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 명품’ 김기현 1심 무죄…아내가 전달했는데 공모는 없었다?

김건희 여사에게 당대표 선거 지원 대가로 명품 가방을 선물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의원 배우자가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한 것은 인정했지만, 김 의원과의 공모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30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에게 무죄를, 배우자 이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23년 3월17일 김 여사에게 시가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손가방(클러치백) 1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은 그해 3월8일 이뤄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의원을 지원해준 것에 대한 대가로 가방을 건넸다고 봤다.
이날 법원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김 의원 당선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고, 김 의원 아내가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씨가 여당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와 관련해 그 배우자인 김건희에게 가방을 제공했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원 투표 비중을 100%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당헌이 개정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선거방식 개정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주요 후보인 나경원과 안철수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반면 김기현에 대해선 전혀 그러지 않았다”며 당원들이 김 의원에게 우호적 입장을 갖게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 과정에 대통령의 도움이 있었고, 이에 따라 김 여사에게 클러치백이 전달되었다고 봤다. 의례적 선물에 불과했다는 이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의 범행에 김 의원이 공모한 점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씨가 남편의 관여 없이 다른 직원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의 세비 계좌에서 나간 점이나 가방 상자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라고 인쇄된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점 등의 정황은 의심스럽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기현이 김건희에게 클러치백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지만, 공모나 전달 사실을 직접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고 관련자 진술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잇을 누가, 어떤 취지로 부착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김기현의 지시나 관여가 없다고 해도, 이씨가 직원들에게 남편의 이름을 적도록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의 세비 계좌는 아내가 전속적으로 관리했고, 사용처에 관해 미리 상의하거나 승낙하는 관계가 아닌 점도 근거로 들었다. 김 의원이 아내와 부부로서 논의했을 경우의 수도 있지만, “객관적 정황이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부부 사이라는 사정만으로 공소사실을 함께 행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선고 후 김 의원은 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법원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한 청탁을 한 적도 없고, 할 까닭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가 여러 활동을 할 때 남편과 의논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리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특검 측 김한수 특검보는 “배우자가 당 대표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당 대표 명의로 대통령 부인에게 명품을 선물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이를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항소심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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