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고민하지 마세요”…KIA의 4차전 선발 전격 교체, 이범호 감독과 양현종은 무슨 얘기 나눴나[스경x비하인드]

김은진 기자 2026. 10. 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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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스포츠경향 광주 | 김은진 기자] 양현종(38·KIA)은 지난 28일 훈련을 위해 야구장에 가자마자 이동걸 투수 코치와 김지용 불펜 코치에게 대화를 청했다. 대구에서 2차전을 마치고 돌아온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3차전을 하루 앞둔 이동일이었다.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4차전 선발로 예정돼 있었던 양현종은 두 투수코치에게 “혹시 저 때문에 고민하신다면 신경쓰지 마시고 이길 수 있는 것만 생각하시면 좋겠다”라고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최고참이 되어 후배들과 함께 하는 가을야구의 선발 등판을 양현종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기다려왔다. 매일 루틴대로 운동하고 4차전에 맞춰 준비했다. 그러나 KIA는 1차전 승리 뒤 2차전을 졌다. 직후 팀의 고민을 양현종은 눈치채고 있었다. 1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57구밖에 안 던지고 헤드샷 퇴장 당한 네일을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4차전이 최적의 시점이었다. 양현종은 현역 시절부터 오랫동안 함께 했던 이범호 KIA 감독을 아주 잘 안다. 네일을 선발 카드로 쓰고 싶은데 혹여나 이미 내정돼 있던 자신 때문에 팀이 고민할 것을 우려해 먼저 코치진에게 “저를 신경쓰시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 뒤 양현종은 감독실로 호출 받았다. 이범호 감독도 고민하고 있던 부분은 있었다. 3차전 결과가 중요했다. “일단 열어놓자”라고 했다. 3차전 결과에 따라 4차전 마운드를 결정하기로 하자는 것이었다. 양현종은 다시 한 번 “진짜 저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의 그 마음을 매우 고마워했다.

KIA 양현종과 이범호 감독이 승리 뒤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해태가 KIA로 바뀐 이후 차지한 세 번의 통합우승을 모두 이끈 주역이다. 20년 동안 KIA 유니폼을 입고 리그 역사의 기록을 세우는 선발 투수로서, KIA 팀내에서는 지금도 양현종을 넘는 국내 선발이 없을 만큼 꾸준한 활약을 한다. 구위는 전같지 않아 단기전의 원투펀치 자리는 내놨지만, 팀의 명운을 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승부사다. 그래서 양현종 없는 KIA의 가을야구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양현종은 이미 자존심과 현실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몇 년 간 경험했다. 단기전의 특성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해 잘 알고 있는 양현종은 감독의 마음을 먼저 읽었고 조심스럽게 먼저 얘길 꺼냈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을 KIA가 지켜야 할 보물이라고 생각하며 야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경기 이닝을 거의 강제적으로 줄이는 것도 40세로 향해가는 양현종이 다치지 않고 최대한 오래 야구하며 통산 최다승 기록까지 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투수 양현종의 자존심을 누구보다 지켜주고 싶어하는 이가 이범호 감독이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구위가 더 강한 시라카와 케이쇼를 3차전에 배치했다. 양현종을 두고 시라카와가 먼저라니, 논란이 됐지만 그 역시 시리즈 통과 확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3차전 결과에 따라 오히려 더 중요한 게임이 될 수도 있는, 심리적으로는 더 부담스러운 4차전에 양현종을 배치했었다. 기대대로 시라카와는 호투해줬고 3차전에서 끝나 양현종은 등판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같은 순서로 배치된 것은 자연스러웠으나, 2차전을 지면서 여러가지로 어려운 결정을 맞이한 이범호 감독에게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초반에 실점하면 어려워지는 단기전. 3일 쉬고 다시 나오는 네일이 나은지, 포스트시즌 들어 한 번도 안 던진 양현종이 나은지도 고민해야 했다.

KIA 이범호 감독과 양현종이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뒤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4차전 선발을 양현종에서 네일로 바꾸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29일 3차전 직후였다. 당초에는 양현종을 선발로 세우고 네일을 뒤에 붙일 계획이었다. 3차전 결과에 따른 몇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양현종이 오로지 경기만 생각할 수 있게 코칭스태프의 짐을 덜어주었고, 3차전 패배와 함께 4차전 선발이 교체됐다.

이범호 감독은 3차전 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니까 팀에서 제일 잘 던지는 투수가 나갈 수 있으면 나가야 한다. 네일이 던지는 건 이기기 위한, 팀의 최선의 선택”이라며 “오늘 이겼으면 다른 선택지(선발 양현종)를 생각했을텐데, 팀으로서는 양현종을 던지게 하는 것이 첫번째가 아니다. 이길 확률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보니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과 면담한 그날, 네일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상태를 확인했다. 이미 1차전 불의의 퇴장 뒤 불펜 등판도 불사하겠다고 투지를 보였던 네일은 선발 등판도 물론 가능하다고 흔쾌하게 말했다. 네일은 사흘 쉬고 다시 선발로 나가는 쉽지 않은 임무를 맡았다. 1차전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

배려를 바라는 선수는 많아도 먼저 감독과 코치를 배려하는 선수는 찾기 어렵다. 일반적인 특급 선수들에게서는 더더욱 보기 힘든 배려를 다시 한 번 보여준 대투수 양현종은 네일 뒤에서 불펜 대기하며 올해 가을 야구 첫 등판을 준비한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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