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부당한 공격에 맞서야”... 사법 개편을 ‘동물농장’에 빗대 비판

이민경 기자 2026. 10.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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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탄핵 시도, 법왜곡죄 신설...
목적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 난무”
사법체계 변화 두고 내부망에 글 올려
법원 로고. 뉴스1

현직 판사가 검찰청 폐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 법왜곡죄 신설 등 최근 사법 체계를 둘러싼 변화를 두고 “부당한 공격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30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성 판사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현 사법체계를 비유하며 “사법부 독립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성 판사는 “우리나라 최고 법인 헌법이 있듯 동물농장 세계관에는 ‘동물 칠계명’이라는 최고 법이 등장한다”며 “인간들을 적으로, 동물들은 모두 친구이자 평등하다고 부르짖었던 최초의 동물 칠계명은 이후 교묘하게 바뀐다”고 했다. 예컨대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던 제6계명은 돼지들이 자신들의 통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들을 죽인 이후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로 바뀌는 식이다.

성 판사는 “저는 검찰의 폐지, 대법관 증원, 이른바 ‘법왜곡죄’의 신설, 재판소원의 도입,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및 국정조사 시도와 같은 일련의 변화와 심각한 혼란 속에서 결국엔 위와 같이 단 한 줄로 요약 되어버린 동물 칠계명이 떠오른다”며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는 등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롭다”고 했다.

성 판사는 “그럼에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저와 견해가 다른 분들 중에서 최근 이뤄진 일련의 변화들을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을 위한 발전적인 것’으로 단언할 수 있는 분이 계시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건 정말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불안한 눈으로 세상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어지러운 글을 몇 자 남기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법 앞의 평등’을 지키기 위해서 사법부의 독립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 공감하시리라 믿는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성 판사는 “어떤 법관으로 살아갈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는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고 순응하는 것만큼 비겁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법원 구성원들이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관련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문제일지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알고만 있다는 것이 절대로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어떤 법관으로 살아갈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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