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200경기 앞둔' 지소연 "국가대표 20년 차...대표팀 주장은 한 번도 안 했죠"

강은영 2026. 10. 3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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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달고 200경기까지 뛴 후에 은퇴를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 여자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지소연(35·수원FC 위민)이 국가대표 은퇴를 향한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윤수정(24·수원FC 위민) 선수는 사실 저희 없으면 안 됐죠(웃음). 팀에서 저와 김혜리, 권은솜(36) 선수 등 3면에 둘러싸여 있거든요. 한 번 실수하면 베테랑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욕을 많이 먹어요. 그런데 윤 선수가 성격이 좋아서 잊을 건 금방 잊고, 선배들한테 배울 건 배우더라고요. 축구을 잘할 때 너무 예쁜데, 그렇지 않을 땐 또 호통치게 돼요. 그래도 잘 성장하고 있어요. 이런 선수들이 많이 나와줘야 여자 축구대표팀이 더 발전할 것 같아요."

"내년 월드컵이 사실상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렇고 김혜리(36·수원FC 위민) 선수도 그 누구보다 제일 간절해요. 한국 여자 축구의 월드컵 최고 성적이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이에요. 벌써 11년 전이죠. 세계 여자 축구가 엄청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월드컵 1승은 점점 쉽지 않아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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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위민 지소연 인터뷰
2026 AG 동메달...4번째 銅
2006 도하 이후 AG 6차례 출전
심판의 '걸스데이' 발언 논란에...
"다시는 이런 일 안 생겼으면 해서 항의해"
男 대표팀 상황 "안타깝고 안쓰러워"
"대표팀 '원팀' 되려면 주장 따르고...
중간 선수들 후배 잘 이끌어야"
한국 여자 축구 베테랑 지소연이 14일 경기 수원선수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태극마크 달고 200경기까지 뛴 후에 은퇴를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 여자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지소연(35·수원FC 위민)이 국가대표 은퇴를 향한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올해로 국가대표 20년 차다. 2006년 15세 8개월의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그해 도하를 시작으로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무려 여섯 차례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최근 경기 수원선수촌에서 만난 지소연은 구체적으로 은퇴 시기를 언급했다. "아마 내년이나 후년쯤 200경기를 채우지 않을까요?"

지소연은 한국 축구 역사상 A매치 최다 출전(182경기)과 최다 득점(76골) 기록을 갖고 있다. 손흥민(151경기·59골)이 10월 6일 차범근(136경기·58골) 전 감독의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넘어섰지만, 지소연은 5년 전인 2021년 9월(2022 여자 아시안컵 예선 몽골전) 59골 고지에 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출전할 때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써온 셈이다.

지소연은 "현재 몸 상태라면 내년 브라질 여자 월드컵도 뛰고 싶다. 국가대표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내 인생의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아시안게임 개최지는 그의 첫 아시안게임 무대였던 카타르 도하다. 지소연은 "(예정대로 2030년에 열린다면) 그때 제 나이가 39세다. 하지만 뽑아주신다면 해보겠다. 국가대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한한 영광이니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소연과 나눈 일문일답.

14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선수촌에서 지소연 선수가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여섯 번째 아시안게임을 마쳤어요. 소감은요.

"처음 목표했던 메달 색깔은 아니었지만, '난적' 중국을 상대로 201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이후 11년 만에 승리(1-0)해서 굉장히 기뻤어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예선 등 앞으로 중국을 상대할 경기가 많을 텐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아요."

-중국전에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동료들의 골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답답하지 않았나요.

"사실 선수들에게 호통을 많이 치는 편입니다(웃음). 기회가 왔을 때 살려줘야 선수들도 버틸 힘이 생기니까 최대한 집중했으면 해서 (후배들을) 다그치기도 합니다."

-후배들이 말을 잘 듣는 편인가요.

"그럼요. 제 말을 안 들으려면 A매치 150경기 이상 뛰고 와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국제 대회 경험도 많고, 잉글랜드(첼시FC 위민)에서 9년 동안 뛰었으니까 동료들이 인정해 주는 부분이 있어요. 젊은 선수들은 (제 말을) 잘 새겨들으면서도 자기 할 말은 하더라고요(웃음)."

-호흡이 잘 맞는 후배가 있나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윤수정 선수가 눈에 띄던데요?

"윤수정(24·수원FC 위민) 선수는 사실 저희 없으면 안 됐죠(웃음). 팀에서 저와 김혜리, 권은솜(36) 선수 등 3면에 둘러싸여 있거든요. 한 번 실수하면 베테랑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욕을 많이 먹어요. 그런데 윤 선수가 성격이 좋아서 잊을 건 금방 잊고, 선배들한테 배울 건 배우더라고요. 축구을 잘할 때 너무 예쁜데, 그렇지 않을 땐 또 호통치게 돼요. 그래도 잘 성장하고 있어요. 이런 선수들이 많이 나와줘야 여자 축구대표팀이 더 발전할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만 여섯 차례 출전했습니다. 한 번 더 도전할 생각은 없나요.

"그때 제 나이가 39세예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마흔 살이 넘어도 뛴다고 하자)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내년 브라질 월드컵은 지금 몸 상태라고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신상우 감독님이 뽑아 주시면 감사히 가야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다면 선수들도 잘 따라와 줄 거라 생각해요."

