잔하고 먹이도 있어 머물 만했을 것이다. 그물을 든 사람들의 성화에 수로는 떠났지만 여전히 부산 앞바다를 맴도는 이유도 방향감각이 망가져서가 아니라 너무 멀리 와버려 돌아갈 길을 못 찾기 때문일 수 있다. 겨울이 오기 전 남쪽으로 내려가는 먹이 물고기 떼를 따라 부캉이도 무사히 돌아가지 않을까.
올해 상반기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에 이어 상어 '부캉이'까지 우리는 평소 두려워하던 존재가 딱한 처지에 놓이면 호기심을 넘어 연민까지 느끼곤 한다. 하지만 정말 딱한 일은 따로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수많은 동식물이 살던 곳을 잃고 떠돌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의 대부분을 우리 인간이 제공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석기 칼럼니스트는… 서울대 화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 연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를 거쳐 2012년부터 과학칼럼니스트이자 프리랜서 작가(대표 저서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로 활동하고 있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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