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미룬 가상자산 과세, 또 미루면 해결될까[박상영의 경제본색](24)

2026. 10. 3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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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습. 연합뉴스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기로 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 말 관련 법을 마련한 뒤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시행을 세 차례 미뤘다. 그사이 거래방식은 복잡해졌지만, 과세 기준과 시스템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4번째 유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간을 더 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과 정보교환 늦어지면 과세 못 하나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과의 거래정보 교환 지연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일본, 영국, 독일 등 46개 국가·관할권은 2027년부터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거래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다.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등은 2028년, 미국은 2029년부터 첫 정보교환에 나설 예정이다.

CARF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자동 교환해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는 제도다. 청와대는 미국 거래소를 통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의 정보교환이 늦어진다고 과세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CARF 도입 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해왔다. 한국도 한·미 조세 조약에 따라 미국에 특정 납세자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정보 요청으로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 내역을 폭넓게 확보하기는 어렵다.

정부도 최근까지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기류가 달라졌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0월 20일 국내 5대 거래소 및 전문가들과 제도 보완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 22일 국회에서 업계와 국회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행 시점을 2029년으로 늦추는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에서도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세 차례 유예에도 남은 과제

현행 제도는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얻은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소득세 20%(지방소득세 포함 22%)를 부과한다. 당초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잇따라 연기됐다. 다시 2029년으로 미뤄지면 최초 계획보다 7년 늦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세 차례 유예에도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와 거래소는 202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과세 관련 협의를 마흔아홉 차례 진행했지만, 국내 5대 거래소 가운데 시스템 구축과 검증을 모두 마친 곳은 없다. 일부 거래소는 세부 기준과 서식이 확정되지 않아 개발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처럼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은 추가 유예를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시행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 남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자동정보교환은 2029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소득 계산 방식과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 등은 정부가 별도로 정비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취득가액 산정 문제다.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하더라도 정확한 이익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가상자산은 여러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거쳐 이동할 수 있어 최초 취득가격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하더라도 정확한 이익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가상자산은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여러 번에 거쳐 이동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구매한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옮겼다가 해외 거래소에서 팔았다면 매도 사실을 알아도 최초 취득가격을 연결하지 못할 수 있다. CARF가 시행돼도 모든 거래 단계의 취득가격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줄이려면 거래소별로 흩어진 매입·매도 내역을 연결할 수 있도록 자료 제출 형식과 취득가액 확인 절차부터 정비해야 한다. 해외 자동정보교환이 시행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이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관련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제도는 일정 요건에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양도가액의 최대 5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거래내역을 정확히 기록한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교환 확대와 별도로 거래내역 연결 및 취득가액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도 불명확하다. 가상자산 예치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은 보상 수령 시점에 과세할지, 이를 처분할 때 과세할지가 쟁점이다. 에어드롭·하드포크·탈중앙화금융(디파이) 거래도 소득 발생 시점과 취득가액 산정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해외에서 거래정보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공제할 수 없는 점도 논란이다. 2027년 1000만원을 잃고 이듬해 1000만원을 벌면 누적 손익은 0원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2028년 이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165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미국, 영국 등은 일정 요건에서 자본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한다. 이 문제 역시 입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유예보다 중요한 것은 보완 계획

이처럼 과세제도의 미비점이 적지 않아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납세자의 신고 부담과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추가 유예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의 한계를 보완하는 한편,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고 손실 공제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대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세 초기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 보고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는 현행 250만원인 과세최저한을 600만~2000만원 수준으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납세자의 신고·납부 부담과 과세당국의 징세비용을 줄이고, 과세 인프라가 개선되면 과세최저한을 단계적으로 낮추자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방안과 별개로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세부 과세 기준 정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세 시행 시점보다 제도적 미비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다. 예정대로 시행한다면 과세 사각지대와 납세 부담을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추가 유예를 결정한다면 무엇을 언제까지 보완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세 차례 유예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 만큼 정부가 4번째 유예를 추진한다면 이전과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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