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회장 승기 굳히나

CBS노컷뉴스 박요진 기자 2026. 10. 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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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주도권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는 지난 22일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83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영풍 측은 앞서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당시 주가보다 높은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회사에 6732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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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수천억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 1심서 패소
올해 상반기에만 2024년 매출·영업이익 넘어서
올해 3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40% 안팎 증가 전망
반도체 필수 금속 갈륨 생산 예정·희토류 회수 기술도 개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주도권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분쟁 당사자인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콜옵션 계약의 적정성과 배임 의혹 등으로 쟁점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된 지난 2년 동안 눈에 띄는 경영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차기 주요 승부처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2년…난관에도 최대 실적 경신 등 연이은 성과

최 회장은 지난 2년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는 등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이끌어 내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아연을 포함한 기초금속 시장의 업황 악화가 반복되면서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았지만 고려아연의 성장세를 막지 못했다.

고려아연의 지난 2024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12조 529억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이를 넘어서는 12조 444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4년 723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조 3332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순항이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의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 9172원과 388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2.2% 늘어난 수치다. 한화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 7362억 원, 3250억 원으로 예상했다. DB증권은 매출 5조 6천억 원과 영업이익 3272억 원으로 내다봤다.

고려아연은 1982년부터 44년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 중이다. 분기 공시가 의무된 이후 106분기 연속 영업흑자 역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역대 최대인 약 16조 6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안티모니와 은, 금 등 핵심광물과 귀금속 분야의 회수율 증대를 바탕으로 관련 제품들의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美 안티모니 수출·크루서블 프로젝트…中 자원 무기화 조치에도 적극 대응


고려아연은 지난 2년간 심화돼온 중국의 자원 무기화 조치에 적극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은 물론 미국 등과의 자원 외교에서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난해 6월 고려아연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행 화물선에 안티모니 20톤을 선적하며 미국 수출에 나섰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한 안티모니는 이후 미국 내 수입 업체를 통해 주요 방산 기업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월 20톤, 연간 240톤 이상을 목표로 수립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8월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그리고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생산 기업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통합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발표했다. 운영자금과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74억 달러(약 11조 원)가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2029년부터 아연, 연, 동 공정 순으로 단계적 가동에 돌입해 상업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조치가 날로 강화되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큰 도전이 되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이를 선봉에서 막아서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중 2차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핵심 광물 수출통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세관은 공식 수출통제(수출허가제) 대상이 아닌 인듐에 대해서도 구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최종 사용자 정보 공개를 요구하거나 서류 심사 기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연 제련 부산물인 인듐은 디스플레이와 납땜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 정도를 차지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와 방산 분야 등에 쓰이는 갈륨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약 98.6%인 762톤 중 752톤을 중국이 생산했다.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갈륨을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하고 2024년 12월에는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긴 했지만 전 세계 갈륨 수급에 비상상황이 초래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려아연은 내년 12월까지 약 557억 원을 투자해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거쳐 연간 약 15.5톤의 갈륨을 상업 생산할 예정이다. 갈륨은 반도체, LED, 고속 집적회로 등 주요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금속으로 자원안보특별법으로 지정한 핵심광물 33종 중 하나이다. 폐제품에서 희토류 혼합물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다 지난 8월에는 온산제련소에 반도체 황산 생산라인 20·21호기를 추가로 가동하면서 생산능력이 32만 톤으로 늘었다. 반도체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세정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핵심 소재로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 황산 수요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생산량의 약 95%는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된다.

고려아연, 영풍·MBK과의 법적 공방서 잇따라 승소…영풍·MBK '항소'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민간 자원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도 본업에 쏟아 부어야할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다. 실제로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법원이 잇따라 현 경영진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도권이 최 회장 측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진들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고가에 매수하고, 보유하던 다른 주식은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는 지난 22일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83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영풍 측은 앞서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당시 주가보다 높은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회사에 6732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같은 날 원고 패소로 판결 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1부는 MBK파트너스의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3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이 2024년 11월 회사 소유의 ㈜한화 주식 543만 6380주(지분율 7.25%)를 헐값에 매각해 손해를 입혔다며 지난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풍·MBK 측은 두 재판에 대해 모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임시주주총회 당시 호주 계열사 SMC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에 대해, SMC가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영풍 측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다만 모든 법적 공방에서 현 경영진 측이 승소한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법원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행위와 관련해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줬다. SMC를 활용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했다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또 영풍은 고려아연의 HMG글로벌 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 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경영권 분쟁 '차기 승부처' 내년 3월 주총…경영 책임 추궁 등 쟁점 변화 전망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영풍·MBK 측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9명)들의 재선임과 신규 선임을 놓고 다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단 기간에 이사 구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측은 이사 수 확보를 넘어 쟁점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3월로 예정도 주총을 통해 현재 최 회장 측이 우세한 '12대 7' 이사 구도가 단 번에 뒤집힐 가능성은 낮지만 지분을 더 확보하고 있는 영풍·MBK 측이 추가로 이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영풍·MBK 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이사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영풍·MBK 측이 이사회 과반 확보뿐만 아니라 최 회장의 경영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쟁점을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영풍·MBK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청호컴넷 관련 거래, 아크미디어 투자 등의 이슈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개별 거래의 시점과 자금 흐름을 임의로 연결한 의혹 제기로 해당 투자들을 최 회장의 배임이나 사익편취로 해석할 수 없다고 적극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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