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피터팬과 팅커벨”…‘폭설’ 김윤석X구교환, 생존 미스터리로 뭉쳤다 [스경x현장](종합)

이현경 기자 2026. 10. 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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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교환(왼쪽부터), 감독 홍의정, 배우 김윤석.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경향 이현경 기자] ‘천재와 괴인’의 만남, 배우 김윤석과 구교환이 ‘폭설’로 극장가를 찾았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폭설’(감독 홍의정, 박선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홍의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구교환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진행을 맡은 박경림은 “문화예술계에 큰 별이 졌다”며 29일 별세한 고(故) 최불암을 추모하며 고개를 숙였다.

홍의정 감독이 영화 ‘소리도 없이’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 ‘폭설’은 폭설로 고립된 시골 기차역에서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김윤석)와 새로 부임한 후임 현택(구교환) 앞에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김윤석은 출연 계기에 대해 “홍의정 감독은 작가적 성향이 짙은 감독이다. 글이 주는 독특함과 땅에 발 붙어 서 있는 캐릭터를 그리는데 탁월하다. 시나리오의 힘에 매료됐다. 피와 뼈가 빠진 채로 진행되는 영화다”고 밝혔다.

구교환 역시 “시나리오가 한 번에 술술 읽혔다. 글자를 행위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모가디슈’에서 함께했던 김윤석 선배님과 다시 작업하고 싶었다. 더할 나위 없었다”고 말했다.

배우 구교환과 김윤석. 연합뉴스 제공.

특히 ‘모가디슈’ 이후 다시 만난 김윤석과 구교환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구교환은 “제가 실제로 윤석 선배님의 팬인 것처럼 현택도 갑수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어 한다. 갑수의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며 “그래서 어느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애틋한 모습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교환을 ‘피터팬’에 비유했던 김윤석은 구교환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배우이자 사람은 동심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런 분들은 70~80세가 되어도 눈동자나 표정에 동심이 남아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모가디슈’ 촬영 당시 모로코에서 처음 만났는데, 처음 보자마자 동심이 느껴졌다. 어린이의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만나자마자 허물없이 친해졌다”라고 밝혔다.

이에 구교환은 “선배님도 동심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그렇게 보신 것 같다. 동족인 것”이라며 “그럼 김윤석 선배님은 팅커벨? 웬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윤석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한다”고 받아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배우 구교환과 김윤석. 연합뉴스 제공.

홍의정 감독 역시 두 배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두 분의 오랜 팬이었다”며 “김윤석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이럴 수가 있나’라고 외친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윤석 선배님은 정말 천재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상황 판단과 분석이 빠른 것은 물론이고 뇌 용량이 엄청나다”며 “살아 있는 영화 역사 사전이다. 영화에 대한 예시를 들면 몇 년도에 나온 작품인지, 원제가 무엇인지까지 모두 알고 계신다”고 감탄했다.

구교환도 “현재의 트렌디한 문화까지 모두 섭렵하셨다. 함께 식사하면 정말 재미있다”며 “저희 셋 다 문화예술 오타쿠”라고 거들었다.

이어 홍 감독은 구교환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로 괴인이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상에서 무심코 던지는 말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온다. DNA가 원래 그런 분 같다”며 “천재와 괴인의 조합이 이렇게 짭짤하고 환상적일 수 있나 싶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배우의 호흡을 완성한 또 다른 비결은 만두와 냉면이었다. 구교환은 “리허설을 많이 했고 선배님과 맛있는 만두와 냉면을 먹었다. 두 사람 모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데 이번 촬영에서는 만두와 냉면에 꽂혔다”고 밝혔다.

김윤석은 “두 사람의 호흡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감독님이 완전히 놀아보라는 판을 깔아주셨다”며 “원래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잘 삐지지 않나. 그런데 분위기를 조금만 맞춰주면 또 간도 다 빼준다. 저희 두 사람 사이에도 그런 모습이 있다”고 웃었다.

배우 구교환과 김윤석. 연합뉴스 제공.

김윤석은 퇴직을 앞둔 갑수의 모습에 자신의 고민도 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 김윤석으로 보면 점점 나이 들어가는 역할을 하는구나 싶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객석에서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자 “웃으라고 한 이야기인데 안 웃으시면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갑수는 언젠가 하나둘씩 사람들이 떠나가고 자신을 대체할 누군가가 와서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에도 정년을 맞아 퇴직한 친구들이 있다. 은행에 다니던 친구는 퇴직 후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빨간 바지를 입더라. 정말 해보고 싶었다면서 다음에 입을 가죽 바지도 사놨다고 했다”며 “또 다른 친구는 평생 길러보지 못한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싶다고 하더라. 갑수 역시 그런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비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구교환은 다회차 관람을 추천했다. 그는 “누구를 따라갈 것인지, 누구의 관점에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라며 “저는 영화를 보고 집까지 걸어오는 걸 좋아하는데,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영화를 추억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폭설’은 오는 11월 1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이현경 기자 h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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