-한국 여자 축구가 세계 축구를 따라 갈 수 있을까요?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사실 정말 너무 많이 벌어지긴 했어요. 세계 축구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고, 최근 4~5년 사이에 더 차이가 생긴 것 같아요. 따라가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를 듯해요.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과거 5년 계획으로 여자 축구를 살리기 위해 인프라 늘리는 등 투자를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제가 있던 첼시나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 여자 프로팀들 경기에 관중이 꽤 많이 보였죠. 결국에는 투자를 해야 수익이 있는 거예요. 언론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8월 정규리그 경기 중 심판의 '걸스데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어요.

"당시에 심판끼리 얘기하며 웃는 게 모두 들렸죠. 만약 고등학교나 대학 선수 등 어린 선수들이 들었다면 아무 말 못했을 거에요. 그나마 저는 해외에서 오래 활동했고, 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장으로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당시 주심은 옐로 카드를 주면 제가 조용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항의했어요. 그래도 심판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그 분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듯해서 마음이 편치는 않더라고요.

-그럼 내년 월드컵이 국가대표로서 '라스트 댄스'인가요.

"내년 월드컵이 사실상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렇고 김혜리(36·수원FC 위민) 선수도 그 누구보다 제일 간절해요. 한국 여자 축구의 월드컵 최고 성적이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이에요. 벌써 11년 전이죠. 세계 여자 축구가 엄청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월드컵 1승은 점점 쉽지 않아 보여요."

-리오넬 메시도 과거 은퇴를 번복한 적이 있는데요?

"메시가 베냉을 상대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은퇴 경기를 치르는 걸 봤어요. 저도 언젠가 그날이 올 거잖아요. 무척 슬프더라고요.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들 덕분에 행복한 시대를 보냈잖아요.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결국 왔죠. 메시가 울면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지소연이 21일 일본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리그 F조 북한과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후쿠로이=뉴시스
2010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지소연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실버슈와 실버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아시안게임 6차례, 월드컵 3차례, 잉글랜드(첼시 등)에서도 9년을 뛰었어요. 한국 여자 축구가 세계 축구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지금은 사실 너무 많이 벌어지긴 했어요. 제가 첼시(2014~22) 소속으로 뛸 때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최근 4, 5년 사이에 엄청나게 벌어졌죠. 세계 축구를 따라잡으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려면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5년 계획으로 여자 축구를 발전시킨 걸 모티브 삼는 등 투자가 이어져야 해요. 언론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제가 첼시에서 뛸 땐 영국에서도 중계를 해주지 않았는데, 요즘은 중계를 하더라고요."

-국가대표로 20년을 뛰었는데, 주장을 맡은 적이 없어요.

"주장을 맡지 않아도 알아서 말을 많이 하니까요(웃음). 감독님들도 거의 권하지 않으셨어요. 주장 완장 없이도 후배들에게 할 말 하고 있고, 주장 역할은 김혜리 선수가 워낙 잘하죠. 앞으로도 대표팀에선 맡지 않을 겁니다. 반면 현재 소속팀에선 주장이에요. 그래도 바로 아래 후배들에게 '너희가 이런 걸 해라', '어린 선수들에게 이런 걸 알려줘라' 등 역할을 많이 나눠 주죠. 후배들이 많이 도와줘야 해요.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은 게 주장이니까요."

-올해 초 여자 대표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선수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냈어요. 비판도 받았는데요?

“솔직히 제가 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잖아요. 비행기 비즈니스석 얘기만 부각돼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얘기를 하지 않으면 들어줄 사람도 없잖아요. 후배들이 저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하길 바라요. 저는 각오를 하고 말한 거라 저만 욕먹으면 됩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나아지는 걸 보면서 '얘기하길 잘했구나' 싶어요."

-최근 어수선한 남자 축구대표팀 상황은 어떻게 보나요.

"안타까워요. 언론 보도들이 사실이라면요. 특히 손흥민 선수가 안쓰러웠어요. '원팀'이 되려면 주장을 잘 따르고, 중간에 있는 선수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해요. 아르헨티나에 메시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손흥민이 있잖아요. 손흥민은 정말 위대한 선수예요. 후배들이 그를 따라서 잘 갈 수 있길 바라요. 고참급 선수들의 단합이 중요해요. 결국 그 밑에 후배들이 똑같이 보고 배우거든요. 그래서 무서운 거잖아요."

-올해 많은 대회를 치렀어요. 만족스러운 한 해였나요.

"수원FC 위민이 WK리그 우승을 했고, 11월 15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어요. 얼마 전 전국체육대회 우승도 했고요. W코리아컵 결승(11월 21일)에서 승리해 초대 챔피언으로 기록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부상 없이 올해를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혹시 결혼 계획도 있나요.

"결혼 계획 있어요. 마흔 살 안에 하는 것이죠. 물론 아직 배우자 후보는 없지만요(웃음). 축구할 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편인데, 결혼 상대가 나타나면 머리도 길러보고 이미지를 좀 바꿔보려고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이민지 인턴 기자 lovelymj8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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